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20 남북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신뢰구축방안으로서 국경장벽의 설치문제에 대해

한반도 주변의 안보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남북한이 서로 적대적이기 때문이다. 안보의 출발점은 주변 상대방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안보정책에서 가장 주안을 두어야 할 것은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권과 한국의 보수세력들은 원칙을 벗어난 것이다. 남북간에 전쟁을 치루었기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대놓고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했다. 남한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북한도 다른 방도가 있을 수 없다. 남한이 전쟁하자고 나오면 북한이 ‘아 예 알겠습니다. 저희들은 처분만 바라고 찌그러저 있겠습니다'라고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당연히 북한도 전쟁에 대비하는 준비를 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북한의 동향은 심상치 않다. 서울을 직접 겨냥한 대구경방사포 사격훈련을 감행하고, 신형 전차까지 선보였다. 북한은 남한이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논리적 연장선상에서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힘의 우위에 의한 안보가 그것이다. 힘의 우위에 의한 평화와 안보는 말은 그럴 듯해보이지만 사실상 실질적인 효과가 매우 떨어진다. 끝없는 힘의 우위를 달성하다가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에서는 상대방이 일시적으로 약화될 경우에는 힘을 행사하여 상대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달성하거나 상대가 약하다고 판단될때 제거해버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게 만든다.

남북간에 가장 안정적이었던 시기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진행되던 시기였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북한은 남북한 관계를 국가대 국가의 관계로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남한은 북한의 이런 입장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는 여전히 북한을 통일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북한이 국가와 국가의 관계라고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통일하겠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이미 국제법적으로 국가의 지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남한이 북한을 통일하겠다고하는 것은 침략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남북한이 특수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양자가 서로 합의를 해서 ‘특수관계’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남북한간의 ‘특수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면, 남한은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스스로 ‘특수관계'라는 합의를 깨고 나가서 국가 대 국가의 관계라고 선언한 북한을 통일하겠다는 정책을 남한이 추진하는 것은 북한을 침략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이 남북한의 관계를 특수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선언하게 됨에 따라 매우 복잡한 일이 발생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남한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국가대 국가로 상대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현상황에서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전쟁준비를 하는 것은 정당한 국가 자위권 행사에 해당한다. 남한은 침략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국제법적으로 위법이라 하겠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법학자들의 검토가 필요하겠으나, 필자의 좁은 소견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아직 한국사회는 북한이 던진 문제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도 북한과의 관계를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로 인정한다고 한다면, 서로간에 주권을 존중한다는 중대한 책무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현재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관계'라고 규정했다. 북한의 남북관계 규정을 부정할 특별한 다른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남한과 북한은 적대적인 국가관계에서 ‘정상적인 국가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적대적인 관계에서 정상적인 관계로 나가는 가장 상징적인 방안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의 첫번째 목표는 평화협정 체결이 될 것이다. 북미간의 평화협정은 북미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될 것이다. 사실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를 국가대 국과의 관계라고 선언한 것은 남한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동안 북한은 남한을 한국전쟁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형식 논리적으로는 북한의 주장을 틀리다고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한 관계를 국가 대 국가라고 선언했으므로 남한을 한국전쟁의 당사자로 인정하게 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남북간의 관계를 새롭게 재정리할 평화협정은 단순하게 종이 한장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평화협정으로 인해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발생할 수 없는 조건들이 만들어지고 실질적인 방안들이 강구되어야 하는 것이다.

남북간 구조적이고 운용적인 군비통제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고, 일방이 전쟁을 일으킬 수 없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군사적 충돌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지상군의 직접적 충돌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다와 하늘에서의 충돌을 일시적인 성격을 지닐 수 있지만 지상군의 직접적인 충돌은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위해 현재의 휴전선 일대를 국경선으로 재규정하면서 국경선 일대에 만리장성과 같은 장애물의 축조와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조적 운용적 군비통제와 함께 남북한의 지상군을 물리적으로 완전하게 이격시키는 것이다. 통문을 만들어 주요 도로와 철도는 통행이 가능하게 하되 남북이 언제든지 이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높이 10-20미터 두께 5미터 이상의 거대한 장벽이 전전선에 걸쳐 만들어지면 사실상 지상군의 전면적인 군사적 충돌은 불가능하다. 북한도 남한과 미군이 공격해온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고, 남한도 북한이 처들어 온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건설비용이야 들겠지만 그동안 남북이 서로 적대적인 관계로 인해 지불하는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아마도 이런 장벽의 건설은 남북이 본격적인 군비통제에 들어가기 전에 추진되어야 하는 신뢰구축의 방안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그동안 남북간 구조적 운용적 군비통제에 대한 나름의 연구는 많이 축적되어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국방부에 군비통제관실이 있었고 거기에서 남북관계의 군사적 긴장해소와 군비통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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