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사업을 진행해 보면서..

in #iot7 years ago (edited)

이번 년도(2015년)는 글을 쓴 게 꽤나 뜸했던 기간인 것 같다. 머리속에 이것 저것 떠오르는 이야기들은 있지만, 내 스스로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멍한상태가 많았기 때문인데, 새롭게 접근해보는 사업이고 경험인지라 따라가기도 벅찬 상황이었던게 원인이 아닐까 한다.

지금 상태는 그럼 뭔가 명확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단지 이대로 계속 아무 정리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 아예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어 억지로 적어가는 글이라 하겠다. 이 글이 단초가 되어 여러 논의가 일어난다면 그것도 재밌는 것이 되리라 생각된다.

한국어로 '사물인터넷'이라는 말로 번역되는 IoT(Internet of Things)라는 단어는 2016년 CES의 중요한 테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제조업체나 인터넷업체 및 통신업체 모두 화두로 던지는 단어이지만, 아직 실질적인 성공 모델이 명확지 않아 생각보다는 폭발적인 느낌은 없다라는 것이 현재 업계의 상황이다. Ftibit이라든지, Nest라던지 일부 성공사례로 늘 나오는 업체 이름이 있고, 드론이나 아마존 에코나 대쉬 등이 IoT 시대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논의되기도 하지만, 뭐랄까 한방이 없는 듯한 느낌이다. 소위 조용한 혁명이라는 느낌이랄까? '사물인터넷'이 세상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방식은 애플이 시작했던 아이팟과 아이폰 등과 같은 형태는 아니라는 것이 현재 나의 예상이다.

최근에 계속 IoT 사업과 제품을 고민해 온 사람으로서 몇가지 깨달은 것을 얘기해 볼까 한다.


1.  IoT의 기본 속성은 O2O와 비슷하다.

O2O라는 것은 online과 Offline을 연계해서 사업의 Value를 높이겠다는 것이 기본 속성이라 나는 생각하는데, IoT의 속성 역시 이것과 괘를 같이한다. IoT 사업이나 제품을 쉽게 생각해보면 디바이스와 앱서비스의 결합형태라 할 수 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디바이스는 offline을, 앱서비스는 online을 담당하는 것이고 둘간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새로운 Value를 추구한다.

그 둘간의 결합(Offline과 online)은 데이터가 보통 중개자로 등장하게 된다. 일반적인 O2O에서는 고객이 Offline을 통해 활동하는 정보, online에서 기록하거나 활동하는 내용들이 데이터화 되어 분석되고 이에 맞춰 각 경로(Online, Offline)에 최적화된 서비스 형태로 제공된다고 볼 수 있는데, IoT 제품 역시 이와 비슷한 형태를 띤다. 단지, 데이터의 수집 방식이 디바이스와 결합된 센서등을 통해 좀 더 고객 행동에 근접해 자연스럽게 수집되고, 서비스 제공 방식이 디바이스를 통해 좀 더 직관적으로 제공된다는 차이랄까? 

따라서, 고객 입장에서는 O2O와 IoT 모두 현시대에 좀 더 발전된 형태로, 자연스럽게 원하는 가치를 얻게 해주는 수단이라 생각할 수 있다. 나 역시도 한 사람의 고객이지만, 고객입장에서는 뒷단에 이러한 시스템이 동작하는 방식은 사실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니 가장 편하게, 가장 자연스럽게, 가장 높은 가치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2. IoT 사업의 가치는 IoT 제품을 통해 끼어들려는 시장 생태계의 상태가 결정한다.

IoT 제품을 직접 기획하고 개발하려다 보면, 기존에는 고려되지 않았던 여러 형태의 기술 및 산업들이 화학적으로 결합되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의료 기술과 전자 기술, 아날로그 가구와 전자기술 등으로 전자 제품 제조사들의 사업 개발 담당자들은 전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업계의 사람들과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연구소 직원들은 생전 건드리지도 않았던 신규 산업 분야의 기술을 공부하고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전혀 다른 기술 언어를 가진 업체와 상호 협력을 통해 정리해내야 하는 상태다. 내가 스마트 TV쪽에서 일할 때도 TV 제조사가 컨텐츠 업체들과 일일이 계약관계를 맺는 것이 꽤나 이상한 눈으로 비쳐졌었는데, IoT는 그것을 넘어서서 전자 제품과 결합되지 않는 산업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따라서 IoT 사업의 가치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결합되는 산업의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 연결되는 생태계 시장의 크기도 크기지만, 그 업계가 전자 기술 및 IT 서비스에 얼마나 열려 있고 참여할 Room이 있는지, 그렇게 참여했을 때 현재 시장 생태계에 충분한 수준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 산업과 전자 업체간의 결합이 이러한 부분에 대해 이해를 높여줄 수 있는데, 발달된 통신 및 IT기술을 통해 자율주행이 가능해지고, 전기 모터의 발달로 엔진을 대체해 가며, 각종 센서 및 전자 기술을 통해 운전 경험이 충분히 변화되어가고 있는 것.. 그리고 자동차 시장이 충분히 크다는 것.. 그게 CES라는 전자쇼에서 자동차가 주목을 받게 되는 이유이고 자동차 산업이 IoT산업의 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는 원인인다.


3. IoT 산업에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이나, 우위를 갖는 산업 내 플레이어는 있을 것 같다. 

애플이나 구글이라는 인터넷 및 앱스토어 생태계의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IoT 산업 분야에서 나오기는 어렵다고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먼저, 결합의 방식이 너무 복잡한 따름이다. 애플과 같이 서비스 및 플랫폼, 디바이스 모두를 잘 다룰 줄 아는 업체가 거의 드물 뿐 아니라.. (제조사 내부적으로 오히려 이런 면에서 삼성과 LG가 세계적으로 경험이 있는 회사이다. 최근 샤오미 정도를 더 얘기해 볼 수 있겠지만..) 그런 업체라 하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이종 결합을 모두 잘 다루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의료분야와의 결합을 잘하는 회사나, 자동차분야와의 결합을 잘하는 회사 등 특정 산업 영역과의 결합을 잘 다루는 회사들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기술과 결합되면서 산업의 변화 속도가 높아질 것이므로 여러 형태의 산업 결합을 한 회사가 지배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퀄컴 처럼 Chip 모듈 등을 통해 IoT 플랫폼이라는 영역을 구축하고 지배하려는 회사들도 나오고는 있지만, 다양한 산업계의 요구를 모두 다루기는 역부족이라 판단된다. 아마도 이런면에서 스타트업에게 기회라 보여지지만, 스타트업이 디바이스, 서비스, 플랫폼의 모든 영역을 잘 다룰지도 솔직히 의문이긴 하다. 

어쩌면 IoT 산업의 승자는 조직의 Openness가 결정하지 않을까도 싶다. 


4. 서비스도 디바이스도 어느 한 곳 소홀해서는 안된다. 

IoT 사업 및 제품을 기획하고 살펴보다 보니, 각 제품과 사업의 형태에 따라 디바이스와 서비스의 중요도가 달라지는 경우는 많다. 생태계의 상태와 변화시켜야 하는 부분에 따라 서비스가 드라이브 하는 것, 디바이스가 드라이브 하는 것이 결정되므로 잘 구조를 살펴보고 어디에 경중을 두어야 하는지 전략을 잘 짜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 신경을 덜 쓰면, 전체적 고객 경험이 떨어져 파급력이 약해지기 일쑤다. 

고객 경험 측면에서 내 나름 계속 염두에 두는 글귀는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로되 어울려 산천이 된다'라는 말이다. 디바이스 자체만으로도 고객 경험은 충분해야 하며, 서비스 자체만으로도 고객 경험이 충분해야 한다. 둘이 어울렸을 때 한차원 높은 수준의 좋은 고객 경험 역시 충분해야 한다. 마치 어린이들이 보는 변신, 합체 로봇과 같달까? 그래서 프로젝트는 꽤나 어렵다.


5. 결국 생태계의 변화는 수집/분석/제공되는 데이터의 가치가 주도한다. 

1번에서 잠깐 논의했지만, 결국 Offline과 online의 연결은 데이터가 기반에 깔려있다. IoT 제품을 통해 수집/분석/제공되는 데이터의 가치가 얼마나 크고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에 따라 시장 생태계 플레이어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고, 참여 플레이어의 질과 양에 따라 제공하는 서비스 및 디바이스의 가치가 달라지므로.. 이 사업을 통해 어떤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지속적인 데이터에 대한 투자가 사업 내내 중요한 화두가 되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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