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요즘은 그래도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 보려 하는 중이다. 잠시 휴학하는 동안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차례차례 하고 있다. 스팀 소개글에도 있지만, 내 삶은 꽤나 단순하다. 기초적인 생존에 필요한 것들 - 먹고, 자고, 배변배뇨하고, 씻고 등등 - 을 포함해서 그리고, 만들고, 글쓰고, 운동하고, 공부하고, 여행다니는 삶. 이런 삶이 내 거의 전부이다. 어제는 운동 겸 짧은 여행 겸 다녀올 데가 있을까 고민해 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돈 없이는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내에 나가도 나는 소비하는 인간이 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다. 친구들과 보내는 일정을 검토해 보면 그 모든 과정이 소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마자 괴이하게도 소비에 대한 극한 혐오가 순간 찾아 왔었다. 내 자유가 억압당하는 것만 같았다. 마치 소비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여기저기 퍼져 있는데, 내가 안전하게 나일 수 있는 공간은 이제 대부분 잠식당해 집과 도서관, 공공기관, 공원 등 몇 군데 아니고서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가끔은 내가 돈에 구애받지 않거나, 돈이 사라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전자라면 돈이 꽤나 있어야 할 테고, 후자라면 경제 체제가 마비된 상태일 것이다. 사실 가끔은, 정말 가끔은, 아니 꽤 자주, 그러면 안되지만, 물질의 호혜를 받고 있는 입장으로서 지금 내 상황에 감사하고 저 먼 야생에서 벗어나 생존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지만, 가끔은 야만이 그립다. 그냥 본능대로, 내 머리가 시키는 대로, 그냥 살고 싶다. 그냥 내가 되고 싶다. 가끔은, 아니 꽤 자주, 사회가 넌덜머리가 나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부분의 가치가 유동적이라는 사실을 잊고 내게 그 가치를 따를 것을 요구하고, 그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나를 사회적으로 강제할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나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 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나 자신과 사회를 타협해 나갈 것이며, 끊이지 않을 줄다리기 속에서 고통받으며 행복하며 갖가지 사랑을 맛볼 것이다.
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가? 나는 사회가 넌덜머리가 나면서도 사람들이 너무나 좋다. 이전에는 나는 인류애는 있다만, 인간애는 없는 사람이요 하면서 스스로를 다짐시키고는 했다만,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인간이 너무나 좋다. 인간을 사랑한다. 인류애와 인간애는 공존하는 것이었으며, 나 또한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더 고통스러웠고, 그래서 더 행복하다. 내가 사회에 나를 끼워 맞추기 싫다는 것, 사회의 생각이 내 생각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하지만, 그렇기에 더 아프다는 것이 모순적, 아니 역설적이다.
인생을 기쁘게 살아가고 싶지만, 인생을 동시에 슬프게 살아가고 싶기도 하다. 이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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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니 제 예전 모습이 생각나네요;;
저도 아무것도 모를시절에는 마냥 열심히 살면 행복하게 살수 있겠지 생각했지만,, 사회.. 돈.. 경제...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그동안 내가 너무 몽상가로 살았던것 같아요
지금도 공부하면서 알아가고 있지만,, 사회, 돈 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하고 있네요..^^;;

사회 초년생 쯔음이라 더욱 돈에 대한 압박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ㅠㅠ 돈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는 세상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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