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14 미국, 중국, 러시아가 처한 입장과 상황 그리고 그 이면에 대한 생각들

지금까지의 국제정치적 움직임을 고려해 보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한 국제정치경제 집단을 구축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상당기간 동안 전세계적인 규모의 경제적 통합을 추구하는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면서 출구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질서에서 완전하게 이탈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중국과 함께 유라시아 경제권을 형성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생각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 같은 진영에 있지만 입장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러시아는 언제든지 유럽과 협력이 가능하다. 그것은 러시아가 오랫동안 유럽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러시아와 다르다. 중국은 유럽의 일원이 아니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과의 관계에서 좀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러시아는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다시 유럽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중국은 그러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국제정치적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주도적 역할은 러시아가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그동안 필자는 미국이 전략적 자살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만일 미국이 지금까지와 다른 경로를 선택하겠다고 했다면 지금까지 미국의 대외정책은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충분하게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다. 미국은 과거처럼 혼자서 문을 거두어 잠그는 먼로 정책으로 돌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유럽과 아시아를 묶어서 같이 경제권을 구축한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미국이 그런 정책을 선택했더라도 성공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브릭스 국가들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강력하게 그런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국가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6월 13일부터 모스크바 외환거래소에서 미국 달러와 유로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아직까지는 외환과 귀금속 거래에 한정되지만 점점 더 그영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 외환시장, 표준화된 파생금융상품 시장에서도 달러와 유로로 결제되는 상품의 거래는 중단될 것이다. 아마도 러시아의 이런 조치는 미국과 EU가 압류한 러시아의 자금에서 나오는 이자를 압류하여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하겠다는 결정에 대한 대응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아마도 이런 미국의 조치는 중국의 향후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미국의 국채를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최근 중국의 소비가 살아나는 동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인플레로 금리를 올릴때 중국은 오히려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최근 들어 중국의 소비가 늘어난다는 보도가 나오는 데 그것은 앞으로 중국의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중국의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서 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이 될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중국의 경기가 좋아지고 금리를 높이는 상황이 되면 국제경제는 아주 묘하게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점점 미국과 금융의 연결고리를 줄여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고 그렇게 되면 러시아의 달러와 유로에 관한 조치와 비슷한 조치를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후반부나 내년부터 미국이 금리를 내릴 때 중국이 금리를 올리면 미국도 피곤해 질 것이다.

지금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 국가들과 함께 별도의 경제영역을 구축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의 패권경쟁은 군사적 방법이 아니라 외교적 경제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호전적인 태도는 그들이 중국과 러시아등을 배제한 진영을 구축하고 자신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벌어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미국이 호전적이라고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근본적으로 군사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이 직면한 대외정치적 경제적 갈등을 해소해온 국가다. 대만문제나 북한핵문제 유고슬라비아문제 등등을 보면 그런 성향을 충분하게 확인할 수 있다.

갈등을 해소하고 경쟁을 하는 방법이 완전하게 바뀌었다. 전쟁은 더 이상 강대국간 문제해결의 방법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제3차세계대전과 같은 상황은 일어나기 어렵다. 한발의 핵으로 상대를 완전하게 없애 버릴 수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핵전쟁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와 상대도 안되는 프랑스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자신들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선택하고 이를 위한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으로 보이고,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브릭스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러시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서방과 대응하기 위해 외교적 방안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가 외교적으로 상당한 정성을 기울이는 국가는 조선이다. 푸틴이 조선을 방문할 계획이며, 일본은 조선과 몽골에서 회담을 가졌다. 푸틴의 조선 방문과 일본이 조선과 협의를 가진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하겠다. 조선이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라는 의미다.

일본이 독자적인 결정으로 조선과 외교적 협의를 가졌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미국과 협의를 했을 것이고, 미국의 입장이 상당부분 반영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푸틴은 중국과의 결정적인 연결고리를 조선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푸틴은 조선, 베트남, 튀르키예를 중요한 외교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모두 중국과 관계가 애매모호하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서로 긴밀하지만 오히려 그런 긴밀했던 역사적 경험이 오히려 현재의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드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들 국가를 잘 관리함으로써 중국과 함께 구축하려고 하는 유라시아 체제를 유지 강화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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