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15 제4차 지정학과 세상읽기 강연을 마치며, 저의 개인적인 생각들

임명묵 작가가 코카서스에서의 제국과 제국주의 문제에 관한 발표를 했습니다. 코카서스 지방에서 러시아 제국이 형성되고 유지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개관을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지역이기 때문에 인식의 지평을 넓혀나가는데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중앙아시아 지역과 아세안 지역이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우리와 비슷한 지정학적 처지인 국가들과의 협력이 향후 변화하는 국제정치 질서에서 생존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임명묵 작가는 프레데릭 쿠퍼라는 학자의 이론을 기반으로 러시아와 코카서스 지역의 제국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볼세비키 혁명을 거쳐 어떻게 이어졌고 또 소련의 해체이후 지금까지의 분열의 과정을 짚었습니다. 이번이 개관적 의미를 가진다면 앞으로는 좀 더 세부적인 이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강연을 들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강연이후 토론할 시간이 부족해서 말하지 못한 부분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는 프레데릭 쿠퍼가 주장하는 제국과 제국주의의 문제에서 뭔가 핵심적인 부분이 빠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쿠퍼의 책을 읽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그가 말한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임명묵 작가의 발표 내용을 들으면서 그가 역사상 제국과 근현대사의 과정에서 대두한 제국주의에 대한 내용적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역사상 제국과 근현대사의 제국주의의 차이는 질적인 차이가 많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레닌의 제국주의론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근현대사의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발전단계에서 나타난 특이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의 힘이 작동을 한 것이지요. 이익의 수취가 핵심적 이유입니다.

반면 역사상 제국은 영토와 영역의 확대가 주요한 이유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래서 제국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고 당연히 경제적 착취가 근현대사의 제국주의보다 훨씬 덜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쿠퍼는 내용의 차이를 무시하고 형식적 유사성만 한군데 묶어 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따라서 역사상 제국에서는 원심력보다 구심력이 강한 경우가 적지 않았고, 근현대사의 제국주의는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강할 수밖에 없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국이나 제국주의 모두 원심력과 구심력이 각각 작용할 것인데 오스만투르크나 로마제국 몽골제국 러시아 제국 등은 원심력보다 구심력이 더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면 네덜란드 제국주의, 영국과 프랑스의 제국주의는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제국주의도 다르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제국주의란 결국 원료와 노동력의 착취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식민지 경험이 한국 발전에 경험했다고 하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는 원인과 결과를 완전하게 오독했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한반도의 식민지경험은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완전하게 파괴되었습니다. 그 이후 한국은 일본제국주의 영향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서 새로운 발전경로를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미국의 영향이 가장 컸겠지요. 미국은 한국이 냉전의 진열장이 되면서 제국주의 정책을 그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한국을 발전시켜 이념의 전쟁무대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는 오히려 한국이 발전하는데 장애와 지장을 초래했을 뿐입니다. 여전히 한국내에 남아있는 일본제국주의의 잔재는 청산의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제국주의 잔재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 군대와 경찰이 아닌가 합니다. 인적 청산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일본의 한반도 강점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는 것도 일본 제국주의가 지니고 있었던 폭압성 때문입니다. 그런 역사적 경험이 여전히 남아 있고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냥 한국사람들이 못나고 용렬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제국주의란 자본주의 역사발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 아닌가 합니다. 적어도 제국주의에 있어서는 레닌의 주장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쿠퍼가 제국과 제국주의의 구분과 차이를 매우 애매모호하게 만들고 있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쿠퍼와 같은 주장은 제국주의의 폭압성을 은폐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본주의란 결국 제국주의적 형태에서 벗어나면 발전의 한계에 봉착하게 되고 그런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는 세계체제의 정상에 있는 패권국가일 것입니다. 쿠퍼의 책을 직접 읽어 보지도 않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옳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강연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저의 생각이 틀렸다면 강호제현께서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쿠퍼는 미국을 은밀한 제국주의 러시아를 노골적 제국주의라고 했다고 하는데 적어도 러시아 제국과 볼세비키 이후 소련의 제국은 제국주의라고 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미국을 은밀한 제국주의라고 하는 것은 점령을 하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편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국주의의 목적이 경제적 이익에 있다면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직접 점령이란 방법을 채택하지 않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러시아 제국과 소련제국은 제국주의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소련은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제국의 구성원에게 훨씬 많은 경제적 지원을 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제국주의를 통해서 경제적 이익을 확보했고 소련은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 손실을 감수했습니다. 이런 내용의 본질적 차이를 무시하고 형식적으로 미국과 소련을 같은 제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에게 생소한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긴시간 수고해준 임명묵 작가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어제 제가 생각했던 문제를 하나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음은 예고드렸던 것과 같이 정길선 박사가 강연을 하겠습니다. 지금 외국에서 답사중이기 때문에 귀국한 다음 강연의 제목을 협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러시아와 코작크에 대해서 강연을 의뢰했는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주변 정세가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어서 그와 관련된 문제를 강연하는 것도 논의해 보려고 합니다. 귀국후에 자세하기 협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두달마다 진행하면 다음번 순서는 8월인데 너무 덥고 강연장 준비도 고려해서 강연날자와 장소를 고민해 보겠습니다. 어제 강연에서 경향 각지에서 많이 참석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다음부터 공식적인 뒤풀이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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