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야기] 독일 최저임금제에 대한 오해

in #germany7 years ago (edited)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모두 법정 최저임금제에 대한 인상을 약속한 정당과 후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바꾸고 언론도 올해 들어서면서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세상인을 위해서 도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들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법정 노동시간을 노동하면 인간의 존엄을 최소한 지켜내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구조를 만들려는 법의 취지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텐데,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보다는 시도 자체를 막으려는 의도가 읽히는 것은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최근 법정 최저임금제의 최저시급 인상분이 지나치게 높다며 제시하며 새로운 두 가지 주장이 눈에 띄는데요.

  1. 산업 분야별 최저임금을 차등화하자
  2. 2년에 한 번씩 적용되는 독일 제도를 따라 1년 대신 2년에 한번씩 조정하자

둘 다 독일에 적용되고 있는 사례들이라, 독일 사례를 잘 알고 있는 지식인들이 사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이슈화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누차 말씀드렸지만, 독일 관련 정보가 한국에 전해질 때, 특히 언론과 지식인이 독일 사례를 들며 얘기할 때는 주의가 필요함을 느끼게 됩니다.

선진국으로 인식되고, 우리 사회의 좋은 시스템의 롤모델이 되어온 독일이기에 독일의 이름을 빌려 선진화된 접근처럼 인식시키려는 시도들이 많다고 느껴지는데요. 독일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두 접근이 모두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를 계속하면 독일의 사례로 인식될 수 있지만, 진실과는 더 멀어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독일의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제는 두 가지가 존재합니다.
A) 2년마다 새로 적용되는 법정 최저임금제
B) 산업 분야별 고용주와 노동자 간 단체협약에 의한 최저임금제

A) 은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최저임금제와 같은 개념으로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됩니다. 독일에서 2015/2016년에는 8.50 유로 (11,050원)가 처음 적용되었고, 2017/2018년에는 8.84유로(11,492원)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B) 는 다시
B-1) 산업 분야별 고용주와 노동자 간 단체협약을 통해 최저시급을 법으로 명시한 산업 분야별 최저임금제
B-2) 산업 분야별 고용주와 노동자 간 단체협약을 통해 최저시급을 자유롭게 협상으로 정하는 최저임금제로 나누어 집니다.

다시 정리하면, 국내에서 법정 최저임금제로 뭉뚱그려 생각하는 제도는 독일에서 그간 단체협약의 보호를 받지 못한,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모든 저임금 노동자들까지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A)의 상황에 해당합니다.

A)는 고용주와 노동자 간 단체협약이 아닌 최저임금 위원회에서 최저시급 안을 마련하고, 연방정부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합니다.
현재, 독일 노동자 단체인 DGB(독일 노동자 총연맹)가 2019년/2020년 최저시급으로 9.19 유로 (11,947원)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독일의 법정 최저임금제는 고용주와 노동자 간 단체협약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위한 법이고, 산업 분야별로 차등화된 최저임금제로도 보호받지 못해 국가가 나서 지켜주는 마지노선인 셈입니다. 우린 그 기준을 상위기준으로 잡아 활용해 보려고 하는 것이구요.

독일의 법정 최저임금제는 2년에 한 번씩 변경하고 있지만, 8.5유로 (11,050원), 8.84유로 (11,492원)로 한국에 비해 충분히 높게 책정된 상황에다, 최소 생계를 지켜주기 위해 고려하는 독일의 물가와 집세의 변동률을 감안하면 1년,2년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급액의 문제로 접근해야 옳지 않나 싶습니다. 아직 믿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독일의 부가가치세는 국내보다 높지만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독일이 싸거든요.

물론, 산업 분야별 최저임금제에서는 2년에 한번 적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1년에 한번 적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B-1)에 해당하는 직업군 중 하나인, 건축업 - 도장과 미장 노동자 - 미 숙련자 보조인력에 대한 규정을 예로 들면, 1년마다 최저시급이 법으로 정해져 있고, 법정 최저임금제의 최저시급이 아닌 단체협약에서 정해 법에 등록된 더 높은 최저시급이 적용됩니다.

  • 2017년 5월 ~ 2018년 4월까지 1년간 최저 시급: 10.35 유로 (13,455원)
  • 2018년 5월 ~ 2019년 4월까지 1년간 최저 시급: 10.60 유로 (13,780원)
  • 2019년 5월 ~ 2020년 4월까지 1년간 최저 시급: 10.85 유로 (14,105원)
  • 2020년 5월 ~ 2021년 4월까지 1년간 최저 시급: 11.10 유로 (14,430원)

단체협약을 통해 법에 명시되는 경우가 아닌 B-2) 경우,
작년(2017년) 헤센주 버스 파업 상황을 설명하며 소개한 경우처럼 단체협약 주체에 따라 다른 최저시급이 정해집니다. 당연히 법정 최저시급보다는 높게 책정되구요.

2017년 1월 버스 운전자 시간당 최저 임금 사례 (독일 이야기 이전글: https://steemit.com/germany/@dogilstory/5mbpjv)

  • 헤센 주: 12유로 (15,600원)
  •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12.75유로 (16,575원)
  • 바이에른 주: 12,80 유로 (16,640원)
  •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15유로 (19,500원)

헤센주 버스파업처럼 최저임금 결정을 법으로 보장된 파업을 통해 해결한 경우도 생기지만,
독일 수퍼마켓 리들처럼 파업없이 동종업계 최고수준을 선도해 보장해 주는 귀감이 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독일 이야기 이전 글: https://steemit.com/germany/@dogilstory/5eka2n)

어쨌든, 국내에서 주요이슈마다 독일의 제도를 언급하며 도입해 보자는 주장마다,
독일의 사례가 정확히 제공되지 않아 오해를 의도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신기하지만,
좋은 제도 본받자고 주장하는 지식인과 언론 중에 왜 최저시급제의 핵심인 최저시급액은 본받자는 주장은 하나도 없는지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다 본받을 맘이 아님, 독일을 본받자고 말씀을 말든지 말이죠...

(*. 환율 적용 : 1유로 당 1,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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