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11 안규백의 사관학교 통합이 개혁이 아닌 개악인 이유, 군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이유steemCreated with Sketch.

개혁이 개악이 되는 경우는 적지 않다. 검찰개혁이 그렇고 사관학교 개혁이 그렇다. 안규백 국방장관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하고 논산에서 2년, 장성에서 2년 교육을 시킨다는 계획을 내어 놓았다. 사관학교 출신들이 이 통합계획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이런 반대움직임에 야당의 정치인까지 가세하면서, 갑자기 정치적인 성격도 띠게 되었다.

사관학교 개혁이 정치권의 갈등양상으로 변모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필자는 군의 정치화, 정치의 군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을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80년대에 사관학교에 들어간이후, 군의 정치적 개입에 따른 대중의 질시를 뼈저리게 느낀 사람이다. 그래서 군사 전문가로서 군인의 정체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지난 12.3 내란 당시 군이 절대로 계엄에 가담하지 말라고 글을 쓴 것도 그런 경험의 결과이다.

필자는 문민 국방장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민으로 어떤 사람이 좋으냐는 문의에 국방위에 오래 있었던 안규백 같은 사람이 좋지 않겠냐고 추천하기도 했다. 물론 필자의 이런 말이 안규백이 국방부장관으로 임명되는데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규백의 탈영이 사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게 되자, 안규백의 즉각적인 퇴진과 이재명의 경질을 요구했다.

필자가 안규백의 사관학교 개혁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내가 사관학교 출신이라서가 아니다. 내가 안규백의 사관학교 개혁안을 보고 실망한 것은, 이런 것을 개혁이라고 하는 것이 너무나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현재 제기된 사관학교 통합은 현재 군이 직면한 문제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사관학교 개혁을 주장하는 이유의 하나로 육군사관학교 출신 일부의 내란주도 및 개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을 것이다. 만일 육군사관학교의 정치적 통제가 문제라면 육사만 개혁하면 된다. 그런데 난데없이 해공군사관학교는 왜 통합과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일이든지 앞으로 내세우는 명목과 그 뒤의 실제 목적은 다른 법이다.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것을 합동성을 위해서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분명하게 말하자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것은 사실 합동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합동성은 전시에 육해공군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지휘체제와 제도의 문제이지 사관학교 양성과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만일 정말로 합동성을 강화하려면 동해와 서해 남해 지역의 육해공군을 통합해서 통합군 체제로 가는 것이 더 옳다.

합동성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전쟁을 잘하는 군대를 만들려면 육군은 지상전에서 최상의 능력을, 공군은 공중에서 최상의 능력을, 해군은 해상에서 최상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육군은 호랑이가 되어야 하고, 공군은 독수리가 되어야 하며, 해군은 백상아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합동성이란 명목하에 육해공군은 그냥 섞어 놓으면 ‘오리너구리’가 되고 만다. 날줄 알고 수영할줄알고 걸어다닐 줄 아는 오리 너구리 말이다.

더구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에서 보듯이 현대전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현대전의 양상을 보면 그 동안 우리군이 주장하던 합동성 보다는 각군의 작전 수행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지상전에 해공군의 영향이 줄어들고 있고, 공중작전에 육해군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지상작전과 해상작전은 원래 전혀 다른 영역이다. 해군은 지상작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육군은 해군작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른다.

군인이라고 육해공군에 대해서 잘 알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특히나 해군과 육군은 전혀 다르다. 치과의사와 신경외과의사가 같은 의사지만 서로의 영역에 대해 서로 모르는 것과 같다. 육군 장교가 해군 작전에 대한 초보적인 이해가 필요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전문적인 작전영역에 대해서 알 필요는 많지 않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지상작전에 대한 연구와 공부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현대전은 합동성보다 전문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합동성이 중요했던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까지의 논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번에 사관학교 통합의 논리는 결국 논산과 장성으로 대표되는 충청도와 전라도의 지역이권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육군사관학교 지역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문재인 정권 이래 토건족들의 이해관계가 작동을 했을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한국군이 스스로 자신을 지킨다는 의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군이나 민간 모두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을 지키지 않았던 타성이 습성이 되고 습관이 버고 버릇이 된 것이다, 아무리 토건족의 이해관계가 중요하고 지역의 나눠먹기가 중요하다고 하더라고 사관학교를 이런식으로 찢어 발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교과과정의 80% 이상은 일반학이다. 사관학교는 전인교육을 위한 교육기관이다. 사관학교에서 군사적 전문지식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없다. 사관학교에 정말 중요한 것은 군인정신을 함양하는 것이다. 군인정신이란 사생관을 의미한다. 국가가 죽으라고 하는 시기와 장소에서 죽을 수 있는 정신자세를 만드는 것이 사관학교의 본래 목적이다. 그리고 그런 군인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자질이 리더십이다.

사관학교 출신의 리더십은 4년간의 전과정을 같이 하는 자치지휘 활동을 통해 함양된다. 그 과정에서 복종과 명령의 과정을 체화한다. 사관학교를 2년 2년으로 찢어 발기자는 생각이라면 굳이 사관학교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그냥 대학졸업생 중에서 선발해서 6개월에서 1년간 장교교육을 시키고 임관시키면 된다. 전세계 모든 국가에서 굳이 사관학교를 만들고 운용하는 것은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국가의 요구에 따라 서슴치 않고 죽을 수 있는 장교단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내란에 가담한 것은 뼈아프다. 그러나 그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동안 80년대를 거쳐온 육사출신 장교들은 군의 정치개입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고, 그것이 군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87년 6월 항쟁에서 당시 군고위급 장성들은 계엄이 불가하다고 청와대에 건의했다. 나는 그 현장에 있었다. 그런 결정을 들으면서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이번에 육사출신 일부가 내란에 참여한 것은 뼈아픈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잘못 일국의 장교양성과정을 모두 바꿔버리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 육사출신이 내란에 참여했다면, 내란에 가장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윤석열과 한덕수 그리고 당시 국무위원 대다수가 졸업한 서울대학교를 폐쇄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번 사관학교 통합계획을 결국은 태능에 아파트 짓겠다는 토건족과 사관학교를 2년씩 나누어 지역으로 유치하고자 하는 정신빠진 자들의 합작이라고 보는 것이다.

육군의 장교양성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심각하다. 사실 사관학교 통합이라고 하면 당연히 육군사관학교와 3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것이 우선 순서다. 그러나 이번 통합과정에서 이런 논의는 완전하게 배제되었다고 한다.

현재 경호처장이 3사관학교 출신이기 때문에 3사관학교는 통합에서 논의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여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현재 진행된 과정에서 3사관학교 문제가 빠진 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사관학교 통합이 개혁인지 개악인지 장난인지 알 수 없다. 문민장관을 지지한 것은 이런 짓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 막대한 각군의 예산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육해공군의 지나친 각군 이기주의를 중립적으로 조정하여 군사력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라고 한 것이다.

안규백은 그런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군의 근간을 파괴하려고 한 것이다.

지금은 잘모르겠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한명의 훌륭한 장교와 장군이 나라를 구한다. 필자는 한국군과 한국의 정치인들 그리고 자본가들이 이렇게 서로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은 전작권을 스스로 행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육군사관학교는 3사관학교와 통합해야 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ROTC 제도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만일 육사와 3사를 통합한다면 그 자리는 남쪽이 아니라 북쪽으로 가는 것이 옳다. 파주와 문산 같은 지역에서 사관학교를 만드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절대로 2년 2년으로 나누면 안된다. 그렇게 할 것 같으면 사관학교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없다. 사관학교에서 배우고 익히고 체화하는 군인정신의 거의 전부는 1,2,3,4 학년이 자치지휘제도에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어설픈 무당이 사람잡는다고 하더니 꼭 그꼴이다. 만일 안규백의 통합안이 그렇게 좋다면 한번 해보라, 대한민국 군대가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보자. 전쟁나면 모두 다 도망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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