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맛과 평범한 사람

in #flowerday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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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손님이 오셨다. 손님이라기 보다는 초등학교 후배로써 늘 날 믿고 따라주는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다. 시골에 사는 것이 안스러워 보였는지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사준다고 하는데 순간 고민을 했다. 이곳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제한적이라 그리 고민할 것까지는 없지만, 그저께 40년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들과 이미 매운탕을 먹은지라 또 먹기가 그래서 소고기를 먹으러 갔다. 순전히 내 중심적인 음식의 선택이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자매 손님과 나의 관계를 생각해봤다. 물리적으로는 초등학교 후배들이지만 인간관계는 그 이상의 좀더 친밀한 사이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는 담백한 것이 많다. 건강을 위해서도 단것이나 짠것보다는 다소 심심한 맛의 음식을 먹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그게 쉽지는 않다. 어린 시절 다듬이 돌에 얹어 놓고 다듬이 방망이로 깨서 먹던 호두의 고소한 맛, 식혜 그 자체 보다는 위에 뜬 몇 개의 잣, 겨울날의 군밤이나 찐 옥수수의 맛, 그런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생각난다. 그래서 그런지 자주 먹지는 않지만 내 냉장고 냉동실에는 늘 호두와 잣 그리고 아몬드가 있다. 그리고 가끔 먹으면서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곤 한다.

중국 속담에 ‘진미(眞味)는 지시담(只是淡)이여 지인(至人)은 지시상(只是常)’이란 말이 있다. 참맛은 다만 담백할 뿐이요,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은 다만 평범할 뿐이라는 말이다. 사람을 처음 만나는 순간에는 특이한 사람이 먼저 눈에 뜨인다. 특별한 재주를 가졌거나 뛰어난 외모를 지닌 사람에게 먼저 눈이 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쉽게 더워지는 방이 쉽게 식는 것처럼 그런 사람과의 관계는 오래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살다보면 더 특별해 보이는 사람이 늘 나타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친구 사이에 이른바 우리가 ‘진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선 사람에게 신뢰가 간다는 특징이 있다. 크게 드러나 보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인간미를 지닌 것을 알게 된다. 그 자매들의 모습이 평범하지만 담백한 그런 모습을 평상시에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래서 언제 만나도 부담스럽지도 않고 편안하다.
서로 편하면서도 깊은 마음으로 교류하게 되는 사람들은 대개 평범하다. 인격적으로 어느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대부분 특별하기 보다는 평범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가장 평범한 경지에 이른 것이야말로 가장 높은 인격의 수련을 거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중에서 참맛을 지닌 음식이란 오래 먹어도 싫증나지 않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좋은 사람도 담백하지만 본연이 갖고 있는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기 마련이다.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있고 꼭해야 할 말을 하며 반드시 써야 할 글을 쓸 줄 아는 용기는 자기 자신을 과장하거나 허세를 부리는 데서는 나오지 않는다.
참으로 겸손한 자세, 안에서 다져 놓은 내공 즉 바른 기운에서 나온다. 그러나 평상시에 그들의 모습은 담백하고 평범하다. 다만 있어야 할 자리에 꼭 있으면서 변치 않는 맛과 멋이 단지 크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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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은 다만 평범할 뿐이라는 말이 특히 와닿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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