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성steemCreated with Sketch.

in #khori6 years ago

내 아이디 Khori가 고려(高麗)의 옛 표기방식이다. 고구려 이야기 영화를 건너뛰기 어렵다.

김진명의 고구려에서도 개마기병, 청야전술의 묘사가 있다. 철기병의 위력을 지금 시대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로마 병사의 전투 장면부터 기관총이 나오기 전까지 근대의 전투는 대형을 이루고 밀고 나가는 정공법이 동서양에서 통용된다. 한마디로 하나의 적도 남김없이 쓸어버리는 형태다. 상상 속의 철기병, 개마기병을 묘사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인트로의 장면에서 안시성의 전조에 가까운 이야기를 묶어, 관객의 관심을 잡기에는 손색이 없다.

장예모 감독의 '영웅 천하의 시작'에서 엄청난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서구의 영화, 중국의 영화처럼 우리나라에서 많은 인력을 동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제작비 문제가 된다. 첨단 기술의 컴퓨터 그래픽이 실사의 모습과 차이가 있지만 충분히 역사적 사실과 고구려 유적의 특징을 여기저기에서 잘 그려내고 있다.

그 외에도 주몽의 신물인 각궁, 쐐기형 성돌을 사용하거나 돌을 짜맞춰 한 개의 돌이 빠져도 무너지지 않게 축조하는 모습(영화에서는 흙을 채운 것으로 나옴)도 그렇다. 고구려는 산성이 많고, 치(성 앞으로 볼록 나온 부분)가 나와 있는데 전체적인 안시성은 호를 그리고 있다. 운제, 충차 등 당나라의 공성 무기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역사는 영화와 다르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서 오래전 시대를 되짚어 본다는 것은 관객에게 여러 의미를 전달해 준다. 작게는 국뽕 분위기가 있지만 민족의 자긍심, 아직도 유럽 중심으로 표기된 극동아시아에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실, 또 개인에게는 세상을 살아가는 작은 힘도 된다.

"자네는 이기는 싸움만 하는가?", "우리는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라는 양만춘의 대사는 그래서 뜨끔하다. 지는 싸움을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오늘 읽은 책에서 말하는 지식인의 비겁함이라 해도 그렇다. 하지만 내게 소중한 것을 지켜야 할 때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때가 있다. 이것은 이기고 지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명예와 스스로를 입증하는 것이다. 무모하다고 할 수 있지만, 물러설 수 없고 결과의 차이가 없다면 얻지도 못할 이익을 위해서 굴욕을 참는 것을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그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다.

배역이 아주 화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규모의 전투씬이 있는 장면에서 개개인의 결투씬이 아니라면 인상적인 장면은 개인에게 집중되지 않는다. 그래도 전체적인 화면에서 엄태구(파소)가 가장 잘 어울린다. 목소리가 아쉽지만 야습을 준비하며 백하를 바라보는 씬이 상당히 괜찮았다. 일본군 앞잡이, 악역에서 이런 분야로 변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다음은 추수지의 배성우다. 강약을 갖고 영화에 맞게 안배되었다. 환도수장 풍, 부월수장 활보도 감칠맛이 있다. 마지막으로 괜찮은 역할이라면 사물 역의 남주혁이라고 생각한다.

조인성의 사극은 쌍화점 이후 두 번째같다. 우렁찬 소리를 내야 하는 장군의 역할에 약간의 혀 짧은 소리가 아쉽다. 액션은 나무랄 곳이 없다. 특히 트랩 경기처럼 기름 주머니를 어쩔 수 없는 오디오의 아쉬움이 있다. 당태종을 연기한 박성웅은 무게감이 있다. 그런데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나에게도 어색함이 있다. 황제의 근엄한 표정과 뚝뚝 끊어지는 중국말에 자꾸 웃음이 난다. 너무 힘이 들어가서 부드럽지 못한 듯 느껴진다. 성조의 어려움 때문이리라.

내게 가장 거리감이 있는 인물은 고구려 신녀다. 과거 태왕사신기에서 나오던 문소리와 같은 수준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천녀유혼처럼 얼굴 하얗고, 한족을 상징하듯 붉은 옷을 입은 어정쩡한 모습이다. 설현이 영화에 나오는지 몰랐다. 백하 역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자꾸 태왕사신기의 수지니(이지아)와 비교해서 일지 모른다. 마지막 이세민에게 날린 연노(이거 같은데...) 이후의 장면은 아쉽다. 장엄한 순간의 클로즈업에서 비장함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영화를 보며 배우들에 대한 소회가 많다는 것은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역사적 사실과 일천한 문헌에 주몽의 전설, 요동 지방까지 맹위를 떨친 고구려의 강력한 군사력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 설민석의 안시성 해설을 보고 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변이 정지하고 주인공의 움직임이 슬로우하게 잡혀 예전 300이란 영화와 같은 느낌도 조금 있었던 듯 하네요.C5227BED-2E23-4C77-8BDB-0BAF2FE47BB3.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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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설민석 강의 듣고 안시성 영화 봐야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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