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11 나토정상회의이후 더욱 선명해지는 국제정치질서의 2중구도와 노정되는 집단서방의 한계

나토정상회의를 즈음하여 국제정치 구도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제까지 형성되고 있는 국제정치 질서를 살펴보면서, 국제정치구도가 2중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감시할 수 있다. 현재 국제정치구도는 외곽은 집단서방과 글로벌사우스로 블록화되고 있다. 각블록은 각자 다른 내부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집단서방은 미국 중심의 단극적 질서로 형성되어 있는 반면, 글로벌사우스는 다극적 질서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현재 국제국제질서를 이중적 구조로 파악하면 향후 어떤 방향으로 동력이 작동할지 예측하기가 좀 더 쉬워질 것이다.

원래 다극적 질서라는 것은 안정적인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외교사를 보면 다극적 질서가 작동하는 원리는 세력균형정책이 대표적이었다. 문제는 이제까지의 세력균형이란 매우 폭력적이고 폭압적인 양상을 띠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세력균형을 주도하는 국가와 세력균형의 대상이 되는 국가가 존재하기 마련이고, 세력균형의 대상이 되는 국가는 전쟁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글로벌사우스의 내부 국제정치질서라과 할 수 있는 다극적 질서는 이전의 경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세력균형의 원리가 아닌 협의의 governance 원리가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제질서가 이중적 구도로 형성되고 있다는 관점에서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이번 나토정상회담을 계기로 구축되고 있는 집단서방과 글로벌사우스의 블록화 경향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집단서방과 글로벌사우스의 전선구도는 점점 더 선명해지는 경향을 띠는 반면, 집단서방은 블록의 외곽과 주변부가 흔들리면서 점점 더 와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글로벌사우스는 점점 결집력이 강해지고 있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집단서방 블록은 원심력이 더 강하게 작동하고 있고, 글로벌사우스는 구심력이 더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나토정상회담에 즈음하여 국제정치질서의 변화의 방향을 예고할 수 있는 사건들은 주로 글로벌사우스 블록에서 발생했다. 나토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있는 시기에 인도의 모디총리는 러시아를 방문하여 푸틴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나토정상회담이야 그 내용을 충분하게 예상할 수 있었지만, 하필이면 그 시기에 인도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해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인도가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한다고 해서 곧바로 집단서방에 반대하는 진영에 서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인도가 최근 중국과 국경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거나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가지는 것은, 집단서방이 추구하는 대외정책의 수단이 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가 집단서방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면서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quad 구상(미국, 일본, 인도, 호주)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 일정한 관계가 있다.

미국은 인도와 중국의 갈등관계를 이용하여 인도와 중국의 대결구도를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인도는 미국의 수단이 될 정도로 실력이 부족하지 않다.

인도를 이용하여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구도가 실패하자 미국은 한국과 뉴질랜드를 대타로 내세우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커트 켐벨 미국부부부장관은 7월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 일, 한, 호주, 뉴질랜드를 묶어서 IP4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를 말판으로 활용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은 실질적인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다. 당장 한국과 호주만 해도 중국과의 교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면 한국과 일본 호주와 뉴질랜드같은 국가들을 동원하기 보다는미국 스스로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중국과의 교역을 단절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미국은 자신은 피해를 보지 않고 주변국이 중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형성함에 따른 피해를 받게하겠다는 얍삽한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상에 누가 넘어가겠는가? 그냥 앞에서는 말로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뒤로는 호박씨를 깔수밖에 없는 것이다. 켐벨이 추진하고 있는 IP4는 사실상 별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집단서방의 외곽의 분열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는 것은 인도뿐만 아니라 유럽과 서아시아지역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동안 이편 저편 중에서 어디에 설 것인가를 끊임없이 저울질하고 있었다. 최근 사우디는 유럽이 보관하고 있던 러시아의 외환이익금 500억 달러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원한다는 결정에 대해 반대하는 태도를 취했다. 만일 유럽이 그런 결정을 내린다면 사우디는 유럽국가의 채권을 매도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사우디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 유럽은 사우디의 위협에 상당히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가 보유하고 있는 유럽 국가의 채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으나, 사우디가 공식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고 나섰다는 것은 유럽에게 있어서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하겠다.

집단서방에게 또 하나 좋지 않은 징조는 튀르키예가 상하이협력기구(SCO)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튀르키예는 투르크 국가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싶어한다. 문제는 투르크 국가들의 상당수가 중앙아시아 국가로 SCO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튀르키예가 투르크 국가들의 리더역할을 하려면 SCO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튀르키예가 SCO에 가입하려면 나토에서 이탈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튀르키예는 나토에 가입한 상황에서 SCO에 가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상하이협력기구는 회원국이 적대적인 동맹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튀르키예가 당장 나토에서 이탈하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튀르키예의 입장이 조금씩 바뀔 가능성이 매우 많다는 것은 충분하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집단서방의 외곽을 구성하고 있는 동구와 발칸지역의 국가들이 조금씩 이탈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과 반대로 글로벌사우스의 외곽지역은 점점 더 협력을 강화하면서 집단서방과 적대적인 구도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프리카 사헬지역은 급격한 국제정치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사헬3국인 말리, 니제르, 부르키노파소는 국가연합을 선언하고 서방의 제국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했다. 단순하게 반대하는 정도를 넘어 적대적 의도를 여과없이 드너냈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등 국가들의 군대는 사헬지역에서 완전하게 철수하기로 했다. 그 빈자리를 러시아가 들어가고 있다.

나토는 미국에서 75차 정상회담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나토의 결집을 보여주기 보다는 오히려 앞으로 내려갈 일밖에 없으며 그 하강 속도도 매우 빠라질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할 뿐이다.

윤석열은 이번 나토정상회담에서 러시아를 도발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윤석열이 어떤 조치와 행동을 약속하기 보다는 말의 성찬에서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국에 대해 특별한 발언도 하지 않았다. 필자는 윤석열이 중국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위한 행동과 지원을 약속하기 않은 것에 주목한다. 물론 아직까지 윤석열이 어떻게 나올지는 더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뭔지 모를 미세한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을 감지하는데는 충분하다고 하겠다. 앞으로 윤석열이 말에서 그칠지 행동으로 나갈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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