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렇게 만나고, 그렇게 헤어지는 중이다.🌿 (完)



< Please read it, with this Playlist >




[#1화. 그렇게 만나고, 그렇게 헤어지는 중이다. 🌿]
(前 이야기) : https://steemit.com/hive-101145/@newiz/3gtjcv-1

그 날따라 유난히 추웠다.
순간, 그 아이가 춥다며 내 팔에 찰싹 붙어 팔짱을 꼈다.

나는 깜짝놀라 그 아이를 쳐다봤다. 술 기운에 두 볼이 발그스레 변한 채 베시시 웃고 있는 그 아이는,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워 보였다.

..... ( 중략) ........

나는 그렇게 그 아이를 만나면 만날수록,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 사귀다




그 아이는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주었고, 나도 그런 그 아이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사실 '사귀자'라는 말만 안 했을 뿐이지, 어느 연인의 데이트와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차마 '사귀자' 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 했다.

용기는 너무나 부족했고, 반대로 생각은 너무나 많았다. 용기를 내볼까 하다가도 금세 이런 저런 현실적인 생각에 주춤대고 있었다.



어느 날, 늦은 시간 퇴근을 하고 샤워를 마친 후 침대에 누웠는데, 그 아이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오빠에게 난 어떤 사람이야?
지금 우리 사이가 조금 애매한 것 같아서...

그 메시지를 시작으로 우린, 평소와는 다르게 좀 더 진지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1 시간정도가 지났을 것이다. 서로의 생각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 갈 때 쯤, 내 안 깊숙이 와 닿는 메시지가 하나 돌아왔다.

오빠, 비록 우리의 끝이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 현재의 감정에 최선을 다 해보고 싶어.

순간 무슨 대답을 해야할지 몰랐다. 당황함보다는 그 아이의 용기와 성숙한 생각에 놀랐다. 그리고 계속 머뭇거리기만 했던 내가 창피하고 부끄럽기까지 했다.

나도 더 이상은 머뭇거릴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머뭇거리기 싫었다.

아영아, 우리 내일 데이트하자.
서로의 여자친구, 남자친구로서 하는 첫 데이트 !!

.
.
.

그리고 다음날,

우리의 첫 데이트는 그동안의 예행연습들 덕분이었는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 느낌만큼은 달랐다. 애정 표현은 더욱 과감했고, 뜨거웠고, 확실했다.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얇은 천 하나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우린 그동안 아껴두었던 서로에 대한 마음을 마음껏 뽐냈다. 마치 내일 당장 세상이 사라질 것 같이, 사랑해주고 아껴주었다.

너무 행복했었나보다. 어느새 나의 마음 속엔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떠오르고 있었다.




#. 너랑 결혼하고 싶어


그렇게 뜨거운 수개월이 흐르고, 어느 일요일 아침.

활짝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공기는 상쾌했고, 햇빛마저 따듯했던, 더 없이 좋은 날이었다. 기분도 좋았다.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아이가 우리 집에 놀러 오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온 집안을 대청소하고, 샤워와 면도까지 더욱 깔끔하게 마쳤다. 또, 최대한 집에 무심히 있었다는 듯, 꾸민듯 안 꾸민듯, 멋있어 보이고 싶었다.

그 날은 정말 옷을 몇 벌이나 갈아 입어보고, 머리는 얼마나 만져댔는지 기억도 안 난다.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후다닥 나가서 문을 열었더니, 문 앞에 그 아이가 더운 듯 두 볼이 상기된 채 서 있었고… , 사랑스러운 건 여전했다.

왜 이렇게 힘들어보이나 했더니, 한 손에 커다란 마트 봉지를 들고 있었다.

어?? 이건 다 뭐야??

내가 오빠 파스타 만들어주려고 재료 사 왔어!!

어쩐지 생각보다 살짝 늦는다 싶었는데, 서프라이즈로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온 것이었다.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있는 힘껏 꼭 안아주었다.

더워어엉~

그 아이는 덥다며 요리조리 몸을 비틀어 빠져나오더니, 곧 재료를 준비하고 파스타를 만들기 시작했다.

도와줄 필요는 없다기에 뒤에서 말동무나 해주며, 멀뚱히 요리하고 있는 그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내 여자친구라니…’

나의 입가엔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맛이 있진 않았지만, 세상 무엇보다도 맛있게 먹었다. 그 아이도 자기가 만든 파스타를 몇 번 맛보더니,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난다.

파스타를 다 먹고 치우는 동안, 그 아이는 가방에서 '작은 카드' 와 '영양제'를 꺼내서 나에게 주었다.

이게 뭐야?

집들이 선물!! ㅎㅎ

전에도 놀러 와봤으면서 오늘이 왜 집들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엉뚱한 생각마저 너무 귀여웠다.

그러고는, 내가 카드와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게 신났던 모양이다. 자기가 영양제와 카드를 어떻게 나에게 들키지 않고 샀는지, 카드를 쓸 때는 몇 시였고, 어떤 상황이었는지… , 그 앙증맞은 입으로 너무 귀엽게 조잘조잘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사랑스러웠다. 나는 조용히 맞장구를 쳐주며, 흐뭇하게 그 아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조잘거리는 입술이 참으로, 한 없이 예뻐 보였다.

한동안 조잘거리는 그 아이를 보고 있던 나는, 양손으로 그 아이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 그리고 꼬집은 채로 다가가 입을 맞췄다.

그 순간 휘몰아치는 감정에 휩싸여,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을 해버렸다.

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정말 스스로도 놀랄만큼, 너무 멋대가리가 없었다. 단어나 문장을 미처 예쁘게 꾸밀 새도 없이, 속 깊은 어디에선가 튀어나와 버렸다. 그래도 그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 멋대가리가 없긴 했다.

그래도 그 아이는 밝게 웃으며, 이 무미건조한 말에 기뻐하며 대답해주었다.

정말?! 나도 좋아!!!!! ㅎㅎ

어려서 현실을 몰라 쉽게 대답 한 것인지, 그동안 쭉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해 왔었던 것인지, 대답은 망설임도 없었고, 굉장히 간결했다.

하지만 환하게 생긋 웃고 있는 그 아이의 얼굴에서, 진심인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먼저 말을 해 준 것이 좋았던걸까.
설거지를 하고 있는 동안, 그 아이는 내 등 뒤에 찰싹 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따듯하고 포근했다. 함께 하면 정말 행복할 것만 같았다.



그 후로 한 달 정도, 우리는 미래에 대한 여러 상상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며칠 간격으로 서로의 부모님을 가볍게, 격식없이 뵙는 자리를 각각 마련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어머님과 우리 부모님을 뵙는 날이 다가왔다…




#. 헤어지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조금 강해보이는 인상이셨다. 하지만 인상과는 다르게 나를 마치 큰아들처럼 예뻐해주셨다.

그러나, 결혼은 너무 성급하지 않느냐는 말씀도 곁들이셨다.

교제하는 것은 말리진 않겠다만, 결혼만큼은 너무 이른 것 같구나.

라고 거듭 강조하셨다.

맞는 말씀이었다. 아직 어리고 예쁜, 거기에 외동딸이기까지 한데, 어느 어머니가 벌써 품에서 떠나보내고 싶으시겠는가. 거기에 나이 차이도 있으니 말이다.

며칠 후 만난, 우리의 부모님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 아이를 금지옥엽 대하듯 아껴주셨고, 막내딸처럼 예뻐해주셨다. 하지만, 조금 맞지 않는 서로의 환경 차이와 나이 차이가 썩 내키지 않으신 모양이었다.

정말 결혼은 현실이고, 실전이었다.

그 후로 몇 주동안 열심히 부모님들을 설득도 해보고, 다시 뵙는 노력도 해 보았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부모님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 했고, 현실이라는 벽 앞에 무력해질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우리 둘 다 성급하긴 했다.

나는 차오르는 나이에,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성급했고,

그녀는 아직 어린 나이에,
많은 시간을 경험해보지 못 해 성급했다.

그렇게 우린 꽉 막힌듯한 앞날에 지쳐 조금씩 내려놓게 되었고, 헤어질 수도 있다는 상상을 점점 하게 되었다.

.
.
.

그리고, 가을 바람이 잦아들고
겨울 찬공기가 다시 찾아 올 무렵.

내가 그 아이를 처음 만나고,
그 아이가 나에게 처음 번호를 물어봤던,

그 계절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왔을 때 쯤,

우리는 서로를 위해
‘이별’이라는 단어를 꺼내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이별하였다.

.
.
.

나 오빠 정말 많이 사랑했어. 그리고 오빠 만나는 동안 너무 너무 행복했고…

나도, 진심으로 사랑했고, 정말 많이 고마웠어…

.
.
.


우리가 인연을 맺기 위해 노력한 시간은 꽤나 길었다. 그러나 그에 비해 헤어짐을 결심하고 이별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짧지만 강렬히 타올랐던 불같은 만남이어서 그런지, 그 후유증은 너무도 크게 다가왔다.

그래도 만난 시간이 짧은 덕분에… , 추억이 곳곳에 많지 않은 덕분에… , 이 아픔에 무뎌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 에필로그




드라마에는 나오지만,
사실상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말이 있었다.

사랑하기때문에 헤어지는거야.

'사랑하는데 왜 헤어질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결말을 뻔히 아는 사랑은,
서로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었다.

이 만남을 계속 이어간다면,
만나는 동안 잊지 못 할 추억들이 더 쌓일테고,

그러다 이미 정해진 결말에 다달았을 때,
분명 서로는 서로를 잊기 위해
지금보다 더 힘들어 질 것이 뻔했다.

헤어지는게 맞았다.
아니, 정확히는 헤어지는게... 맞았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그래서 우리는,
지금 헤어지는 중이다.



 모든 이야기 끝.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7
JST 0.031
BTC 88605.96
ETH 3374.52
USDT 1.00
SBD 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