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일기] 0804



크로아티아 흐바르섬입니다 : )

01
덥다. 짜증도 증발해버릴만큼 덥다. 양산을 쓰거나 모자를 쓰고 거리를 걷는데 그저 덥다, 얼른 어디 들어가고 싶다 씻고 싶다는 원초적인 생각만 든다. 그래, 우리 나라는 이제 여름이 가득하지.

02
그래서 욕망도 증발해버린걸까. 내게 엄청나게 많은 자산이 있다고 진지하게 가정해봤는데, 별다른 욕망이 크게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가고 싶은 곳도 없다. 좋게 생각하면 돈 때문에 억압해둔 욕망이 없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고, 그저 날씨가 더워서 의욕이 없기 때문에 떠오르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03
어젯밤에는 자기 전 캠핑에서 말 실수를 했다는 걸 L에게서 전해들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난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 그게 뭔지 말하기 전 L이 엄청나게 뜸을 들였는데 실제로 듣는 그 순간보다 그게 뭘까 추측하고 불안해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끔찍했다..... 애석하게도 나는 너무 신나고 들뜰 때, 누군가가 슬쩍 무장해제된 순간에 의도치않게 상대가 불편할 수 있는 말실수를 하곤 한다. .... 알게 되었으니 조심해야지. 그러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막말러로 불리는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의 DNA를 지니고 있군... 누군가에게 상처나 기분 나쁠 수 있는 말이 되지 않을까 살뜰히 살피는 건 천성이 아니라, 후천적인 학습에 가깝다. 이럴 때마다 한참 모자른 어린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 번 말을 아껴야 한다고 다짐해본다.

04
환승연애 시즌1에 과몰입중이다. 사람들은 의외로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른다. 게다가 감정이란 녀석은 얼마나 요동치고 변덕스럽고 상황에 지배되는지. 누군가는 너무나 원하던 사람을 원하는 자신의 감정이 착각이란 걸 깨달아 자유와 해방을 느끼고, 누군가는 자신이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상대방에게서 일관적이고 논리적인 감정의 흐름을 기대하고 확인하고 싶은지 모를 일이다. 뭐 알 수 있다. 우린 인간이니까. 지금 나는 멀찍이서 이제 저 단계는 졸업했다고 그들에게 애정읠 지니며 아끼는 심정으로 삼자처럼 관찰하며 분석하고 즐기고 있다. 언제 다시 저 송사 혹은 희노애락에 빨려들어가 스스로 고통을 가할지 모를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저 단계는 이미 졸업했다고 믿고 있다. 아 물론, 저런 감정들이 피어나는 관계와 서사를 사랑하는 건 별개의 일이다.

2022년 8월 4일, by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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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뜨거운 열기가 흘렀다. 물을 마시고 싶다)
The heat is spilled over the text. want to drink water)

.wow... 스텔라님..요즘 진짜 너무 덥죠🥵 곧 처서이고.. 말복 지나면... 슬슬 이 더위도 꺾일거에요 ㅎㅎ
너무 늙은이 같은 말이죠?? 절기까지 들먹이니 ㅎㅎㅎ
.감정에 늘늘 휩싸여 사는게 인간이란 거 아니겠어요😅 저도 이 감정이랑 좀 멀찍이 있고 싶네요 ㅋ

와 데메님 살려주세요 ㅋㅋㅋ 날씨 땜에 몸이 나른하네요 헣… 그렇겠죠? 더위도 꺽이겠죠 ㅋㅋㅋㅋ 절기는 귀신같이 정확하더라고요 선조들의 지혜😗🌟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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