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젊은 여인을 업고 개울을 건넌 스님

in zzan3 years ago (edited)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책을 다 읽은 후 책을 반납하고 집으로 가려는 참이었다.
작은 아이가 씩씩거리며 화를 내고 있어서 무슨 일 인지 물었다.

"아니, 오빠가 나 밀치면서 가잖아."
"니가 책읽으면서 천천히 가니까 내가 그랬지."
"그렇다고 사람을 미냐?"

작은 아이가 아빠한테 고자질 한 것이 기분이 나빴는지 큰 아이는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더니, '휙' 가버렸다.
"같이 가~"하고 큰 아이를 불러봤지만, 들은 척도 안하고 도서관 밖으로 나가버렸다.

도서관 밖에서 큰 아이를 불렀다.

"화난다고 먼저 휙 가버리냐? 왜 화가 났는지 이야기 해줄 수 있어?”
"아니, 내 앞에서 책을 읽으면서 천천히 가니까 빨리가라고 살짝 툭 친건데. 그 것 가지고 화를 내고 고자질 하니까."

큰 아이는 방금 전 일이 다시 머리속에 떠올랐는지 얼굴이 다시 울쌍이 되었다.

"괜찮아. 지금 너나 동생이나 둘다 화가 나 있는 상태인데, 아빠 생각에는 서로서로 양보하면 쉽게 풀수 있는 문제 같거든. "
"동생이 책읽으면서 늦게 가니까 니가 뒤에서 동생을 민거야. 그치?"
"응"
"그러니까 동생이 ‘왜 미냐’ 고 화를 냈는데, 그 때 아빠가 오니까 아빠한테 이야기 한거고. 맞아?"
"그런데 넌 동생이 너한테 화내고 아빠한테 고자질 해서 화가 난거네. 동의?"
"응"
"아빠가 들어보니까... 동생이 늦게 간다고 뒤에서 민 것은 잘못이야? 인정?"
큰 아이는 보일 듯 말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하나씩 해결해 나가보자."
"우선 오빠가 잘못한 것은 인정했으니까. 오빠가 먼저 사과해. "
"미안해..."
"너는 오빠가 사과하면 이해하고 화 풀수 있어?"
"어. 난 벌써 화 풀었어."

작은 아이가 쿨하게 대답했다.
아빠가 아니였으면 혼자 속상해 했을텐데, 아빠가 나타나서 자신을 억울함을 풀어주고 오빠에게 사과까지 받아냈으니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그 때 큰 아이가 또 '휙'하고 먼저 가버렸다.
그냥 앞에 동생이 있었고 그래서 동생한테 장난 친건데, 아빠가 알게되고 사과까지 해서 기분이 나빴던 모양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큰아이와 작은아이, 둘다 화가 났는데 작은 아이는 사과를 받았지만 큰 아이는 꾸중만 들은 상태다.

"우리 큰 아들이 그냥 장난쳤을 뿐인데, 아빠는 잘못했다고 사과하라고 하니까 속상하구나. 그치?"
"..."
"그래도 잘했어. 속상해도 용기내서 사과한 것은 잘한거야. 장난이라도 상대방이 싫어하면 장난이 장난이 아닌게 되거든."

큰 아이를 안아주었다.
그래도 아직 큰 아이는 화가 풀리지 않았나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최근 도올 김용옥 선생의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라는 책에서 젊은여인을 업고 개울물을 건넌 '경허스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옛날에 스님이 어린 동자승과 함께 길을 가고 있었는데 개울물을 만났다.
그런데 그 개울 옆에 젊은 여자도 그 개울을 건너지 못해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 때 그 여자는 품삯을 줄테너 업어서 개울을 건너게 해달라고 말했고, 스님은 업어서 그 젊은 여인이 개울을 건널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는 ‘품삯대신 이것으로 받겠다’며 손바닥으로 젊은 여인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그런데 옆에 있던 동자승은 스님의 그런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날 밤, 동자승이 잠을 이루지 못하니, 스님이 물었다.

“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냐?”
“아까 낮에 있던 일 때문입니다. 스님께서는 왜 그 젊은 여인을 업어주고 엉덩이까지 때리신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나는 이미 그 여자를 개울가에 내려다 주고 왔는데, 어찌 너는 아직도 그 여자를 업고 있단 말이냐?”

동자승은 낮에 있었던 그 사건에서 몸은 빠져나왔지만, 마음은 그 시간과 공간 속에 갇힌 채, 괴로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큰 아이는 경허스님의 이야기를 이해했는지 못했는지 내가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어느새 동생과 다시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벌써 잘 빠져 나왔네..^^'

멕시코 칸쿤.
불청객 코로나로 제작년 갔던 이 여행이 마지막 이네요.
어서 빨리 코로나가 끝나서 자유롭게 다니면 좋겠습니다.
사진실력은 많이 부족하지만, 아름다운 풍경 보며 힐링하세요.
깐꾼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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