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3 김여정이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사’의 의미

김여정이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내용은 간단하다. 왜 북한이 남한과 대화를 할 수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번 신년사는 23년 12월 31일에 발표된 노동당 전원회의 발표문에서 북한이 남한을 적대적인 관계로 규정한 배경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닌가 한다. 북한이 한때 남한과 대화와 협력을 통한 관계개선을 생각했으나 이제는 그런 헛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남북관계 문제의 원인으로 문재인의 이중적인 태도를 들고 있다.

김여정은 남북관계 파탄의 근본적인 원인을 문재인으로 들고 있는 것이다. 김여정은 문재인을 ‘입에는 꿀을 바르고 속에는 칼을 품은 흉교한 인간’, ‘영특하고 교활한 인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여정은 윤석열이 등장하면서 북한이 비로서 현실을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김여정의 발표처럼 북한이 문재인의 정체를 모르고 당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문재인이 등장한 이후 처음에야 북한도 나름대로 기대를 걸었을지 모르겠으나 시간이 얼마정도 흐르고 나서 문재인이 남북관계 발전에 아무런 생각이 없으며 오로지 남한의 국내정치에 이용하기 위한 수단정도로만 여겼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남한이 세워준 건물도 폭파시키는 분노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한다.

김여정의 발언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앞으로 남북관계는 상당기간 경색될 것이란 점이다. 북한이 이번 발표는 설사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남북관계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문재인의 위선적 대북정책은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겠다.

북한은 문재인의 예를 고려해 볼때 당분한 남한에서 누가 정권을 잡든 김대중 당시와 같은 화해와 협력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에 대한 원칙을 정리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공식적인 입장평가는 앞으로 상당기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남한에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한반도 안보구도의 근본적인 변화없이는 북한과 화해협력정책을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왜 이런 입장을 정리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건의 내용을 보면 북한은 문재인에게 속았으나 윤석열을 통해서 현실을 파악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입장을 바꾼 것은 단순히 남한의 태도와 입장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북한의 행동과 태도를 바꾼 것은 국제정세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싱가포르나 하노이 회담을 시도할때만 해도 북한은 출구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강력했던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 금이 가기시작했고 이제는 다시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로의 복귀는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국제정세의 변화와 함께 북한은 미국이 주도한 각종 제재로부터 구속을 받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와 긴밀한 정치, 군사, 경제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앞으로 연해주 일대에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런 틈을 이용해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정일이 전년대비 1.4배 경제가 성장했다는 것은 바로 북한은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화로 인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북한은 이제 불과 몇년전과 달리 더 이상 국제사회의 제재에 묶여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북한이 문재인과 대화를 할 때는 어떤 방법으로든 남한과 대화를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북한은 이제 남한이 아니라 러시아와의 관계강화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런 국제정세의 변화로 인해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규정짓게 된 것이다.

북한의 이런 입장변화는 그동안 남한 내부에서 논의되었던 거의모든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이 무의미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주장대로 그동안 한국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흡수통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한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북한을 비핵화시키는 것도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윤석열의 말대로 남한의 군사력으로 북한의 핵위협을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한의 대북군사정책에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님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변화한 현실을 자각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맹목적인 반북주의가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남한에는 북한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여전히 북한 비핵화 그리고 북핵억제를 주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미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앵무새처럼 과거의 주장을 그대로 되내이는 것이다.

이번 북한의 전원회의 발표와 김여정의 신년사는 남한의 기존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이 모두 무의미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북정책이나 통일정책도 상대방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완전하게 변했다. 그럼 그동안의 정책은 모두 무의미해진다. 그동안 김대중이 구축했던 그나마의 남북간 안정적인 관계는 이제 종말을 고했다.

문제는 현재의 남한 정권과 정치권이 다가오는 변화를 감당할만한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남한의 정치인 그리고 정치세력 중에서 그런 안목과 능력을 갖춘 경우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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