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아이의 반장 선거 도전기

in Avle 여성 육아2 years ago

저희 아이는 책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애칭이 있는데 바로 "큼이" 입니다.
큼이는 아기 때부터 내향적이고 쑥쓰러움을 많이 탔어요.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에게 곧잘 괴롭힘도 당해서 걱정도 했었습니다.

그런 큼이가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반장이 되었습니다. (축하해주세요!)
팔불출 아빠라고 불려도 좋습니다. ㅎㅎ

큼이가 계속 실패만 경험하던 찰나에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 생겨서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주었답니다.

1학년때부터 매번 반장선거에 도전했는데, 계속 떨어져서 엄마가 "2학기때 되는게 찐이야" 이렇게 위로해주었거든요.
책을 좋아하는 큼이는 자신이 반장이 되면 "친구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매일 집에서 책을 가져오겠습니다." 라고 공약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1학년때 반장선거에 떨어지고 '친구들은 책을 별로 안좋아하나보다' 생각했었죠.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같은 공약으로 반장 선거에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반장이 되었죠.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러워요.

큼이가 "아빠는 반장해본적 없어요?" 물어봤는데

"아빠는 반장 한번도 해본 적 없어"

전 12년 학창시절 내내 반장을 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아들이 반장을 한다니 더 신나요. ㅎㅎ

반친구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매일 책을 가져오겠습니다" 반장공약을 했던 큼이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책을 골라서 매일 무거운 가방을 들고 학교에 갑니다.

매일 책을 가져갔다가 다시 가져오면 힘드니까, 일주일에 한번씩 가져가면 어떻겠냐는 엄마의 권유에 큼이의 대답이 압권입니다.

"과일이나 생선도 싱싱한게 좋잖아요. 저도 매일 싱싱한 책을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나선 학교에 가져갈 책을 고르기가 어렵다며 아빠에게 추천을 부탁했어요.

"안녕달 작가님 그림책은 어때?"
"안녕달 그림책은 제가 좋아하는 책이라서 안돼요."

그림책이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고, 우리집에는 안녕달 작가님 책이 다 있어서 딱이다 싶었는데. 큼이가 좋아하는 책을 가져가면 잃어버릴까봐 걱정이 되서 안된답니다.

그래서 책을 잃어버리면 아빠가 다시 사주겠다는 약속을 했어요.
반장 공약을 잘지키려는 큼이가 기특해서 책 지출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빈 책상과 책받침대를 교실 뒤에 마련해주셔서 학급문고처럼 만들어졌다고 해요.

아이들이 교실에 오자마자 오늘은 무슨 책이 있나? 궁금해하기도 하고, 책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서 새로운 친구들과도 더 친해졌다고 하고요
.
그리고 큼이의 짝꿍도 집에서 책을 가져와 꽂아두어서 책이 더 풍성해졌다고도 해요.
담임선생님께서도 재미있는 책들을 잔뜩 사셔서 학급 문고를 가득 채워주셨다고 합니다.

큼이의 시작이 작은 불씨가 되서 반 분위기를 변화시킨 것 같아서 신기하고 멋져요.

그리고 큼이도 반 분위기가 변화되었다고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예전에는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매일 읽을 책 한 권씩 가져오라" 고 했었는데,

1교시 수업 전에도 "책 읽으라"고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얘들이 책 많이 읽고, 선생님까지 최근에 책 재미있는 것을 많이 가져오셔서. 친구들이 책 잘 읽어요. 그래서 선생님도 "친구들 책 잘 읽는구나" 하셨어요.

제가 어릴 때는 반장들의 공약들이 천편일률적이었어요.

"제가 반장이 되면 선생님을 도와 우리 반을 잘 이끌어가겠습니다."

이렇게 추상적인 공약을 내세우고, 결국 인기투표가 되었죠. 그래서 전 반장 선거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큼이의 반장 선거는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지켜보고 흥미진진했다고 해요.
원래는 다른 후보자 친구가 표가 더 많았었는데, 과반수가 넘지 못해서
표가 많이 나온 큼이와 다른 후보자 친구 두 명이서 재투표를 했는데,
그 때는 큼이의 표가 더 많이 나와서 결국 반장이 되고, 다른 후보자 친구는 부반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한 표, 한 표 공개될 때마다 친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네요. ^^;

큼이의 반장 공약 이야기를 들으면서

"매일 책을 가져오겠습니다."

실질적인 공약을 제시했고,

큼이는 매일 학교에 책을 가져갔고,

공약을 지키고 실천했고, 그러자

친구들도 책을 가져오기 시작했고,
담임 선생님께서도 책을 사서 학급 문고를 가득 채워주셨어요.

반 분위기가 전혀 다르게 변화했어요.

이런 게 정책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더가 실질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지키고 실행하면 변화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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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큼이 멋지네요! 저도 반장을 몇번 했었는데 공약이 뭐였더라.... 🤣🤣 기억이 하나도 안나욤. 허허~~

반장을 몇 번이나 하셨었다니!!! 한번도 못한 저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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