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사담당자의 번아웃 탈출기] 2화 - 나, 어쩌다 번아웃 됐지? + 어떻게 해결할까?steemCreated with Sketch.

스타트업 인사담당자의 번아웃 탈출기

1화. 뭔가 이상한데. 이런 걸 번아웃이라고 부르나?
2화. 나, 어쩌다 번아웃 됐지? + 어떻게 해결할까?
3화. 번아웃, 어떻게 해결할까?
3화. 번아웃 탈출 시도 첫번째 - 자율성 되찾기
4화. 번아웃 탈출 시도 두번째 - 가치 되찾
5화. 번아웃 탈출 시도, 그 결과.

스팀 파워가 떨어져서.. 다시 채워지는 걸 기다리느라 늦었습니다:-) 뉴비는 쉽지 않네요!

2016년에서 2017년 넘어가던 겨울, 이 팀에 합류했다. 이전 사업 때부터 함께였던 두 대표는 막 피벗팅을 결심한 참이었다. 나는 교육 공무원인 두 부모님 밑에서 IMF란 것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살아온 세상 물정 모르는 20대 청년이었고, 대학에 가서 진로를 고민할 때 "기업 취직"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사람이었다. 다행히 그때즈음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기업을 만드는 것임을 받아들인 상태였다. 재밌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가까운 사이였던 두 친구가 도움이 필요한 것이 명확해보였다. 내가 뭘 도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일단 "일손"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한 이 일이 5년이 다 되어 간다. 5년 사이 나에게는 "빨간날"이란 개념은 "택배 배송 안 되는 날"로 바뀌었고, "명절"은 "밀린 일 처리하는 기간"이 되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당시 몇 달은 대학원 과정을 병행하고 있어 밤 12시 넘어 일을 마무리 짓고 집에 가서 새벽 다섯 시까지 공부와 과제를 했다. 그리고 잠깐 눈 붙이고 7시까지 다시 출근했다. 결국 휴학을 했고, 상황은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잠자고 먹는 시간을 빼면 나머지 시간은 일이었다. 다행히 동료들의 배려로 2018년과 2019년에 한번씩 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다.

우리 회사는 흔히 뉴스에서 접하는 일반적인 스타트업과는 달리 외부 투자를 거의 받지 않고 지인의 도움과 자생할 수 있는 구조로 지난 5년을 버텼다. 그래서 성장의 곡선이 아주 급격한 J커브는 아니다. 자금적인 여유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한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과실은 분명 구성원들, 특히 초기 멤버의 삶과 영혼이 아낌없이 비료로 쓰여 얻은 것이란 점이다.

나의 삶과 영혼도 그 비료로 쓰인 것은 틀림없다. 나는 이 점이 아주 자랑스럽다. 하지만 내가 나 자신을 위해 써야 할 비료마저 내줘버린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올해 초 그 여파가 아주 심하게 몰아쳤다.

일과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눈을 떴는데 회사에 가고 싶지 않다는 강렬한 욕망이 매일 아침 들었다. 책임감이 내 몸을 끌어다 회사에 갖다 두면, '다가오는 모든 사람과 일을 무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가 잘 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마음이 전처럼 울렁거리지 않았다. 내가 해야 할 일만 하고 얼른 집에 가서 잠을 자고 싶었다. 일상에서 다른 초기 멤버들에게 시니컬해졌고, 잘한 일을 추켜세우는 빈도보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빈도가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다행히 내가 이상하다는 건 며칠 되지 않아 깨달았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만큼 조절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무기력감과 냉소적 태도가 새어나오는 것이 때때로 느껴졌다.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 앞에 쌓인 일들을 두고 떠나기가 망설여졌다. 두렵기도 했다. 가능한 한 다른 사람들과 업무적으로 부딪히는 일을 만들지 않는 임시 방편을 택했다.

그런 나에게 HBR의 번아웃 주제 아티클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번아웃이 온 근본 원인은 내게 있다고 믿고 있었다. 내가 쉬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업무량을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조금만 에너지를 쏟아도 되었을 일에 에너지를 많이 쏟았기 때문에... 일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지만, 은연 중에 나의 동료들도 번아웃의 귀책 사유가 나에게 있다는 표현을 종종 했다. '소라님, 거기에 그렇게 에너지를 쏟으면 번아웃이 올 수밖에 없어요'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아티클 저자의 말은 달랐다. 첫 문장부터 달랐다. "번아웃증후군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 탓입니다."

번아웃 해결 과정 1 : 번아웃에 대해 알아보기

그 때부터 번아웃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원인이 무엇이고, 어떤 증상들이 있는지. 번아웃과 우울증은 어떻게 다른지. 해결 방법으로 제시할 만한 것은 무엇이 있는지. 덕분에 처음 읽은 HBR 아티클에서는 원인과 증상을 혼동하여 글을 썼다는 점도 알게 됐다. 1편에서 이야기 했듯 탈진, 냉소적 태도, 자기효능감 저하는 번아웃 증후군을 구성하는 증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아직 번아웃의 원인을 밝히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번아웃이라는 현상과 상관관계가 강한 것으로 확인된 6가지 측면(업무량, 자율성, 보상, 커뮤니티, 공정성, 가치)은 알고 있다.

번아웃 해결 과정 2 : 나의 번아웃에 영향을 주었을 환경 요인 알아보기

그렇다면 나의 번아웃과 관계가 깊은 것은 6가지 측면 중 무엇일까? 나는 번아웃과 관계가 깊은 6가지 측면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했다.

"업무량"을 검토했을 때 나는 굉장히 빠르게 아니라는 답을 내렸다. 사실 나의 업무량은 과거 그 어느 때와 비교해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물론 그 난이도는 달라졌지만, 줄어든 양을 고려하고 좋은 컨디션의 내가 수행한다는 것을 가정하면 충분한 업무량이라고 쉽게 답을 내릴 수 있다. 보상과 커뮤니티의 경우 팀원들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요인이었다.

오히려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한 것은 자율성, 공정성, 가치라는 세 단어들이었다. 실제 업무 환경과는 무관하게, 스스로 자율성이 없다고 느낀 지가 오래 되었고 자율성이 침해받는 상황이 많다고 느끼고 있다 보니 유사 상황에 굉장히 민감해져 있는 상태였다. 유사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와 나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다르다며 대표에게 개인적 관계에서 서운함을 호소한 일이 여러 번 있었다. (물론, 대표가 나에게 기대하는 차원이 다른 직원들에게 기대하는 것보다 높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의 직무에서 내가 하는 일이 변화를 만드는 데 의미 있게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자, 이제 내가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 받는다고 느끼지 못하는 상황, 공정성이 무너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상황, 나의 직무가 가치로운 일인지에 대해 믿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나의 번아웃과 관련이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가설이 사실이라는 전제를 두면, 난 이 상황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번아웃 해결 과정 3 : 해결 방안 계획하기

먼저, 이 문제들이 내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자율성을 조금 더 느끼기 위해서는 이미 능력을 인정받은 업무로 업무 영역을 줄이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 그렇다면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업무를 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앞서 능력을 인정받은 경험이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만약 내가 인정받은 영역이 아직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서 인정받는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공정성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한번 더 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공정성은 내 마음의 문제에 달린 것만은 아니니, 공정함을 쥐고 있는 사람의 이해와 변화를 요구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 변화의 결과를 만드는 건 쌍방의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마지막 가치 부분은 스스로 점검해보기로 했다. 첫번째로 할 일은 내가 가치롭다고 생각하는 것, 만들고 싶은 변화가 어떤 모습인지를 정리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그리고 회사에서 가치를 두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일이다. 아마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둘 사이의 간극이 있는지, 있다면 메워질 수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이 해결 방안들을 시도해나간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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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years ago 

반가워용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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