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고...

in Korea • 한국 • KR • KO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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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뉴를 고를 때 선택을 망설이다 남에게 미루는 사람을 꽤 자주 본다. 본인은 결정장애라서 선택이 어렵다는 이유다. 여기서 ‘결정장애’는 흔히 쓰는 말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단어다. 저자는 혐오 표현에 관한 토론회에서 자신도 모르게 썼던 이 단어 때문에 끝나고 참가자에게 지적을 받고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이후 장애인 인권운동 활동가에게 확인한 결과 무언가에 ‘장애’를 붙이는 건 부족, 열등함의 의미하고 관념 속에는 장애인을 그런 존재로 여긴다는 얘기다. 이 책의 주제가 다 담겨있는 듯 하다. 우리가 모르고 차별하고 비하하는 표현이 얼마나 많던가. 코미디 프로 웃찾사에서 흑인 분장으로 나와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방송을 난 기억하고 있다. 웃기지도 않았고 단지 흑인을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서 나왔었다. 내 눈에도 굉장히 불편했던 기억이다. 이 일로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빈다며 비판과 언쟁이 오고 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그 옛날 시커먼스라는 코너에서 두 명의 흑인 분장을 한 개그맨이 몸동작으로 웃음을 줬던 기억이 났고 책에도 언급되어있다. 이러한 흑인 분장 공연은 1950년에 미국에서는 금기시 돼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인지 못 하는 인종차별, 서양인이 눈꼬리를 찢으며 보이는 행동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는가. 사회에 만연한 차별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비하성 유머라고 해도 그 영향력은 모든 집단이 똑같지 않다고 한다.

‘무슬림, 게이, 여성 등 사회적 차별에 취약한 집단에 관한 비하성 영상이나 방송은 잠재된 편견을 표출시키는 효과가 크다.’

 유머와 놀이를 가장한 비하성 표현들은 그렇게 '가볍게 만드는 성질' 때문에 역설적으로 ‘쉽게 도전하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이런 언어 공격은 인간 내면의 아주 본질적인 부분에 비수처럼 날아와 꽂히는 반면, 그 말이 왜 문제인지 설명하기는 너무나 어렵고 설명할 기회의 순간은 짧다. 주로 차별의 표현은 유머로 둔갑해서 함께한 자리에서 웃어넘기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그 자리에서 웃는 모습을 보인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고 한다. 문제를 제기할 만큼 순발력이 없다면, 웃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소극적 저항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이런 경험은 나에게도 꽤 기억에 남아있어 공부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책에는 이외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유치한 호칭의 차이를 부여한 차별을 소개한다. 언젠가 대화 속에서 이러한 차별을 감지한다면 순발력을 발휘해 바로 오류를 바로잡을 만큼의 인지력을 높여야겠다. 책은 차별을 화두로 던지고 평등한 인류애를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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