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간 간직한 꽃병

in #flowerday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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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부부의 날’이었다. 젊은 시절에 만나서 한평생 함께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은 결혼한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만났으니 서로가 노력하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돌아 보았으면 한다.

네덜란드의 한 작은 마을에 조촐한 잔치가 벌어졌다.
그 마을에서 태어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결혼 생활을 50주년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친지들과 마을 사람들이 마련한 자리였다.
오랫동안 노부부를 지켜봐 온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목소리를 높여 다투는 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노부부의 입가에선 얹나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또 부지런히 일하며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웠다.

찬치가 열리던 날, 그들 부부의 조그만 앞마당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 집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는데, 거실 탁자 위에 놓인 깨진 꽃병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 꽃병은 잔칫집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흉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몇몇 아낙들이 그것을 치우려고 했으나 할머니는 한사코 그 자리에 놔둘 것을 부탁했다.

이윽고 노부부가 손을 잡고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러 거실로 나왔다. 사람들의 따뜻한 박수 속에서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대단치도 않은 일인데 많이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편과 제가 결혼한지도 벌써 50년이나 되었군요. 그 세월이 참 빠르게 느껴집니다.”
할머니는 감격에 겨운 듯 잠시 눈시울을 붉히고 말을 이어나갔다.
“남편과 제가 오늘날까지 아무 탈없이 결혼생활을 지속해 올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저 깨진 꽃병 때문이랍니다. 남편에게 실망을 느낄 때나 여러 가지 힘든 일로 괴로울 때마다 저 꽃병이 나를 지켜주었습니다.”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꽃병을 보았다. 낡고 그리고 깨지기 까지한 별 볼일 없는 꽃병일 뿐이었다.

할머니는 말을 계속 이어나가셨다.
“51년 전 늠름한 청년이었던 남편은 저 꽃병에 꽃을 담아서 저에게 청혼을 했습니다. 그때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릅니다. 저는 감격한 나머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탁자 위에 놓여진 꽃병을 깨트리고 말았습니다. 저 깨진 꽃병은그날 내가 느낀 감격,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그 감격을 잊지 않기 위해 비록 깨진 꽃병 이지만 눈에 잘 띄는 곳에 놓고 평생을 바라보았습니다.”

할머니의 시선을 쫓아 사람들은 다시 한번 더 탁자위에 놓여진 꽃병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번에 바라다보는 꽃병은 그 어떤 꽃병보다도 아름답고 귀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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