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평] <더 포스트(The Post)>
절박한 선택으로 얻어낸 세상의 구원
<더 포스트(The Post)>(스티븐 스필버그, 2017)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 메릴 스트립의 영화 중 먼저 떠오르는 영화로는 <클레이머 대 클레이머>(1972), <소피의 선택>(1982),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가 있다. 일생일대의 선택을 두고 갈등하는 연기는 <소피의 선택>이라는 영화에서 단연 압권일 것이다. <더 포스트>에서 스필버그는 극적인 상황에서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하는 캐서린 그레이엄을 중심에 둔다.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과정들은 세밀한 필치로 묘사된다. 한마디로 절대절명의 선택을 하는 여인 연기의 달인으로서의 메릴 스트립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영화다. 스필버그의 통찰력있는 연출은 작위성에도 불구하고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감정보다 이성에 호소해서 연기하는 편이지만 이 영화에서 감정은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결정적인 동기다. ‘그들의 전쟁’에서 목숨을 잃는 수많은 젊은 이들을 구하려는 마음, 그 하나만이 소심한 여인이 엄청난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은 남편이 자살로 세상을 뜨자 워싱턴 포스트사의 사장이 된 캐서린은 남성으로만 구성된 이사회의 견제와 조소를 받으며 사주의 위치를 지킨다. 자신이 행사해야할 힘을 감당하지 못하는 그녀는 주식시장 상장 회의에서 임원들 사이에 가려진 투명인간이 된다. 편집장 벤 브래들리는 기자로서 소신을 지켜온 인물로서 뉴욕 타임즈사가 닉슨 대통령에 맞서 베트남전 비밀을 다룬 긴급문서의 정보를 특종보도로 내보낸 것에 대해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비밀문서를 배달받은 그는 기사를 내보낼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이제 캐서린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 된다. 그녀가 '언론 의 자유'라는 의무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던 것은 금수저 여성으로서 받아온 소외감도 한몫한다. 결국 자기 힘으로 남성들 틈바구니에서 무력한 사주로서 허수아비로서 지내온 그간의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난다. 이 결단에는 가족과 신문사를 사랑하는 마음도 한 몫을 한다.
그녀는 제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이 상황에서 신문사의 경영과 자신의 안위 모든 것을 베팅한다. 이 영화의 반전 포인트는 예측 못한 선택을 관철하는 결말이다. 카메라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카메라의 시선은 캐서린의 갈등의 시간을 앵글과 위치를 바꿔가며 자세하게 묘사한다. <소피의 선택>에서 가스실에 보낼 아이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던 절체절명의 선택에 비견될 만큼 긴장감이 고조되는 클라이맥스에서 스필버그의 연출력은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여자라서 당연히 보수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는 주위 임원들의 예상을 뒤집으면서 기사화를 강행하자는 편집국장의 손을 들어줄 때 그녀는 앞서와 달리 이사들과 맞서며 시선의 중심에 선다. 정의를 말해야 하는 신문사의 언론자유를 수호하고 사회적인 책임을 짊어지려는 그녀의 선택은 역사를 바꾸게 된다. 긴급전화를 받는 캐서린의 얼굴이 클로즈 업으로 프레임되면서 줌 인해 들어가는 순간, 카메라는 호흡을 멈춘 듯하다. 초반에 주식상장을 앞두고 간부들 틈에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던 그녀가 한치의 물러남도 없는 단호함을 드러내는 순간은 카타르시스마저 준다.
지금 시대에 칠십 년대 미국 언론이 부패한 정치세력에 맞서는 이야기가 여전히 감동적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소신을 지키고 제 목소리를 내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메릴 스트립의 연기와 스필버그의 연출력에 전적으로 기댄 이 영화에서 ‘소피’의 상황과 오버랩되는 캐서린의 선택은 진부한 소영웅담을 넘어선다. 영화는 고고한 정신을 그려내는 데 성공한다. 그녀의 선택은 2018년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저항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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