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사담당자의 번아웃 탈출기] 1화 - 뭔가 이상한데, 이런 걸 번아웃이라고 부르나?steemCreated with Sketch.

스타트업 인사담당자의 번아웃 탈출기

1화. 뭔가 이상한데. 이런 걸 번아웃이라고 부르나?
2화. 나, 어쩌다 번아웃 됐지?
3화. 번아웃, 어떻게 해결할까?
4화. 번아웃 탈출 시도 첫번째 - 자율성 되찾기
5화. 번아웃 탈출 시도 두번째 - 가치 되찾
6화. 번아웃 탈출 시도, 그 결과.

번아웃,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렸죠. (이 문장을 쓰고 나니 조금 슬프네요. 번아웃이나 우울증이 익숙한 단어가 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예요.) 저는 10년 전 즈음 이 단어를 대학에서 처음 접했어요. 저는 교육학을 전공했는데, 당시 교수님 중 한 분께서 "학업 소진"이라는 개념을 연구하고 계셨죠. 진로를 고민하던 중 교수님들의 연구를 살펴보다 이런 개념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어요. 당시만해도 번아웃 증후군은 그리 널리 알려진 개념이 아니었죠. 이제는 번아웃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몇 가지 감정이 함께 연상될 거예요. 무기력감으로 대표되는 감정 말이죠.

처음 제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 제가 제일 먼저 발견했던 것도 무기력감이었어요. 그 때 제 자신이 번아웃 아닐까 의심을 하게 됐죠. 의심을 시작하자 제가 번아웃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잘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아마 대다수의 분들도 저와 비슷할 것 같아요. 단어는 익숙하고 연상되는 감정이나 태도가 있지만 번아웃이 무어냐고 물으면 마땅히 표현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일단 번아웃이 무엇이고 무엇에 영향을 받아 생기는지 알아보기로 했어요.

찾아보니 제가 스스로 번아웃이란 개념을 설명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더라구요. 번아웃 증후군이란 것의 정의가 제대로 정리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2019년 WHO에서 IDC-11을 통해 정리한 번아웃 증후군의 정의는 다음과 같아요.

번아웃(소진)은 만성적인 직장 스트레스가 적절히 다뤄지지 못한 결과로 개념화 되는 증후군이다. 번아웃 증후군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 에너지가 소진된 느낌. 둘째, 본인의 직업에 대한 정서적 거리감 증가 또는 냉소적 태도. 셋째, 성취감의 부재 또는 자기 무능감.1

이전 버전인 IDC-10 에서 단순히 "활력의 소진 상태"라고 정의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구체적이게 되었죠.

이러한 진보를 이뤄낸 장본인으로 꼽히는 크리스티나 마슬락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번아웃을 예측할 수 있는 여섯 가지 요인이 있답니다. (생각보다 많아서 저는 좀 놀랐어요..!)

첫번째는 업무량이예요. 아마 많은 분들이 번아웃이 왜 왔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하면 일이 많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먼저 생각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마슬락 박사에 따르면 업무량이 예측할 수 있는 하나의 측면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하지 않은 측면일 것이라고 해요.

두번째는 자율성(혹은 통제권)입니다. 어떤 사안에 대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지 같은 문제들이 여기에 포함되죠. 만약 내가 시키는 일만 하고 있고,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업무에 전혀 반영할 수 없다면 자율성을 느끼지 못하게 될 거예요.

세번째는 보상입니다. 보상하면 아마 금전적/물질적 보상들, 예를 들면 급여나 보너스 같은 것들이 먼저 떠오를텐데 여기서 중요한 보상은 "사회적 인정"이라고 해요.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인정 받는 경험이 전무한 상황이 번아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거죠.

네번째 측면은 공동체입니다. 여기서 공동체란 내가 일을 하며 교류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을 말해요. 내가 속한 팀과 빈번하게 교류하는 다른 팀, 그리고 회사가 되겠죠. 만약 내가 속한 공동체로부터 내가 충분한 지지를 받고 함께 원만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면 번아웃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겠죠. 하지만 그 반대라면 어떨까요? 답은 너무 간단하네요.

다섯번째 측면, 공정성입니다. 여기서의 공정성은 앞서 말한 공동체 안에서의 정책이나 의사결정 방식, 업무 진행 과정 등이 공정하게 운영되고 관리되는지 여부를 말해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기준에 의해 불공정한 처우를 겪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번아웃과 관계가 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겠네요.

마지막 여섯번째 측면은 가치입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느끼는지 여부를 뜻하죠. 많은 일을 하더라도 그것이 가치 있다고 느끼거나, 어떠한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가치를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일의 어떤 부분에 열정을 느끼는 것이나, 신념이 반영된 일을 하는 것도 가치와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번아웃이란 무엇이고, 무엇이 번아웃이라는 현상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본 내용이랍니다. 저는 여기까지 찾아보고 나니, 제가 번아웃을 겪는 데 영향을 준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 감이 조금 잡히더라구요. 이 글을 읽어주신 분도 저와 비슷하게 감을 잡으셨다면 좋겠어요. 다음 번에는 제가 저의 번아웃과 관련된 주요 요인을 찾고, 또 해결책을 마련한 이야기를 가지고 올게요.

1 번아웃은 특별히 직업적 맥락에서의 현상을 가리키며, 다른 삶의 영역에서의 경험을 지칭하는 데 적용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여져 있음.


글을 쓰기 위해 참고한 자료들

  1. 번아웃 증후군이란? - 번아웃의 개념 (정신의학신문)
  2. Maslach Burnout Inventory
  3. IDC-11 for Mortality and Morbidity Statistics
  4. Understanding Job Burnout - Dr. Christina Maslach
  5. The Maslach Burnout Inventory Man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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