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Bitcoin Maximalist 입장에서 본 오늘의 세상 - 2023년 12월
1. 요즘 비트코인이 가격상승세다. 엄청난 대세상승이 시작되었다고 설레발을 치거나 여러가지 상승 이유를 들며 사후합리화를 하는 사람들이 방송 여기저기에 출몰하고 있다. 이제 알트코인의 시간이 오고 있다고 벌써부터 김치국물 드링킹을 하는 자칭 전문가들도 속출하고 있다.
내 생각에 비트코인은 AI와 같은 파괴적인 기술이다. 이 기술적인 측면이 바꿀 미래 경제-화폐현상에 대한 이해가 없는 단순 가격 예상은 그냥 약장수가 약파는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 뭔 알트코인 불장론이나 선별투자론을 꺼내는 인간들은 그냥 사기꾼이다. 알트코인을 잘 고르면 1,000배 이익도 순식간이다. 자기가 무슨 알트코인을 사야될지 안다면 왜 시끄럽게 방송에 나와서 떠들겠는가? 그냥 조용히 부자가 되면 되지... 그런 인간들이 하는 말은 점쟁이들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수준의 이야기로 흘려들으면 된다.
그럼 비트코인이 단기적으로 언제, 얼마까지 오를지 예측은 불가능한가? 내 생각에 그렇다. 하지만 정말 대세 상승이 일어난 상황에서 어느 순간이 단기 정점인지는 확인해 볼 수 있다. 그 도구는 파이 사이클이다.
위 그림이 파이 사이클이다. 이 차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세로축은 날짜, 가로축은 가격의 로그값이다. 두 그래프가 우상향하다 만나는 시점이 단기 최고점이다.
이 그래프는 근 10년 간 정확히 비트코인 단기적 최고점을 예측했다. 이 차트로 볼 때, 지금은 두 그래프가 멀찍이 떨어져 있다. 우상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해도 확실한 추세가 나타난 것도 아니다. 심지어 이전 전고점도 돌파하지 못했다. 지금 상승장은 그냥 비트코인 가격 바닥이 단단해지면서 일어나는 현상 정도로 보는 게 맞다.
정말 암호화폐의 단기 정점을 향한 랠리가 시작되면 가격 상승은 훨씬 가파르고 가격도 훨씬 높을 것이다. 그게 내년인지 내후년인지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좋게 봐서 대세상승 초입 정도다. 아직 갈 길이 멀다.
2. 알트코인 이야기를 하자면 이제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어떤 생태계를 구축하고, 그 생태계의 화폐가 되겠다는 수준의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멀리할 때가 되었다. 난 아직 그런 아이디어로 성공한 알트코인을 본 적 없다. 자동차 생태계에 활용된다던 토큰, 심지어 포르노 업계에 사용할 수 있다던 토큰 모두 가치가 0으로 갔다.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어떤 부분적인 생태계를 구축하여 여기에 사용되는 토큰을 유통시켜 가치를 지키려면 그 생태계를 창조한 다음, 다른 경쟁자를 모두 봉쇄하거나 물리치고, 그 생태계 안에서 토큰 사용을 강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은 국가도 못 한다.
예를 들어 BRAVE라는 토큰이 있었다. 난삽한 인터넷 광고업계를 단순화하고 광고주와 광고를 보는 사람에게 이 토큰으로 공정한 보상을 하겠다는 아이디어다. 개발자도 명망 높은 사람들이다. 이를 위해 자체 웹브라우저도 만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업 모델도 타당하다. 인터넷에 광고업자가 난립한 것도 사실이고, 광고가 뜨면 귀찮기만 하지 우리에게 직접 뭘 주지도 않는다. 광고 생산자와 광고 소비자 사이를 단순화하여 소비자에게도 이익을 주면 좋지 않겠는가?
문제는 그 특정 사업모델은 좋지만 딱히 왜 그 토큰을 써야 하냐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하고 그 보상으로 달러나 원화, 비트코인을 주면 안 되나? 사업적 아이디어에 무리하게 불필요한 토큰을 집어넣은 것이다. 차라리 토큰을 없애고 생산자, 소비자에게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으로 보상했다면 이 프로젝트가 더 오래갔을 것이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BRAVE는 꽤 탄탄하고, 정직한 프로젝트였다. 이것에 1/100도 못 미치는 잡다한 프로젝트가 알트코인의 대부분이다.
비트코인 외에 살아남아 번성할 암호화폐는 비트코인과 연동되는 second chain, 이더리움과 같이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하는 스마트컨트랙트 체인 정도다. 그 외에 특정 분야에 요긴하게 쓰인다는 알트코인은 주의해서 봐야 한다.
가장 간단한 감별 방법은 이것이다. 어떤 알트코인 생태계 안에서의 보상이 그 알트코인이 아니더라도 무리 없이 돌아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명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지만, 알트코인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증명하는 것에 치중할 때 가치를 갖는다. 게임이나 기타 협소한 분야에 사용되는 빠칭코의 구슬 같은 토큰이 아니라 특정 저작권의 증명, 연산력이나 웹 저장능력 사용권의 증명같이 소유권이나 기타 권리를 증명하는 알트코인의 일부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혹시 3-4년 전의 나를 기억하는 분이 있다면 나는 부실한 알트코인 사냥꾼이었다. 얼마나 말 같지 않은 프로젝트가 많았는지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 것이다. 이제 다시 그런 것들이 슬슬 기어 나올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3. 그럼 정말 게임체인저가 될 만한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없는가? 내 생각에 어떤 프로젝트가 불필요한 토큰을 도입하지 않고, 화폐의 본질적 시스템에 작용하는 것이라면 크게 성공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말해왔지만, 애플이나 테슬라를 넘어 진정한 4차산업 기업이 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은 여러 암호화폐, 명목화폐의 CBDC, 여러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 즉시 환전하고, 사용할 수도 있는 개인 지갑/환전/지불 시스템이다. 이를 모두 효과적으로 해내는 시스템의 등장하는 순간 암호화폐를 비롯해 전 세계의 화폐 시스템은 임계점을 돌파한다.
이런 시스템이 활성화된다면,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화폐로 자기 재산을 저장, 투자, 사용할 수 있다. 환전 없이 외국 여행을 나설 수 있고, 심지어 정부에 약탈당하지 않고 모든 자산을 외국으로 옮겨 새 삶을 시작할 수도 있다. 정부가 유발하는 통화 팽창과 같은 사악한 징세에서도 자유로워진다. 근대 민족국가가 끝나고 인류 공동체 기반의 질서가 나타나는 순간이다. 난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4. 올해 초에 나는 올해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위험을 예측해 보았다. 그 글은 여기에 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 올해 안에 장단기금리차 역전이 해소되고, 본격적인 불황이 찾아온다.
- 북한이 저강도 도발을 할지도 모른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되거나 중동, 세르비아와 같은 곳에서 새로운 분쟁이 생길지 모른다.
북한은 저강도 도발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조용히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위성을 이용한 정찰능력까지 손에 넣었다. 올해 북한이 하는 짓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적이지만 경탄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미국과 한국, 일본에 대한 핵보복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을 이처럼 꾸준하고 집요하게 추구하여 성과를 내는 것을 보면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통상 실패한 위성 발사체를 보완하여 성공시키는 데는 1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 우리도 누리호 1차 발사에 실패하고 다시 성공하는 데 1년이 걸렸다. 북한은 3개월 만에 이를 해냈다. 게다가 새로운 발사체는 이전 것의 오류를 수정한 정도가 아니라 더 발전된 버전이다.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다고 폄훼만 하는 것은 정확한 현실 인식이 아니다. 북한의 GDP는 세계 110위권이다. 일 인당 GDP는 140만 원도 안 된다. 이 정도 가난한 나라는 제대로 작동하는 정부가 없기 마련이다. 북한 정권은 서구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들을 상대로 전략적 목표를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고 있다. 북한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독특한 나라다.
이제 북한이 핵무기뿐 아니라, 독자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감시할 능력까지 얻었다고 봐야 한다. 좋지 않은 신호다. 중국의 북한 전문가가 "북한은 나쁘지만 미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하게 된 속마음이야 모를 일이지만 맞는 말이긴 하다. 북한의 전략적 목표는 북한 정권의 안전이다. 김정은 정권이 미국이나 한국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북한을 상대하려면 북한을 그냥 미친놈이라고 보기보단 북한의 편집적인 두려움을 이해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단기간 안에 모험적인 군사도발을 할 가능성은 줄어든 것 같다. 우리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다면... 짖는 개는 무섭지 않은 법이다. 우리 체면이 있지 북한을 보고 짖기만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우리의 군사력을 건설할 뿐이다. 수년 안에 우리의 독자적 핵무장에 힘이 실릴 것이다. 지금부터 이를 준비해야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안타깝지만 독자적이고 치명적인 군사력을 건설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면서 북한을 향해 짖기만 하고 있다. 목표를 집요하게 추구하는 거지국가와 목표를 추구할 용기도 없는 부자국가... 지금 한반도의 현실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확전하지 않았다. 이런 말을 하면 미움을 받겠지만, 이는 대체로 러시아가 인내심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아마 우크라이나 영토를 희생하여 이 전쟁을 마무리하는 돌파구가 생길 것이다. 생각보다 우크라이나 사정은 위험하고 심각하다.
러우전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우려했던 중동에서 전쟁이 터졌다. 뉴스에 크게 나오지 않지만, 이란의 프락시들은 이라크와 시리아의 미군기지를 거의 매일 강도 높게 공격하고 있다. 수십 명의 부상자가 나오고 사망자도 꽤 있는 것 같은데 바이든 정부는 보도를 억제하고 이를 악물고 참고 있다. 예전 같아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대적인 보복을 했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전되거나 커지고, 경제와 여론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 바이든 자신이 낙선하게 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치인들 얍삽한 것은 똑같다. 사실 이런 정치인을 뽑은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중동에서 새로운 분쟁이 일어난다는 것을 빼면 예측이 맞은 것은 없다. 사실 세 가지 예측이 다 일어났다면 세상이 결딴났을지도 모른다. 내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온 인류가 포연과 불확실성의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위 글과 다른 글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도 올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