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CU편의점에서의 행복

오랜만에 갈비살 연탄구이에 반주를 곁들인 지인과의 저녁식사가 끝나고, 시계를 보니 밤 9시 30분이다.
'집까지 걸어갈까?' 하다가 커피나 한잔할까 싶어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데릴러 올수 있어? 걸어갈까?"
"술 많이 마셨어?? 아니 걸어오지마, 술먹고 걸어오는거 위험해. 내가 데릴러 갈께."
아내의 따뜻한 말은 항상 '감동'이다. 😭

저 멀리서 아내의 차가 우회전 깜박이를 켜며 천천히 다가 오는 것이 보였다.
"에이~ 멀쩡하네."
"응, 커피한잔 하고 싶은데 지금 커피숍 열었을까?"
"커피숍은 코로나 때문에 아마 9시에 문 닫을껄? 난 술이 더 땡기는데, 살찌니까 참아야지."
"그럼 소주 한잔 더 할까? 우리집 앞에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흐흐"
"너 마셔.난 커피나 한잔 마시지 뭐."

그러나 결국 우리 둘은 소주를 깠다.
'참이슬 630ml 페트병, 참깨라면, 땅콩과 캬라멜, 그리고 육포질러까지...' 이렇게 차려 놓고 보니 그럴 듯하다.
소주 한잔에 아이들 이야기, 소주 두잔에 직장이야기, 그러다 보니 코로나 백신 접종, 정치 이야기까지 온 세상 만사가 CU 편의점테이블 위에 다 있다.
"오랜만에 재밌다. 그치?"
"어, 간단하게 좋네. 근데 먹고 나니까 좀 부끄럽네..ㅋㅋ"
"한 번인데 뭐 어때? 이런것도 한번 해보는 거지. 난 신선하게 좋은데?ㅎㅎ"

1시간 정도 짧은 시간, 오랜만에 아내와 친구처럼 연인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요즘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이런 게 행복이지, 인생이 별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