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홍색으로 락카칠을 한 자전거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 동네에는 사진에서 보이는 다홍색 락카칠을 한 자전거에 주렁주렁 쇼핑카트를 매달아 다니는 할아버지가 있다.

이 할아버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달 전 대로변 횡단보도에서였는데 시정 게시판 앞에 이 자전거를 세워 놓고 대자로 뻗어 계신 것을 경찰들이 발견해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여기 안 누우면 될 거 아니야!"

술에 잔뜩 취해 간신히 뗀 한 마디가 내가 들을 수 있었던 할아버지의 처음 음성이었다.
그러다 오늘 같은 곳을 지나가다가 자전거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날도 추운데 자전거만 놔두고 대체 어딜 가신 걸까?'

괜히 쓸 떼 없는 오지랖이긴 하지만 갈수록 매서워지려고 하는 추위에 어디에서 뭘 하고 계실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