[새로운 육아일기] 첫째의 젠탱글 : 바다

아내님이 사진 한 장을 보내줬다. 한참을 들여다 보아도 무슨 그림인지 알아차리기가 어려웠다. 아내님에게 무슨 그림이냐고 물어보니 '젠탱글'이라는 기법의 그림이라고 했다. 첫째가 표현하려고 했던 건 바다라고 덧붙여 설명해주었다. 아내님 말에 깜짝 놀랐다. 나는 아내님이 그린 줄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독특하고 복잡해 보이는 패턴, 집중력과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라 아이가 그렸을 거라 생각도 못했다.

아내님 설명을 듣고 다시 한 번 그림을 들여다 보았다. 남자는 소라를 귀에 대고 파도 소리를 듣고 있는데, 그의 상상력은 그를 바다로 데려왔다. 금빛 모래 너머로 다양한 모습의 파도가 보인다. 파도 하나만으로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 덕분에 깨달았다. 지금까지 나는 파도라고 하면 유선형으로 넘실거리는 것만 생각했었는데, 아이가 바라 본 파도의 모습은 이처럼 다채롭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같기도 하고, 먹이를 노리는 괴물처럼 보이기도 한 파도 모습에 한동안 빠져들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한계가 없다. 끝없은 상상력은 고정관념으로 굳어버린 나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몽글몽글하게 만들어 준다. 그 덕분에 조금은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곤 한다.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놀랍도록 신비롭고 새롭다.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눈에 담긴다. 그 시선은 어느 사물 하나를 깊게 들여다 보게 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시를 쓰거나 동화를 쓸 수 있게 된다.

아이들 덕분에 아직도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