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보다도 못한 인간들
요즘 뉴스를 전혀보지 않는다.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서다.
어제는 임진강을 트래킹하는데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와 생각이 비슷해서 통화하면 항상 위로가 된다. 그리고 함께 나라를 위한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나누었다.
친구가 정치를 하면서 소신없이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옮겨가는 박쥐같은 놈들이 많아서 걱정이라는 표현을 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박쥐는 전혀 나쁜 놈은 아니다. 차라리 인간이 박쥐보다 못한 존재라고 단언했다.
코로나 시대인 요즘에 가장 억울한 동물을 꼽으라면 단연 박쥐다. 원래 박쥐에 대한 인상도 별로 좋지 않은데다 코로나균의 숙주가 박쥐라고 알려지면서 미움은 더해졌다. 박쥐는 300여개의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그런데 자신들은 날아다닐때 40도가 넘는 체온 때문에 병에 걸리지 않는다. 원래 박쥐는 인간에게 이로운 동물 중에 하나이다. 여름에 우리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모기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동물이 박쥐이다. 하루에 자신의 몸무게의 1/3이나 먹는다. 박쥐는 사라져서는 안되는 동식물 다섯가지 가운데 하나로 꼽혔을 정도로 인간에게 이로운 동물이다.
박쥐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것은 동굴에서 살기에 음흉하다고 생각하고 사람의 피를 흡혈한다는 근거없는 이야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기름을 부은 것이 이솝우화에서의 박쥐이야기 때문일거다. 날짐승과 들짐승의 싸움을 할 때 양쪽으로 유리한 편을 골라 오가다가 나중에는 어느 편에도 속하지 못했다는 비유가 박쥐를 단숨에 약아빠진 짐승의 아이콘으로 만들고 말았다.
지구상에서 사는 박쥐의 대부분은 과일이나 곤충을 먹고 사는 반면, 흡혈박쥐는 한 종류 밖에 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종류도 사람의 피를 먹는 것이 아니라 열대지방에 사는 큰 짐승의 피를 먹고 산다. 그것도 모기처럼 혈관에서 직접 피를 취하기 보다는, 잠을 자고 있는 동물의 목 부위를 발톱으로 긁어 상처를 낸 뒤에 거기서 스며 나오는 피를 핥아 먹는다고 한다.
문제는 흡혈박쥐는 신진대사가 유난히 활발해서 이틀정도 피를 먹지 못하면 힘을 쓰지 못하고 죽는다. 그래서 이런저런 사정으로 피를 취하지 못하는 박쥐는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된다. 이때 참으로 놀라운 일들이 일어난다. 피를 배불리 먹고 온 박쥐들이 배고픈 동료들에게 피를 나누어주는 것이다.
동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서로 피를 게워내면 피를 필요로 하는 박쥐가 받아먹는다. 이렇게 피를 받아먹은 박쥐는 살 수 있게 되는데 그 고마움을 기억하고 다음번에는 자신이 같은 행동을 함으로써 은혜를 갚는다 하니, 박쥐를 함부로 폄하하거나 욕할 것은 아니지 싶다.
인간에게 부정적인 동물로 인식되는 억울한 누명을 쓴 채 동굴에서 살아가는 박쥐에게도 피를 나누는 정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도 재미있다. 그러면서 문뜩 박쥐를 놀리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박쥐도 피를 나누는데 당신의 삶은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