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9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북한의 대남 대러 행보에 대한 지정학적 평가와 분석

작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북한의 태도는 23년 12월 31일 확고하게 변화했다. 북한 관찰자들은 북한의 이런 태도 변화에 대해 주목을 하면서 각각의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여전히 아쉬운 점은 남한의 북한 전문가들이 북한이 전쟁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 하는 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남한을 제1의 적대국가로 선언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영토를 완정하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이것을 북한이 전쟁을 할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북한의 의도를 1차원적인 수준에서 해석하기 때문에 북한의 전쟁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 하는 해석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북한이 이념적인 그리고 민족이라는 다분히 감정적인 측면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보았다고 한다면, 이번에 김정은의 발언에서 드러나는 것은 앞으로 남북관계를 냉정하고 때로는 냉혹한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남정책을 수행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앞으로 군사적 분쟁이 발생할 때 그 후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두려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은 남북간 발생가능한 군사적 충돌의 원인과 책임을 분명하게 규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북한은 남한이 먼저 도발했다고 주장하고 남한은 북한이 먼저 도발했다고 주장한다. 서해 NLL의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남한의 군사지휘부가 북한을 먼저 도발한 경우가 적지 않다. 북한이 보복차원에서 대남 도발을 했다고 해도 딱히 아니라고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남북관계는 매우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서해에는 남북이 합의한 해상 경계선이 존재하지 않는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도발하지 않으면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특히 서해에서의 남북간 군사적 충돌의 원인은 남한 군지휘부의 모험주의적 선제적 도발이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점에서 남한의 정치권은 군사에 대한 통제를 실패했다고 할 것이다. 남한 정부의 국방부 장관을 민간인이 담당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북한의 변화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동안의 이념적 태도에서 현실주의적 태도로 완전하게 전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크게 두가지 정도로 두러진다. 먼저 남북관계의 재정립, 둘째는 북러관계의 재정립이라고 하겠다.

북한이 남한을 제1의 적이라고 선언한 것은 남북이 현실적인 적대적으로 마주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받아 들인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앞으로 남한에 대한 정책은 적국의 관점에서 수립할 것이다. 북한이 남한을 적으로 선언한 것은 남한과 미국의 군사적 모험주의로 북한의 안보를 위협할 때는 가차없이 군사적으로 응징하겠다는 말이다. 앞으로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과거처럼 일정한 수준에서 서로 멈추고 그만하자는 식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북한이 남한을 적국이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이유는 남한 역대 정권의 태도와 대중의 북한에 대한 입장이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결과라고 하겠다. 북한이 대남외곽조직을 모두 정리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외곽조직을 이용하여 남한 주민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 변화를 시도했었지만 그런 노력이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앞으로 북한은 대남 선전선동을 통한 우호적인 여론 조성같은 시도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로지 실력으로 남한에 대한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이 남한 영토완정을 표명한 것도 남한의 흡수통일 주장에 대한 대응적 조치라고 할 것이다. 북한은 남한에 대해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의 원칙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하겠다. 남한이 북한지역 전체를 영토라고 주장하는 한, 북한도 남한 전부를 자신들의 영토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번 북한의 선언은 그동안 남북관계의 암묵적 기준이기도 했던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완전하게 취소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의 이번 선언으로 남북한은 1990년대 이전의 상황으로 다시 회귀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의 통일부는 북한의 행보를 자신감을 잃은 것으로 말도 안되게 오독하고 있다. 앞으로 통일부는 더 이상 의미도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남북협의가 필요하면 외무성을 내세울 가능성도 높다. 이제 남북관계를 국가대 국가관계로 규정할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북한은 대외적인 측면에서도 한반도 안보체제를 재정리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한에 대한 완전한 태도변화와 함께 북한의 최선희 부총리는 러시아를 방문해서 푸틴의 방북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앞으로 북한이 러시아와 어떤 관계를 수립하려 하는가 하는 점이다. 푸틴이 북한을 방문한다는 것은 통상의 의례적인 방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미 러시아는 남한에게 향후 러시아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예고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남한이 러시아에 대한 적대행동과 비대칭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북한과 러시아가 남한과 미국과의 관계와 유사한 강력한 안보동맹을 수립하는 것이다. 푸틴이 방북을 한다는 것은 그정도의 실질적 결과가 없으면 이루어지기 어렵다. 아마도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했을때 향후 북러관계에 대한 대강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해서 겨우 무기수출을 논의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서방의 정보판단 능력이 한참은 수준에 못미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최선희가 러시아를 방문했을때 러시아의 전략항공기가 동해상으로 진입한 것도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앞으로 북한은 러시아와 전략적 차원에서의 강력한 군사동맹을 유지할 가능성도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러시아는 남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북한과의 조소우호조약을 사실상 사문화시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거의 조소우호조약의 수준을 상당부분 뛰어 넘는 동맹조약이 서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냉전기간 동안 북한은 중국과 소련사이의 등거리 외교를 통해 최대한 실리를 챙기는 현실적인 외교정책을 수행했다.

김정은 치하의 북한이 러시아와 강력한 군사관계를 수립한다는 것은 중국과의 거리는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에게 중국은 이미 신뢰하기 어려운 상대라고 하겠다. 중국은 김정남을 통해 김정은을 흔들려고 했고, 장성택을 통해 김정은 체제를 위협했다. 장성택의 처형은 김정은이 중국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결정적인 계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냉전기 당시처럼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등거리 정책을 펼칠 이유가 없어졌다. 김정은은 남한이 영토적 야심이 없는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것처럼, 북한 영토에 야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당연히 북러간 동맹수준의 군사관계가 수립된다 하더라도 한미와 같은 예속적인 관계는 아닐 것이다. 북한은 이미 핵을 보유한 상태이기 때문에 러시아와 대응한 군사관계를 수립할 것이다. 이점에서 러시아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향후 미국의 패권이 약해지고 중국이 부상하더라도 러시아는 북한과의 강력한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북러관계가 강화되면 발해만에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원유개발에 대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게 되면, 우선 미국의 전쟁도발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고 중국으로부터의 간섭와 위협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리하다. 이미 북한에게 있어서 남한은 군사적 위협의 고려요소가 아니다.

러시아는 미국의 진출을 차단하고 향후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결정적인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북러관계 강화는 향후 국제정치질서의 중대한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으로서는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결렬시킨 것이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시켰다면 중국과 러시아를 모두 견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었다. 미국이 패권을 상실하게 되는 과정에서 저지른 가장 큰 국제정치적 실책은 트럼프의 북미관계 정상화 실패라고 하겠다. 앞으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북미협상은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최근 남북관계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통해 북한의 행보를, 단순하게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것인가 말것인가가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정세 전체를 새로 수립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의 전략적 사고의 수준은 이미 세계적 강대국의 수준인 것 같다.

앞으로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강화에 나설 것이다. 기시다에게 각하라고 한 이유가 무엇인가를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되면 남한은 어떻게 될까? 이미 미국의 세력약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남한이 기댈 수 있는 상대는 중국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중국을 적대국이라고 떠들었으니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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