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도미니카 1 / 장문석
돌아가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어제는 뜨거운 불비
석류알처럼 쏟아지는 쿠릴열도를 지났고
오늘은 날카로운 유빙
아이스크림처럼 떠도는 베링해를 건넜다
갑판은 불타고 뱃머리는 깨졌건만
앞에는 여전히 송곳니 날카로운
알래스카만의 붉은 아가리
이미 깊숙한 불의 고리이다
불의 고리 곁에는 기다렸다는 듯
거대한 대륙, 허리 가로질러
운하 넘으면 또다시
몰아치는 허리케인, 첩첩일 것이다
마치 잘 숙성된 복선처럼
그날 새벽, 파랑의 행간에 얼비친 블루홀
닿을 수 있을까
보석보다 짙푸른 카리브해의 눈동자
그 가늠할 수 없는 심연의 꼭짓점까지
자맥질할 수 있을까
거기서 한 마리의 말이 된다면
말이 되어 해풍에 비늘 찢긴
뭇 해마海馬들 더불어
고요한 묵도의 깊이에 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또한
도미니카 니카 니카, 노래를 부르며
말들의 공화국, 그 신비의 블루홀에
붓 한 자루 너울거릴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