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를 하다가
세대차이 이야기를 하면서 늘상 나오는 저장하기 아이콘이나 전화기 아이콘 모양에 관한 내용은 이제 좀 식상하다. 세상이 변하니 어찌니 하면서 듣던 붉은깃발법 이야기만큼이나. 그래도 태어나서 보니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세상을 만난 아이와, 다이얼 전화기부터 써온 나 사이의 세대차이를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게 전화가 아닐까 싶다.
얼마 전 조카와 통화하다가 갑자기, '왜 얘하고 통화할 때마다 늘상 음감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생각하니 조카나 친구들의 자식과 통화할 때도 좀 그랬던 것 같긴했다. 전화기라는 것은 늘상 귀에 대고 발신자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하는 것이거늘, 어찌 자꾸 전화기와 가까워졌다가 멀어진단 말인가.
알고봤더니 휴대폰 액정을 보느라, 폰을 귀에 대면 액정이 꺼지고 귀에서 떼면 액정이 켜지는 게 신기해서 그런 것이었다. 주위 어른들이 휴대폰 액정을 보던 모습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기도 했다.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것보다 폰을 이리저리 눌러대는 모습을 더 자주 봐서 그랬나보다. 간혹, 스피커폰으로 해놓은 상태로 휴대폰의 화면을 보면서 통화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을 것이다. 음성은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주고받으면서 액정을 눌러대는 모습을 보기도 했을것이다.
수화부를 귀에 대고 통화하는 건 기본이라 생각했는데 그 땐 그렇게 해야만 통화가 가능했던 시절이었고, 이제는 그러지 않고도 통화를 할 수 있는 세상이라 아이가 단순한 모방을 통해서는 그 기본을 익히기 힘든 시절이 된 것 같다. "전화기를 귀에 붙이고 통화를 하라"는 말이 예전과는 다른 의미가 되었다.
초등학생부터가 개인 휴대폰을 갖고 다니는 세상이니 "친구에게 전화를 걸면 친구네 가족이 받을 수 있으니 먼저 예의바르게 인사부터 하고 용건을 말하라"는 내용도 이젠 좀 구닥다리 전화예절이 되었을 것이다.
시대가 많이 변했죠!! ㅎㅎ
어릴적 어른들이 '세상 많이 변했다' 하시던 말씀, 이제야 느낍니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