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 프로젝트(2)

in Steem Book Club4 years ago (edited)

하지만, 졸업을 한 나를 다시 신입생으로 받아줄 정신없는 학교는 아마 이 나라에선 없을 것이다.

대안학교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대안학교는 뭐라 할까.. 그냥 내가 계획한 악바리프로젝트와는 그리 어울리는 곳은 아닌 듯 했다.

난 내가 지난 3년 간 학창시절을 보내며,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에 다시금 의미를 부여해보고 싶었다. 김서월 시인의 “꽃”이란 시 중에서 하찮은 꽃에 그 이름을 불러주어 작자에겐 남다른 큰 의미가 되어버린 그 꽃처럼 말이다.. 따라서 지난 3년 간 놓쳐 버린 것들을 다시 찾아가기 위한 “악바리 프로젝트”의 취지를 십분 살리기 위해서라도 내가 다녔던 학교와 비슷한 조건의 학교 중에 나를 다시 학생으로 받아 줄 수 있는 학교를 찾아 보기로 하였다.

이런 생각에, 나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우선 모교를 찾아가 나를 지도하셨던 고3 담임께 나의 계획을 말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난 내가 졸업한 모교를 다시 찾아가게 되었다..

졸업을 함과 동시에 그 인간의 면상은 다시는 보지 않을꺼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다시 봐야하는 상황이 일어날 줄이야.. 참 모를 일이다.. 인생은.

말쑥하게 차려 있은 나는 교무실 문을 살며시 열어, 담임의 위치를 확인하기위해 열린 문틈으로 한쪽 눈을 한껏 힘을주어 살펴보았다... 담탱이는 자리에 없었다.. 다행이었다...

그냥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자리에 없어줘서... 참.. 다행이었다..

교무실 문을 살며시 당겨 닫았다. 다른 쌤에라도 들킬까봐 덜꺽 겁이났다...

졸업을 했어도 교무실의 공포는 여전했다.. 아니 이젠 아예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갑자기 악바리프로젝트고 뭐고 그냥 줄행랑이라도 치고 싶었다...

그렇게 교무실 문을 닫고, 살며시 뒤 돌아 서는 내 눈앞에는..

이런... 띠그럴...

담임이 떡하니 서 있었다...

딱 봐도... 나를 맘에 않들어 하는구나하는 걸 느낄수 있었다...

“ 뭐야!! ”

“졸업한 놈이 뭐 좋을 게 있다고.. 다시 교무실 문 앞에서 얼쩡거려?”

그래도 간만에 만난 제자한테 한다는 소리가 요 따위다...

“네.. 선생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90도 꾸벅 폴더인사를 전하곤... 아무 말 없이.. 그저 머리만 끌적거리고 있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뭐야? 뭔일이야?”
“졸업사진 받으러 왔어?... 너 졸업식 때 안왔지?
“이 새끼... 꼭 공부도 못한 것들이 지 졸업식 날까지도 삶을 불성실하게 임해요!!!”

나.. 졸업식 때 참석했었는데... 이도저도 아니게 지냈어도 고등학교 동안 한번도 결석을 안했던 난데... 그래서 개근상도 당당히 받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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