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여자지만," "나도 남자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나?

in #feminism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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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살면서 많이 들어왔고, 또 많이 사용했을지 모르는 그 말

"나도 여자지만"
"나도 남자지만"

이에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
"그거 굉장히 잘못 된 말이야."


왜 그렇게 불편해 해?

대화를 할 때 내가 많이 듣는 질문이다. 성 고정관념이나 사회의 뿌리 깊은 혐오가 무엇인지 접하고 난 뒤 상당히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가 불편하다.

특히 기존의 잘못 된 사상에 익숙해져버린 사람들과의 대화는 나를 지치게 하고 피폐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제목에 의문을 던질 것이다.

저게 왜 불편해?


시대가 변하고 인권의식이 성장함에 따라 사실상 당연한 것

무언가를 설명함에 있어서 예를 드는 것은 주장에 큰 힘을 실어준다.

작년에 겪은 일이다.

"최근 기사인데, 전국 노래자랑 송X 할아버지가 성희롱 문제로 화제가 됐어. 내용은 대충.. 꼬마 남자애가 나왔는데 여가수 노래를 잘 부르자 송X 할아버지가 성기를 만지는 듯 한 제스쳐를 하고 '여자분 노래를 잘 부르기에 만져봤다'고 했대."
"충분히 잘못 했네."
"뭐? 옛날 어르신들 남자애한테 '우리 손자 고추 좀 만져보자' 이런 말 자주 하시잖아."
"그러니까, 나는 그게 잘못됐다는거야. 그런건 옛날에나 통했지, 요즘 세상엔 성희롱이야."
"글쎄 같은 남자가 봐도 잘 모르겠는데."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저 친구랑은 저 대화 이후로 연을 끊었다.

부족하다면, 또다른 예시를 들자.

"카페에서 알바하는데 어떤 남자가 번호를 달라는거야. 몇 주 전부터 나를 봤다는데 내가 마음에 든다면서 다짜고짜 그러길래 당황해서 처음엔 안된다 하다가,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하니까 그제서야 가는거 있지."
"음 뭐.. 기분 나쁠수야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냥 너가 예뻐서 그랬던거라고 생각하는게 더 낫지 않아?"
"그게 무슨 말이야? 중요한 건 싫다고 했는데도 나를 곤란하게 했다는거잖아."
"그냥 좋게좋게 생각하면 끝나는거 아냐? 같은 여자지만 너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고등학교 친구가 카페 알바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다.

예시가 너무 과한 게 아니냐는 질문이 들어온다면,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저 예시가 과한 것이 아니고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며, 설사 과한 것이라 할지라도 옳은 예시라는건 변하지 않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없어?

"나도 여자지만," "나도 남자지만"이란 말을 잘 생각해 보자.

위에 들었던 예시에서 "같은 남자가 봐도 잘 모르겠는데"라는 말은,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나는 저 애와 같은 남자인데 그게 왜 성희롱인지 잘 모르겠어. 난 그 일을 당했어도 성희롱이라 생각하지 않을건데, 그럼 저 애도 나와 같은 남자니까(즉, 동성이니까) 성희롱이라 느낄 필요 없는거 아냐?" 이다.

또 "같은 여자지만 너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란 말은

"그사람 눈엔 너가 이성적으로 매력이 있으니까 그랬던 거겠지. 네 기분이 어땠는지보다야 그사람이 용기내서 물어본 게 더 중요한거 아냐? 나라면 기분 좋았을걸?" 라는 뜻이 된다.

본인의 의견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나는 그게 왜 기분나쁜지 모르겠어" 라는 말보다 "나도 남자지만/여자지만 그게 왜 기분나쁜지 모르겠어" 란 말에 더 화가 나는 이유는 피해자 혹은 당사자와 본인이 같은 성별임을 내세워서 그들이 당한 일을 별 거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지금까지 당신이 무심했고 그것에 익숙해져 온 것이다.

사실..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

아마 기존의 사회적 분위기에 익숙해져버린거라, 사회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점점 바뀌어가는 추세에서 저런 발언은 충분히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나는 앞으로도 불편한 이야기들을 할 것이다. 그 이야기들 중에선 여러분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도 있을것이다.

내 포스팅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뭔가 깨닫고 가는 사람도 있을거라고 본다.
우리 모두가 기존의 잘못된 것들로부터 불편함을 느끼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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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nie98님 안녕하세요. 하니 입니다. @katechoi께 이야기 다 들었습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하잖아요. 힘든일이 있으면 반드시 좋은일도 있대요! 기운 내시라고 0.6 STEEM를 보내드립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해지길 바라며...@위로해

사회가 변하는 과정에 일어날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예전에 버스정류장, 커피숍 등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했던것 처럼요~ 글 잘보고 가요^^

감사합니다 해피님 :) 사회가 변함에도 불구하고 의식은 과거에 머문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쓰는 글이었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음.. 조금 어려운 주제네요^^ 받아 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 불편하다면 그것은 충분히 성희롱 성추행이 되는것이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긴다면 그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니,, 개인차라고 생각해요^^
같은 상황을 두고 모두가 불편하다고 느낄 수는 없는거니까요^^
하지만 이런 화두의 이야기들도 저는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사실 이 포스팅에서 나오는 "나도 남자지만/나도 여자지만"은 꼭 성희롱이 아닌 다른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는거예요 :)~세상이 좀 더 좋아지길 바랍니다 XD

네~ 저도 세상이 좀더 좋아지길 바랍니다에 한표입니다 ^^
그리고 가끔,, 나도 여자지만,, 이런 표현을 썼긴 한데 앞으론 조심해야 겠어요 ^^;;;;

앗.. 너무 부담(?)가지실 필요 없어요! 왜냐면 저도 불과 몇년전까지만해도 그런 표현을 썼었고, 많은 사람들이 딱히 별다른 악의가 없이 사용하는 표현이란걸 알아요 ㅎㅎ 다만 앞으로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는 취지의 글이었어요☺☺

동의합니다 ^^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전 한번 더 생각해 본다면 보다 신중해 지겠죠 ^^

맞아요😆 ㅎㅎ Ji님 좋은 하루 되세요!

100%이해하긴 어렵지만 어떤 '마음'인지는 알 것같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사실 저 말을 한다고해사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꽤 많은 경우가 당사자의 마음을 짓밟아(?) 버리더라구요. 안타까워서 글 써봤습니다 :)

@winnie98님 글에 공감하면서... 저는 조금 확장해서 말하면...

"나"와 "너", 또한 "그(그녀)"와 너"는 다른 존재인데...

"나" 또는 "그(그녀)"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보다는 "너"만의 입장에서만 말하고 결론 내고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이 배려가 없다고 느껴집니다.

앗.. 제가 이해력이 부족한 것인지🤔
세번 읽었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헷갈립니다. 조금 풀어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수정 >> 앗 이해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준대로만 생각하죠..ㅎㅎ

네. 맞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

좋은 글이네요.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을 똑같이 느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감정에 공감을 하는 것도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자신이 공감을 하는 것이지, 내가 느끼는 감정을 다른 사람이 공감을 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남자는 이래야되' 또는 '여자는 이래야되' 처럼 오래전 부터 남아있는 성별로 나누어 놓은 사회상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회상이 잘못된 표현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남자/여자로 나눠서 판단하는 것이 아닌 한명의 사람으로 판단을 하고 존중을 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되엇든 '어디 고추좀 만져보자'라고 하는 것은 성희롱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 고추 발언은 정말 충격이었고, 저친구가 저런사람이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성에 대해 비약적인 관점이 많은데 이건 다음 포스팅 때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팅도 기대할게요 :)

저도 늘 고마워요 솔님 :)~

포스팅에 나온 말 외에도 성차별적인 의미가 담긴 말들이 꽤 많은데
의식하지않고 그냥 쓰는경우가 많아서 @winnie98 님 말씀처럼 개인적으로 바로잡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들면 힘든건 남자가 해야한다, 여직원은 회사의 꽃이다 , 여자는 운전하면 안된다. 집에 남자가 없으면 안된다 ,
특히나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 여자나이는 크리스마스다 (한물갔다) 라는 표현 등에 불편함을 느끼고 고쳐나가는 세상이 되었음 좋겠습니다 😃 글 잘읽었어요! 공감공감!

좋은 의견 감사해요 :>! 이번에 제가 포스팅한 부분은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이라서 한번 더 생각해보자는 취지의 글이었어용 ㅎㅎ 다음엔 사회에 만연한 혐오 발언에 대해 포스팅해볼게요!

  • 남녀차별이 아닌 성차별입니다😉 남녀차별이라 하면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말인데, 성에는 남성과 여성뿐만이 아닌 특수한 성도 있답니다 :>

아 그렇군요! 제가 그런부분까지 미처 생각을 못했군요 (탄식...ㅠㅅㅠ)
지적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바로 수정할게용!

다같이 그러면서 배우는거죠!! 저도 잘 몰랐는걸요😆😆😆 ㅎㅎ

굉장히 생산적인 글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고정 관념이란 것은 싑게 타파되지 않아요 서로간에 공감되는것 부터 저금씩 바꾸어가야 아마 정착이 될 것입니다 사회가 급변하고 있거 그 변화에 대한 남녀의 역할 수행은 이제 거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봅니다 생믈학적인 차이야 타고난 부분이니 일단 넘긴다고 해도요 성에 따른이 아닌 각 개인에게 맞는 으로 바뀌어야 할듯 합니다 그걸 차근차근히 해 나가야 하는것이죠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kaine님! 너무 빠르게 사회가 발전해서 의식성장이 발전속도를 못따라가는것같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

짱짱맨이 들렸다 갑니다!
좋은글 잘 봤습니다. ^^
오늘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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