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흘러가는 강물

in #flowerday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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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지속적으로 학교의 운영에 꾸준히 이의를 제기했던 학생이 자퇴를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동안 수업받을 기분이 아니라고 조퇴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결석일수도 30일이 훌쩍 넘었다. 무엇보다도 학교를 힘들게 한것은,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교육청과 그밖의 기관에 8번이나 투서를 해서 학교도 교육청도 힘들게 한 학생과 부모가 정말로 미웠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사람들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전혀 들으려하지 않고 내 주장만 펼치는 사람들이다. 그 학생과 부모가 전형적인 그런 부류였다. 학교에 대해서 전혀 알지못하면서 자신의 딸이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지속적으로 우기고 때로는 행패도 부렸다. 그랬던 학생이 자퇴를 한다고 하니 인간적으로 안됐다는 생각 보다는 다른 학생들을 위해서 너무나도 잘됐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를 해본다. 그러나 솔직히 너무나 시원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허탈감마저 든다. 인내하고 기다려줬는데도 안되는 사람들은 안되는가보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내 자신을 스스로 돌아본다.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 자신을 잃지 않고 지켜나간다는 것은 퍽 어려운 일이다.
옛말에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이웃이 없다’는 말이 있다. 너무 맑다는 말은 때묻지 않고 물들지 않았다는 말이다. 때묻지 않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면서 살 수 밖에 없는 삶은 결국 그 주위에 이웃이 모이지 않는 삶이 되고 만다는데 딜레마가 있다.

불가에서 부처도 중생 속에 있을 때 진정한 부처라 했다. 남과 어울리지 않으면서 자신을 지킨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여럿 속에 있을 때도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 자아야말로 진정으로 튼튼한 자아라고 할 수 있다.

바다에 이르는 강물의 모습을 보자. 맨 처음 강물은 산골짜기 맑은 이슬방울에서 시작한다. 깨끗한 물들과 만나면서 맑은 마음으로 먼 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을거다. 그러나 차츰차츰 폭이 넓어지고 물이 불어나면서 깨끗하지 않은 물과도 섞이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면서는 더욱 심했을 것은 안봐도 뻔하다.
더럽혀질 대로 더러워진 물이나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물, 썩은 물들이 섞여 들어오는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강물은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끊임없이 먼 곳을 향해 나아간다.

강의 생명력은 매순간마다 스스로 거듭 새로워지며 먼 곳까지 멈추지 않고 가는데 있다. 가면서 맑아지는 것이다. 더러운 물보다 훨씬 더 많은 새로운 물을 받아들이며 스스로 생명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그것을 자정작용이라 한다. 그리하여 끝내 먼 바다에 이르는 것이다. 비록 티 하나 없는 모습으로 바다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쳐 온 모습으로 바다 앞에 서는 것이다. 바다를 향해 첫걸음을 시작할 때만큼 맑지는 못하더라도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진 모습으로 바다에 이르는 것이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섞여 흘러가며서도 제 자신의 본 모습을 잃지 않는 삶의 자세, 우리도 그런 삶의 자세를 갖고 끊임없이 바다로 향해가는 강물에서 배워본다.
이번주말이 되면 퇴교를 한다. 그러면 더 이상 학교 구성원이 아니기에 내가 더 미워할 이유도 없다. 그동안의 모든 일들을 덤덤하게 하느님께 맡길 것이다. 그러면서 나 자신은 앞으로도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끝임없이 바다를 향하는 강물처럼 계속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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