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변화는 어렵지만
사람은 평생에 걸쳐 조금씩 변해간다.
평.생.에.걸.쳐.
특히 변화가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생애주기가 있다.
그 변화를 <발달>이라고 부른다.
변화의 결정적 시기가 오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몸이 아파지거나 괜히 불안하거나
불면증이 생기거나 우울해지거나
심지어 그동안 헛살았다는 패배감에
분노가 솟구치는 경우도 생긴다.
아동이나 청소년 발달에 대한 자료는 많으나
성인에서 노년에 이르는 심리적 발달 단계를 안내하는 가이드가 부족해
성인들의 삶은 방향키 잡기가 쉽지 않다.
이 시기에 정신분석을 함께 하다보면
발견되는 심리적 내용물들이 꽤 아프다.
상처, 열등감, 시기심, 질투, 분노...
별로 반갑지 않은 것들이다.
남보다 앞서가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
현실은 보잘것 없어지고 나이는 들어버렸고,
이제 나는 어디를 바라보고 나아가야 하나 하는 막막함까지,
만나야 하는 것들의 무게가 꽤나 무겁다.
어두운 터널같은 그 시기를 잘 보내고 나면
어떻게든 현재와 미래가 보인다.
이 과정에서 자기애(나르시시즘)가 건강한 변화를 겪는다.
자기애가 질적으로 변화하면서 '나'에 집중된 시야가 '주변'으로 확장된다.
실제로 개인의 삶에서 이 과정은 그리 대단하거나 드라마틱한 형태로 벌어지는 게 아니다.
그냥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며 조금씩. 어느날엔 좀 더 많이.
그 과정이 감정적으로 고통을 수반할 텐데
견디기 어려우면 전문의를 만나고 약도 한 번 먹어보는 거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책을 읽거나.
그렇게 자기애의 갑옷을 한 겹씩 벗으며 우리는 만족과 타협을 배운다.
자신과 타협에 이르지 못한 사람은 외부 세계 단 한 사람과도 타협에 이르거나 화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