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만나다
"인생에는 시간에 의해 생긴 음영과 굴곡들이 드리워진다. 우리가 시간의 지배 아래에서 제 삶을 꾸리는 까닭이다. 탄생과 죽음도 시간 속에서 겪는 실존사건이다. 그런데 이 시간은 균질하지 않을 뿐더러 그 속도와 길이와 느낌도 제각각이다. (중략)
아울러 크고 작은 시간 경험은 우리 인생의 중요한 축이다. 시간은 나이를 쌓아 우리을 노년으로 데려간다. 따라서 모든 것을 앗아가고 부서뜨리는 시간의 폭력이 빚는 덧없음이 내가 쓰는 문장의 갈피마다 스며들었다."
"먼 곳은 늘 먼 것의 아우라로 인해 동경의 빛으로 빛난다. 우리는 그 동경의 빛에 이끌려 낯익은 고장을 떠난다. 여행자가 낯선 풍경에서 인생의 심연을 엿보는 것은 여행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기쁨이다. 여행의 본질은 자기에게서 떠나 되도록 자기를 멀리 벗어남에 있다. 자기에게서 해방되어 비로소 자기를 만나는 것이 여행의 보람이다. 가장 가까운 나를 만나려고 가장 먼 곳으로 떠난다. 내 어딘가의 '숨은 자아'를 만나는 것, 이것이 풍경의 먼 곳, 혹은 먼 곳의 풍경이 만들어내는 뜻밖의 효과다."
_장석주 산문집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중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만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