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조선요괴대전 - 천상의 활 3화

창백한 여인은 조금씩 은성을 향해 다가왔다. 마치 커다란 흰 뱀이 몸을 감아오는 것 같은 섬뜩함이 은성의 온 몸을 사로잡았다. 은성은 온 몸이 마비가 된 것처럼 꼼짝달싹 할 수 없었다. 스르르 기어오던 여인은 긴 혀를 내밀어 은성의 등 뒤를 핥기 시작했다. 여인의 혀가 등에 닿자 온 몸의 털이란 털은 죄다 바짝 서는 것 같았다.

은성은 엄청난 공포감에 정신을 바로 잡을 수 없을 정도였지만 어릴 때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를 떠올리곤 최대한 등 뒤의 여인을 의식하려 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문고리를 돌려 방안으로 어떻게든 발걸음을 옮겼다.

‘세상에는 인간과 다른 존재가 많아. 밤이 깊으면 그들은 어둠에서 빠져 나와 사람에게 달려들곤 하지. 그럴 때는 절대 아는 척을 하지 말거라.’

‘사람에게 왜 달려드는 거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게지.’

‘그럼 들어주면 되지 않아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줘도 좋지. 하지만, 두려움을 들키면 안 된다. 두려움을 들키는 순간 그들은 너의 영혼을 가져 갈 거야.’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죠?’

‘잠시 눈을 감아야지. 그리고 두려움에 피하지 말고 직면해야 한단다.’

옛날 할머니의 말대로 은성은 무작정 눈을 감았다. 여인은 ‘넌 나를 봤어! 아까 봤어! 분명히!’라고 하며 계속 은성의 뒤를 핥아댔지만 은성은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그저 눈을 감고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감추려는 시도를 계속 했다. 두려움이 극에 달하고 시공이 멈추어버린 것 같은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눈을 다시 떴을 때 주변은 고요했고 방 안에는 은성 혼자뿐이었다.

은성은 겨우 한숨을 몰아쉬었다.

온 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온 몸에 힘이 풀린 은성은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살아오면서 지금처럼 두려웠던 적이 있었던가, 은성은 현실인지, 꿈일지 모를 공포의 순간을 떨쳐내려고 애를 쓰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잠에 들었다.

그날 밤, 은성은 꿈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난리 통에 죽어나가는 처참한 광경을 보았다. 놀랍게도 은성은 말 위에 타서 사람들을 베고 찌르고 있었다. 크나큰 불길에 휩싸인 마을 사람들은 은성의 칼을 피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가고 있었다. 그들은 깊은 공포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한 꼬마 아이는 은성의 칼 앞에서 눈을 감고 서있었다. 은성은 눈을 감고 서있는 소녀를 보고 깜짝 놀라 칼질을 멈추려 했지만 달리는 말의 관성을 멈출 수 없었다. 칼이 소녀의 몸을 관통하려는 순간, 은성은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햇살이 은성의 얼굴을 정면으로 비추고, 은성은 반사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부엌에서 밥 짓는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왔다.
할머니가 은성의 방에 들어와 말했다.

“무슨 꿈을 꾸었길래 그리도 식은땀을 흘리고 소리를 지르니. 오늘은 대충 밥을 싸서 요 앞에 있는 절에 다녀오자.

“할머니 몸은 괜찮겠어요?”

“몸이 더 나빠지기 전에 불공이라도 드리고 싶구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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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years ago 

소설을 쓰시는군요^^ 소설가 오랜만에 뵙네요. 반갑습니다~ 팔로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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