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메모리카드 에러, 사라진 트로기르에서의 발자취

핸드폰이 이상하다.

사진을 외장 메모리에 자동 저장되도록 설정해 두었는데, 앨범에서 미리보기도 되지 않고 열리지도 않는다. 파일 이름만 남아 있다. 그마저도 재부팅하니까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그동안 찍은 모든 사진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전날까지의 사진은 노트북에 백업을 받아 두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트로기르를 여행했던 하루 동안의 사진은 없어졌다.

급하게 마눌님의 핸폰을 뒤져 보니, 도시에 대한 사진은 거의 없고 먹었던 음식과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셀카만 있다.

결국... 세계문화유산 트로기르에서의 발자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한동안 허망하고 허탈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일상의 집착을 털어내고 자유를 찾아 떠난 여행인데, 어느 순간부터 여행지를 갔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사진찍기에만 집착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 없어진 것이지, 그 도시를 부부가 함께 걸으며 느낀 감동과 이야기는 우리 가슴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지 않은가. 그러면 됐지 않은가... (아몰랑.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