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에서 만난 것들 | 닭다리냐 큰갓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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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통을 찾으러 올라갔다가 버섯 하나를 발견했다. 혼자 길죽하게 서있었지만 뭔가 식용으로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의 버섯. 하지만 지난 시절 독버섯 먹고 죽은 사람은 수업이 많다.

이 버섯이 무슨 버섯인지 물어봤다. 사실 원장님도 급히 머릿속을 열심히 뒤지는 듯 잠시 머뭇거렸다. 아까 3마리의 벌종류를 다 줄줄 읊던 것과는 달리 버퍼링 시간도 길어졌다. 역시 양봉전문가에게 갑자기 버섯에 대해 묻는건 실례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이내 그건 닭다리 버섯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뚝 따더니 죽죽 찢기 시작했다.

버섯이 찢어지는 결에 따라 식/독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일부 상식적인 정보를 들려주었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이건 그냥 매우 일반적이면서도 모든 버섯에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역시 초보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실제로 왠지 닭뼈를 닮은 듯 한 느낌, 그리고 매우 희고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쫄깃한 질감은 새송이와는 달랐다. 라면 끓일 때 넣으면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닭다리란 이름 때문인지 버섯의 살에서는 왠지 잘 익은 닭고기 냄새가 나는 듯도 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봤다. 닭다리 버섯은 전혀 비슷하지도 않고, 이 버섯의 정체는 식용가능한 큰 갓 버섯, 혹은 먹으면 사망하는 큰흰독갓버섯(흰갈대버섯) 중 하나라는 판단이었다.

두 버섯은 대단히 유사한데 식독여부가 분명해서 가끔 큰흰독갓버섯을 먹고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고 한다. 한 의학저널에서는 한 번의 섭취로도 간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이야기가 보인다. 물론 색의 변색여부를 보면 큰갓버섯에 가깝고, 기둥에 뱀껍질 모양의 무늬가 없다는 것을 보면 큰흰독갓버섯인 것 같은데, 여튼 닭다리버섯이란 그럴듯한 남의 이름을 대던 원장님은 그런 버섯은 넘쳐나니 버리는게 좋겠다며 던져버리던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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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갑합니다. 저도 자주 버섯을 보지만 지식이 부족해서 채집하기에 겁이 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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