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 독후감(스포있음)

in NutBox3 years ago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게이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히가시노 게이고

많은 작품을 내는데 쓰레기보단 좋은 작품이 훨 많음​

명작이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책이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중간중간 각각의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고, 서로 만나는 지점들이 있다. 다시 읽어도 그런 부분들 때문에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라는 작가가 참 좋다. 밝은 세상, 용서, 따뜻함에 대한 글들이 많다. 살인이야기가 있어도 밝은 부분들이 있고,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준다.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을 줄거리만 적는데도 꽤 많았다. 그런데도 빠진 부분이 많으니 아래의 줄거리를 읽더라도 꼭 책을 다 읽어봐야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세명의 빈집털이범은 도주 중에 '나미야잡화점'이라는 간판의 폐가로 들어간다. 집을 살피던 중 갑자기 편지 한통이 배달됐다.

편지는 상담편지였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한 여자 운동선수가 달토끼라는 닉네임으로 상담하고 싶은 내용을 적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병을 앓게됐고 6개월정도 밖에 살 수 없는 시한부다. 나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운동선수인데 남자친구는 올림픽준비에 집중하라며 만나려 하지 않고, 나는 조금밖에 살 수 없는 남자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밤늦은 시간에 왜 편지가 배달됐는지, 왜 상담편지가 온건지 의아했지만 그 답은 알 수 없었고 답장을 할까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나름대로 고민해서 답장을 써서 가게 앞 우유상자에 넣었다.

그런데 넣자마자 다시 편지가 배달됐다. 달토끼인 그녀가 보낸 편지였다. 정말 이상했다. 답장을 하는 것도 이상한데 자신이 보낸 내용을 모르고서는 보낼 수 없는 답장이었다. 달토끼는 답장을 본 것이다.

그런데 내용 중에 '만화에서처럼 텔레비전 전화 같은게 있으면 좋겠다'는 문구가 있었다. 그들에겐 익숙치 않은 표현이었다. 휴대폰을 모르고 있는듯 했다. 게다가 편지 내용 중 내년에 올림픽이 열린다고 했지만 실제로 올림픽은 내년에 개최되지 않는다.

이상한 생각에 다시 답장을 적으면서 그녀가 살고 있는 시대를 알아낼 수 있도록 적었다. 그리고 달토끼의 답장으로 알 수 있었던건 그녀가 살고 있는 시대가 '1979년'이라는 것이다.

1980년에 모스크바 올림픽이 개최된다. 하지만 당시에 일본은 출전을 보이콧했다. 그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자신들이 미래에 있다고 말할 순 없고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답장에 '남자친구를 사랑한다면 마지막까지 곁에 있는게 좋다. 훈련을 그만두고 애인과 함께하라'고 적었다.

하지만 달토끼는 조언대로 하지 않았다. 남자친구가 올림픽에 집중하지 않으면 너무나 실망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전지훈련에 참가하며 열심히 노력했다.

답장을 쓰면 바로 오던 편지가 잠시 뜸했다. 그러다 편지가 한통 배달됐다. 달토끼다.

나는 마지막까지 노력했지만 대표 선수로 뽑히지 못했고, 일본이 올림픽 출전을 보이콧해서 올림픽에 쏟은 노력 자체가 물거품 됐다. 하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나미야 잡화점의 조언대로 하진 않았지만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셋은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변변치 않은 인생이었고, 자신들이 고민상담을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을 안해봤었다.

그때 또 다른 편지 한통이 배달됐다. 가쓰로였고, 생선가게 예술가이라는 닉네임이었다.

가쓰로의 집안은 생선가게를 한다. 어려서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아 결국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 중퇴 후 음악을 하기로 결정했다.

몇년간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지만 아직도 프로로 데뷔할 순 없었다. 그러던 차에 나미야잡화점 지나면서 옛날 생각이나 고민을 적어보기로 했다. 음악을 그만두고 가업을 이어야할지, 계속 음악을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편지로 남겼다.

첫 답장은 음악으로 먹고 살기 힘들고, 재능이 있었다면 이미 잘돼있을테니 꿈에 빠져있지말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현실적인 답변이었다. 화가난 가쓰로는 다시 한번 편지를 보냈지만 역시 팩트폭력만 당할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편지를 전달하며 가쓰로는 자신의 자작곡 '재생'을 하모니카로 들려주었다.

다음날, 가쓰로의 아버지는 쓰러졌다. 편지를 주고 받으며 심정변화가 있었던 가쓰로는 병원에 달려가 아버지에게 가업을 잇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답변은 예상밖이었고 놀라웠다.

부모말을 어기면서까지 음악을 하기로 했다면 이렇게 돌아와서는 안된다. 안되니까 돌아오는건 비겁한 짓이며, 돌아오더라도 음악이라는 분야에 너의 무언가를 남겨라. 그런 정신상태로는 생선가게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안되면 또 부모탓을 하며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그때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말아라.

아버지는 화를 내며 충고했다.

한편 나미야 잡화점 안에서 상담을 하던 세 도둑은 가쓰로의 편지를 받으며 들었던 자작곡이 익숙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노래였다. 어떤 여가수가 부르던 곡인데 사연이 있었다.

환광원에서 자랄 당시에 화재가 있었는데 위문공연 왔던 가수의 자작곡이었고 그는 자신의 동생을 구해준 뒤 사망했던 것이다.

그들은 이전과는 180도 다른 느낌의 답장을 썼다.

음악의 길을 걷는 것은 절대로 쓸모없는 일이 되지는 않을 거이며 그의 노래에 구원을 받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노래는 오랫동안 남겨질 것이다.

세 도둑은 가쓰로가 나중에 화재가 발생해 아이를 구한뒤 사망한다는 사실까지는 전달할 수 없었다. 그걸 말하면 아이가 죽을 것이고, 이미 일어난 일인데 생명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쓰로는 이 편지를 들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도쿄로 돌아갔고 음악에 열중했다.

나미야 잡화점의 시작

나미야 유지는 아내가 사망한 후 생기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자신의 잡화점에서 고민상담을 해주기로 한다. 처음에는 '공부 안하고 시험 100점을 받고 싶어요'와 같은 장난스런 고민들이 들어왔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인 나미야 유지가 고심해서 정성스런 답변을 해주자 점점 진지한 고민들이 들어왔다.

몇년간 상담을 열심히 했던 나미야 유지는 간암에 걸렸다. 아들인 나미야 다카유키 집에서 지내다가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다 죽기 얼마 안남았다고 생각됐을 때 딱 하루만 다시 나미야잡화점에 돌아가고 싶다고 아들에게 부탁했다.

아들은 이상했지만 아버지를 가게로 데려다줬다. 아버지는 내리면서 아들에게 편지 한통을 건네며 그 안에 적힌 내용대로 해달라고 했다. 유언장이었다.

편지에는 자신의 33번째 제삿날을 기념하며 어떤 방법으로든 '공지'를 해달라고 했다. 공지내용은 그날 하루동안 나미야 잡화점의 상담창구가 부활하니 예전에 상담 편지를 받으셨던 분들께서는 그 편지가 자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기탄없이 의견을 적어달라는 것이었다.

아들은 유언장의 내용을 어길 수 없었다. 석달 전에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가 있었다.

신문기사가 있었다. 한 미혼모 여성이 한 살 난 아이와 함께 동반자살을 꾀했는데 다행히 아이는 살아났다는 내용이었다. 아버지는 이 기사를 읽고 마음이 붏편했다고 말했었다. 예전에 고민상담을 해줬던 내용때문이다.

그 고민편지에는 임신을 했는데 아이 아버지가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라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때 답장을 보냈는데 이런 답장들이 상담신청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담을 그만뒀다고 했다.

그 후 기력이 약해졌고 간암에도 걸렸다. 그렇게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 꿈을 꾸었다. 몇십 년 뒤에 누군가가 잡화점 우편함에 편지를 넣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그 편지를 받으러 가게에 간 것이다.

간암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가게에 들여보내고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근처에 주차하고 하룻밤을 차에서 지낸 아들은 다음날이 되자 잡화점에 들어갔다. 식탁 위에는 여러 편지들이 놓여 있었다.

미래에서 온 편지들이었다.

여러 편지가 있었는데 부모님을 다라 야반도주 했던 소년이 지금 충고덕분에 잘 살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고, 미혼모의 살아남은 아이가 보낸 편지도 있었다.

미혼모의 아이는 당시 사고에서 구조돼 환광원에 맡겨졌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어머니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아 자살시도를 했다고 했다.

죽지는 않았고 입원하고 있었는데 시설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 세리가 찾아와 어머니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다.(참고로 세리는 생선가게 예술가가 구해준 남자아이의 누나로 나중에 유명한 가수가 되어 재생을 부른다)

사고 후 어머니 방에서 소중히 간직하던 편지들이 발견됐었다. 그것은 상담편지로 엄마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중요한 것은 태어나는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반드시 부모가 다 있어야만 행복해진다고 할 수는 없다.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어떤 어려움도 견뎌내겠다는 각오가 있다면 아이를 낳고, 그런 각오가 없다면 설령 남편이 있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는게 좋겠다는 내용의 상담편지였다.

즉, 어머니는 너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각오가 섰기 때문에 너를 낳은 것이다. 이 편지를 소중히 간직했던 것이 무엇보다 큰 증거다. 어머니가 동반자살 따위를 할 리 절대로 없다. 사고 당시에 비가 왔는데 차의 창문이 완전히 내려져 있었다. 비가 오는데 창문을 열었을리가 없고, 바다에 떨어진 뒤에 열었을 것이다.

그것은 동반자살이 아니라 사고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 엄마(가와베 미도리)는 영양실조로 운전 중에 빈혈을 일으켜 사고가 난 것 같다. 사고 후 구출된 아이의 몸무게는 10킬로그램이 넘었다. 자신은 굶으면서도 아이에게는 먹을 것을 충분히 먹여준 것으로 보인다.

그 날 이후 그녀는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단 한번도 원망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충고해준 세리의 매니저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편지 말미에 나미야잡화점이라고 적혀있어서 궁금했는데 최근에 인터넷을 통해 공지를 접하고 알게 돼서 어머니에게 주신 조언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나미야 슌고

2012년 9월

슌고의 할아버지 나미야 다카유키(나미야 유지의 아들)는 작년 연말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면서 슌고에게 부탁한게 있다.

내년 9월이 되면 인터넷에 올려줘야할 것이 있다. 사실 자신의 아버지에게 자신이 직접 하기로 약속했지만 자신이 아프니 이렇게 부탁한다는 것이다. 올려야 할 것은 공고문이었다.

와쿠 고스케 (폴 레논)

과거에 부모님과 야반도주를 고민할때 나미야잡화점에 고민편지를 보냈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오늘 하루만 창구가 부활한다는 공고를 보고 무작정 고향을 찾아왔다. 나미야 잡화점에 가기전에 편지를 쓰고자 주변에 있던 BAR에 들렀다.

고스케의 집안은 매우 부유했다. 어릴 때부터 비틀즈를 좋아했고 집안에 최고급 음향시설을 설치해 친구들과 비틀즈를 즐겼다. 그러나 중학생때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급기야 아버지는 큰 빚을 졌고, 야반도주를 결심하게 된다.

어릴때부터 아버지를 믿고 의지했던 고스케는 아버지가 도망치려는 모습에 실망하고,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상담을 한다.

부모님이 사업에 실패해 야반도주를 하게됐다. 이렇게 도망가면 평생 도망치며 살아야할 것 같은데 부모님을 따라가는게 맞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내용이다.

이에 답장 내용은 야반도주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지만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 온 가족이 같은 배에 타고 있기만 한다면 언젠가 함께 올바른 길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하니 부모님과 함께하는게 좋겠다는 것이다.

고스케는 부모님과 함께가기로 결심하고 다른 짐은 버려도 마지막까지 가져가려고 했었던 비틀즈 앨범들을 비틀즈를 좋아하던 친구에게 헐값에 넘겼다. 비틀즈 영화를 보고 심경에 변화가 있었다.

이 부분은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그대로 옮겨본다.

p.269

"하긴 이별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몰하는 배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네 명의 멤버들은 비틀스를 구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이윽고 밤이 되자 온가족은 자동차에 짐을 싣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에 갔다. 그곳에서 아버지는 고스케에게 또 화를 냈다. 떠나기 전부터 고작 만엔에 앨범을 전부 팔았냐며 잔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고스케의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고스케는 부모님 몰래 화장실을 빠져나와 멈춰있던 트럭에 몸을 숨겼다.

부모님과 이별했다. 상담편지로 간신히 부모님과 이어져왔는데 그 끈이 한순간에 끊겼다. 비틀즈 앨범을 팔아버린 순간 이별은 언젠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후 고스케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가출 소년들을 잡는 경찰에 붙잡혔지만 자신의 신원을 밝히면 야반도주를 했던 부모님이 곤란해질까봐 끝까지 신원을 숨겼다. 결국 환광원에 들어가 새로운 이름을 짓어 학교를 다녔다.

목각에 관심이 있고 소질이 있어 목각장인의 제자로 들어가 생활했고 이제는 어느정도 부를 이뤘다.

그런 고스케가 고향으로 돌아와 나미야 잡화점에 넣을 편지를 BAR에 앉아 쓰고 있다.

보통은 감사 편지를 보내겠지만 나는 있는 그대로를 말하려고 한다. 나미야 씨의 조언대로 부모님을 따라 가려했지만 중간에 도저히 같이 가기 힘들어 도망쳤고 이후에 부모님과는 연락이 끊겼다. 하지만 그 때 내린 나의 결단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즉, 나미야 씨의 충고를 따르지 않은 것이 옳았던 것이다. 결국 인생이란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개척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비꼬려는 마음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다. 공고문을 보니 그때의 충고가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꼭 알려달라고해서 충고와 다른 선택을 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함이고 조금이라도 불쾌하셨다면 이 편지는 처분해달라.

편지를 다 쓰고 가게의 마담과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의 취향과 너무 닮아 LP를 구경했다. 놀랍게도 자신에 어렸을 때 친구에게 팔았던 그 LP다. LP의 사연에 대해 마담이 말해줬다.

이 LP들은 원래 오빠 친구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빠에게 다 넘기더니 가족들이 야반도주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가족 모두가 동반자살을 했고 아버지 유서가 발견됐는데 자신이 모두 수면제를 먹여 바다로 빠트렸다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아들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고스케는 곰곰히 이야기를 듣는데 이상했다. 분명 자신의 이야기인데 부모님은 자살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은 도망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살한 것이다. 그리고 남은 고스케에게 짐이 될까봐 모두 다같이 자살한 것으로 위장했다. 야반도주 직전에 어머니가 했던 말이 되살아났다.

"나도 그렇지만 네 아빠도 너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 네가 행복해지기만 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거야. 목숨까지도 걸기로 했어"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이 존재하는 것은 그런 부모님 덕분이었다. 그들을 그런 막다른 궁지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자신이 써 놓은 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읽어보니 불쾌감이 번졌다.

자기 만족을 늘어놓았을 뿐 아무 가치도 없는 편지였다. 고민 상담에 착실히 응해준 분에 대한 경의도 없었다. 뭐가 '인생이란 혼자만의 힘으로 개척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인가. 내심 경멸해왔던 부모님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지금 어떤 꼴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주제에 말이다. 편지지를 죽죽 찢었다.

새로 편지를 적었다. 만약 나미야 할아버지 귀에 야반도주 했던 가족이 동반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들어갔다면 그는 자신의 충고에 대해 크게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저승에 계신 할아버지를 안심시켜 드리고 싶었다.

나미야 씨의 충고를 따라서 부모님과 함께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부모님과 나는 행복한 인생을 보냈다. 감사하다.

아쓰야, 쇼타, 고헤이 세 명의 도둑은 계속해서 상담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쇼타가 휴대폰을 보였다. '나미야 잡화점, 9월13일 단 하룻밤의 부활'이라는 블로그였다. 오늘은 특별한 날로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 거라고 말했다.

무토 하루미 (길 잃은 강아지)

상담편지

낮에 회사를 다니다가 길거리에서 호스티스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현재는 둘다 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경제적으로 좋아져서 지속하다가 고민이 생겼다.

회사에서는 단순업무만 하는데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쉬면서 호스티스 일에 전념한다면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으니 효율적인게 아닌가 싶다.

이 고민에 대해 세 도둑은 하루미에 대해 그저 사치스러운 생활을 좋아하는 철없는 젊은 아가씨로 생각해 그런 달콤함은 젊은 시절 한때뿐이고 다들 당신의 몸을 노리는 것이니 당장 그만두라고 충고했다.

하루미는 자신이 왜 경제적으로 빠르게 자립해야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었다.

나는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한다. 그것도 상당한 경제력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건 나 혼자 잘 살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환광원에서 지내다 초등학교 졸업한 뒤에 이모할머니 댁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 이모할머니가 나를 거둬주신 것이다. 그 덕에 고등학교까지 다닐 수 있었다.

이모할머니는 나를 친손녀처럼 사랑해줬고 나는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 연로하신 이모할머니 부부는 직장도 없이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겨우겨우 살아가는 형편이다. 그분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세 도둑은 깊이 고민했다. 도와주고 싶은데 호스티스로 계속 살게하고 싶진 않았다.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에 대해 알려주기로 한 것이다. 1986년부터 호황이 시작되니 부동산을 매입하고 팔면서 자산을 불리고 주식으로 더 큰 수익을 얻도록 하고 1989년 이후에는 거품이 꺼지니 꼭 정리하라는 것이다.

하루미 입장에서는 의아했다. 어떻게 이렇게 점쟁이가 예언하듯 할 수 있느냔 말이다. 그런데 지난 편지를 보면 9월13일 이후에는 상담편지 답장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하루미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어느새 9월13일이 됐다. 13일이 아직 안지났으니 마지막으로 편지를 넣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나미야 잡화점에 갔다. 하지만 거기서 그전처럼 뭔가 신비로운 기운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9월13일에 죽을지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편지에는 휴대폰이니 네트워크니 하면서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있었다. 상담편지를 믿기로 했다.

이후 하루미는 충고대로 1985년까지 열심히 돈을 모아 부동산을 매입했다. 편지의 내용대로 일본의 경제는 호황으로 부동산 가격은 연신 상승했다. 주식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1988년 말에 모든 것을 정리한 하루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서 편지의 내용의 네트워크 등의 내용을 접목해 사업을 했다. 역시 술술 잘풀렸다.

하루미는 어느새 50대가 됐고 엄청난 부자가 됐다. 그러다 블로그에서 '9월13일 나미야 잡화점 단 하룻밤의 부활'이라는 공고문을 봤다. 감사의 편지를 넣기 위해 고향을 찾았다.

고향에는 나미야 잡화점도 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아생전 거주하던 집이 있다. 지금은 별장으로 한달에 한번정도 올뿐이다.

별장에 들어갔다. 뭔가 이상했다.

갑자기 강한 힘에 붙들리고 누군가 입을 막고 눈을 가렸다. 그리고 의자에 꽁꽁 묶였다.

도둑들이었다. 값나가는 물건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고 대답해줬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질문을 해왔다.

진짜로 환광원을 매입해서 러브호텔을 지을 것이냐는 질문을 하는가하면 자기들끼리도 의견 다툼이 있었다. 이렇게 두면 저 여자가 굶어죽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화장실 걱정도 해주었다.

하루미는 어서 빨리 저들이 나갔으면 하는 마음에 자신은 괜찮다고 했고 그들은 급하게 나가면서도 하루미가 현관에 두었던 가방도 가져갔다. 그 안에는 나미야 잡화점에 넣으려던 감사편지가 들어있었다.

세 도둑은 상담놀이를 마치고 아까 가져왔던 여자의 가방을 열어봤다. 봉투에 나미야 잡화점님께라며 편지가 들어있었다.

나는 회사를 다니며 호스티스 일을 하면서 경제적 자립을 위해 나미야 잡화점님께 상담편지를 보냈었다. 그 때 아주 귀중한 조언을 해줬고, 나는 그 덕에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당신은 나의 은인이고 나 역시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세 도둑은 멍해졌다. 조금 전까지 자신들이 상담해줬던 길 잃은 강아지가 방금 꽁꽁 묶어 놓은 여자였던 것이다. 환광원 원장이 바뀌고 힘들어지면서 자신들이 이따금 도둑질을 했었는데 방금 갔던 집이 길 잃은 강아지의 집이었다.

얼마전에 소문을 들었었다. 큰 부자인 여자 사장이 환광원을 매입해 러브호텔을 지으려고 한다는 소문이었다. 자신들이 오해했음을 깨달았다.

자신들의 죄에 대한 벌을 받기 위해 자수하기로 결심했다.

잡화점 문을 나가는데 편지한통이 있었다.

아까 자신들이 시험삼아 보냈던 백지에 대한 편지였다.

이름없는 분에게.

어렵게 백지 편지를 보내신 이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건 어지간히 중대한 사안인 게 틀림없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 되겠다, 하고 생각한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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