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지슬, 보셨나요?

in Korea • 한국 • KR • KO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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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쯤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제 프사에 있던 노란 리본. 4월 16일을 기념하여 바꿨더랬죠. 제가 평소 존경하는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너 프사가 노랗더라. 공부하는 사람이 공부나 해야지 쓸 데 없이 그런 정치적인 것에 관심을 갖냐, 참 큰일이다"

저는 그말을 들으며 그분에 대한 오랜시간동안의 존경심을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얼마나 정치적이고 사회적 식견이 깊은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 노랑이의 의미를 알면서 정치적 문제라고 생각한다는게, 싸우거나 설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분이 담을 수 있는 세상은 딱 그정도였으니까요. 그게 정말 정당이나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다르게 볼 수 있는 문제였던가요.

지슬이란 영화를 보셨나요?

4.3사건이란 이름으로 우리가 기억하는 민중봉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국가가 온갖 이념과 정치적인 논리로 합법적인 방법으로 자국의 시민들을, 더구나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살해한 아픈 기억을 보여주는 단편이죠.

제주도에 와서 보니, 일본의 남경침략의 근거지가 되었던 알뜨르 비행장과 4.3사건 때 무고하게 죽임을 당하고, 그 사실까지 오랜시간 잊혀져야했던 수백의 사람들의 기념비가 이곳에 함께 있군요. 지슬이란 영화를 보면 이 사건의 과정이 잘 그려지고 있습니다만, 사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근대사에 대해서 잘 모를겁니다. 우리의 근대사는 자세하게 알려지면 안되었으니까요. 2021년 현재에도 여전히 우리가 잘 모르는 많은 이들의 억울한 이야기가 여기에 묻혀 있습니다.

이 장소를 함께 가자고 하신 선생님은 근대사 전공자는 아니지만 “이런 과거의 역사들을 우리가 몰라도 잘 사니 어쩌면 신경 안쓰고 사는게 더 나은건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왔으니 과거사를 마주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하시는군요. 진보적 성향이지만 현재의 보수는 물론 평소 진보정당 조차도 탐탁치 않게 생각하시는 분인데, “이렇게 사람이 죽고 억울함이 밝혀졌는데 좌우라는 구분이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혀를 끌끌 차시더군요.

시간이 많이 지났고, 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보이는 이곳 멀리 처음와보는 제주의 사건 희생자들이지만, 울컥함이 났습니다. 그간 아마도 같은 동족이라서가 아니라, 앞으로 또 누군가 혹은, 내가 유사한 일을 당한다면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데 생각이 이르자 울컥해질 수 밖에 없었네요. 누군가에게 누군가가 그런 일을 당할 때 지켜주고 억울함을 갚아달라고 요구받아야 하는 국가가 자신에게 저런 일을 저지른다는 갓. 얼마나 그것이 끔찍할지, 지금 가까운 이웃 홍콩과 미얀마가 겪고 있는 현재형이죠. 많이 밝현냈지만 여전히 국가는 이런 과거의 상처들을 다 밝혀내지 못했네요.

우리가 할 수 있는 별로 없죠. 다만 우리 모두가 그것을 기념하고 또 기억을 되새기기만 하면 됩니다. 그게 가장 중요하겠지요. 이땅에서 국가가 자국의 시민들을 이렇게 살상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말입니다. 그리고 아울러 우리 이웃의 많은 시민들에게도. 그래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섬에서 70여년 전의 우리의 상흔을 돌아보며 저 멀리 미얀마의 지금을 다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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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years ago 

좌우 구분없이 현실을 마주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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