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와 박쥐(2)

"그렇게 생각하니 무섭다. 정치 하려면 멘탈이 쎄긴 해야겠네."
"그래, 하지만 정치인도 자신의 직업을 지키고 더 높은 자리로 오르고 싶어하는 한 인간일 뿐이야."

X가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그게 박쥐 시장하고는 무슨 상관인데."
"박쥐는 시장이 되고 나서 진보당에 입당했어. 그리고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
"대통령??"
"그렇지. 내가 정치를 하려면 뭐가 필요하다고 했지?"
"돈이지."
"수도권에서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면 무엇이 좋을까?"
"재개발?"
"또?"
"강남 아파트? 근데 너무 오르지 않았나? 돈을 벌 수가 있나?"
"빈 땅도 있는데..."

X가 힌트를 살며시 흘렸다.

"그린벨트!"
"좋아, 그렇다면 네가 재개발과 그리벨트 중에 한가지 투자해서 돈을 번다면 뭐가 투자 비용이 적게 들까?"
"당연히 그린벨트지, 빈 땅에 건물만 지으면 되는데."
"그렇지, 돈이 많은 보수측 전주는 재개발을 원해, 돈이 적은 진보측 전주들은?"

X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린벨트 해제를 원하겠네."
"박쥐가 죽기 직전 부동산 뉴스를 찾아보면 다음 대선을 위해 진보가 선택한 전주가 누구인지 보일거야."
"잠깐만, 찾아볼게."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찾아보니 쉽게 알 수 있었다.

"역시, 진보는 그린벨트파네."
"평소에 보던 뉴스가 좀 달리 보이지?"
"그런데 박쥐 시장도 진보당인데, 그럼 잘 된거 아닌가?"
"X가 옥탑방에 살았던 것 기억나니?"
"아~한달 정도 살았던 것 같다."
"원래 삼양동에 가려고 했던게 아니었다는 얘기도 있어. 여하튼, 박쥐는 한울시장으로 다음 대선을 바라보면서 큰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어떤 큰그림인데."
"진보지만, 그동안 함께한 작은 부자가 아니라 진짜 큰 부자들과 손잡는거지."

X가 잠깐 크게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었다.

"자신의 대권을 위해 그동안 유지되어온 암묵적인 룰을 완전히 뒤엎으려고 한거야."

X의 말을 듣고 뒷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럼,, 그린벨트가 아니라 재개발파와?"
"그렇지, 그래서 일반인들이 보기엔 이해하기 힘든, 그의 삶과 어울리지 않는 일들을 갑자기 발표한 거지. 통뼈개발 등등..."
"아..근데 왜 홍와대는 그린벨트를 발표한거야?"
"박쥐가 그린 큰 그림을 들고 VIP를 찾았을 때 이미 한 발 늦은거지. 다른 대선 후보들이 그린벨트파 아이디어를 들고와서 VIP와 합의가 끝난 후였던거야."
"그럼..대권에서 거의 밀려난거네..절망적이었겠는데?"
"그렇지..그래서 아까 이야기 했듯이, 박쥐에게 돈을 댄 투자자들이 어떻게 하겠어? 너같으면 어떻게 하겠니?"

X의 마지막 말에 외통수에 걸려버린 박쥐의 마지막 모습과 느와르 영화에서나 보던 추심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산으로 갈 수 밖에 없겠네.."
"물론 이건 그냥 그가 죽은 이유에 대한 내 뇌피셜 중 하나일 뿐이야. 설마 현실이 영화와 같겠어?"

X와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매우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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