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zan 이달의 작가- 시] 정해지지 않은 시

in zzan2 years ago (edited)

응모 분야 : 시
제목 : 정해지지 않은 시

늦은 봄 찾아온 이
그는 내게 여우비 같았다
새싹이 자라날 시기를 놓친
흑토가 굳어진 땅에 내린 비였다

긴 겨울 얼어붙고
색을 갖지 못했던 봄을 지나
드디어 미약한 싹을 틔웠다
옅은 녹색이었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이 왔다

짙은 해는 싹에게 버거웠다
변덕이 줄어든 봄의 여우비가
자주 찾아와 버틸 수 있었다
해를 가리는 그가
싹에겐 쉼터였다
그리고
긴 장마가 왔다

짙은 하늘은 잎에게
그늘이었다
커져버린 그는
봄에 만난 여우비는 아니었다
짙은 녹색이 된 잎도
더 이상 싹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떠난 잎은 홀로 꽃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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