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23 중러 정상회담이후 러시아-중국-이란-조선의 유라시아 체제 구축

한국국내정치가 무의미한 권력투쟁으로 세월을 보내는 동안, 국제정치질서는 격변하고 있다. 새로운 국제정치질서의 형성을 예고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해양세력이 지고 대륙세력이 등장하고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최근 들어 대륙세력들의 형성과정이 분명해지고 있다. 편의상 필자는 이를 유라시아 체제라고 편의상 언급하고자 한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국제정세를 평가하기위해서는 미국과 서구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보았다. 그러나 최근들어 국제정세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과 이란 및 아프리카를 살펴보는 시간이 더 늘었다.

이는 국제정세의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이란과 북한 및 아프리카에서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더 강력하다는 의미다. 강력한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국가가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직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익숙한 사람들이 인정하든 말든 그것과 상관없이 국제정치 질서를 주도하는 힘은 더 이상 미국과 서유럽이 아니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은 매우 공세적인 태도를 시현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사실상 가장 강력한 정치 경제 군사적 동맹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렇게 손을 잡으면 전세계에서 그 어떤 국가도 상대하기 어렵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러시아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가 처한 지금의 상황을 보면 소련 당시보다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국력이 강력하고 탄탄해졌다. 소련당시에는 중앙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및 중남미의 민족해방운동을 지원하느라고 정작 러시아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러시아는 그동안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던 동유럽과 중앙아시아를 덜어내고 지방질을 근육질로 바꾸었다.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지정학적 영향력이 감소했지만 러시아는 훨씬 튼튼한 경제적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한국사람들은 여전히 러시아를 1990년대 붕괴된 소련의 연속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인식은 완전하게 바뀌어야 한다. 러시아는 30년간의 정비를 마치고 국제정치무대에 가장 강력한 주역으로 돌아왔다.

푸틴과 시진핑은 5월 중순에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사실상 포괄적 동맹관계를 맺었다. 동맹이라고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러시아와 중국은 사실상 가장 강력한 이익 공동체가 되었다. 최근 드러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미국과 서유럽의 관계보다 훨씬 강력하고 구조적이다. 미국과 서유럽은 서로 동맹관계이지만 자본주의 체제속에서 서로 경쟁적인 관계이다.

필자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는 관점의 하나인 미국이 국제정치경제 질서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자인 유럽의 역량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런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다. 세계시장이 미국과 중국 양대 경제주체로 나뉜다면, 미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영토를 재편성해야 하고 이런 상황에서 유럽은 미국과 대응한 경제적 지위가 아닌 미국의 하위 경제파트너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과거에 식민지가 원료제공 및 시장의 역할을 했던 것처럼, 서유럽이 미국의 시장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런 점에서 미국이 국제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일종의 계기이자 무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도 서유럽과 비슷한 입장이다. 한국과 일본이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영리하게 미국의 구상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미국이 이를 허용할 수밖에 없는 것도 중국과의 관계가 상당히 작동하고 있다고 하겠다.

러시아와 중국은 전방위적으로 서로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다. 정치, 군사, 경제 거의 모든 부분에서 서로 협력을 하기로 했으며 이는 러시아가 구상하고 있는 유라시아 체제의 일환이라고 하겠다. 러시아가 유라시아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입장이 매우 중요한데 미국이 중국을 완전하게 적대적으로 돌아서게 만들어 러시아의 유라시아 구상을 도와주는 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대응하기 전에 러시아를 적으로 돌렸고, 러시아의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에 즈음하여 중국을 러시아 편으로 밀어 버렸다.

최근 중국의 태도가 매우 강경해진 것을 볼 수 있다. 푸틴과 시진핑의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미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연속 쏟아 내고 있다. 미국이 틱톡금지법을 주도한 갤러거 전의원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갤러거 의원을 제재한다고 해도 무슨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중국이 미국처럼 자국이 직접 제재를 가하겠다고 나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과 전면적인 갈등과 충돌도 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갤러거 전의원에 대한 제재에 이어 미국의 군수기업 12곳에 대한 제재도 감행했다. 중국의 이런 행동을 보면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를 제공한 한국의 군수기업에 대한 제재로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의원, 군수기업에 대해 직접적인 제재를 가한 것은 앞으로 다른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도 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상응한 관세도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미국이 상호간에 관세를 부과하면 누가 더 피해를 볼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이 미국와 EU에 대해 수입차 관세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중국이 EU 수입자동차 관세를 감행하면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중국이 러시아와 정상회담 이후에 이런 본격적인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서방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강을 건너버린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에서 조선문제를 다룬 것은 향후 중러의 경제적 협력의 중심이 두만강 유역에서 전개될 것임을 의미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조선에 대한 제재가 의미없음을 강조한 것도 두만강 유역을 통한 조-중-러 경제발전의 구상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만강 유역이 동북아 경제의 중심지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중러 정상회담으로 유라시아의 지정학적 그림이 대충 그려진 것 같다. 유라시아 지정학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 아니라 러시아다. 러시아는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보완하고 보강하기 위해 동북아에서는 조선을 서아시아에서는 이란을 각각 보조적인 파트너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유라시아 체제는 러시아-중국-이란-조선으로 1차적인 완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서아시아지역에서 확고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 서아시아 지역이 정리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미국이 다시 과거와 같은 위상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정치의 변방인 아프리카에서도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아프리카 각국에서 각종의 쿠데타가 시도되고 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콩고, 부르키노파소에서 미국이 주도한 쿠데타가 있었으나 모두 진압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튀르키예에서 다시 쿠데타가 있을 수 있다는 소식도 있었으나 아직 잠잠하다. 이제 소요과 쿠데타로 권력을 좌지우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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