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미래의 자동차, 그리고 그 여파들
원문: http://ben-evans.com/benedictevans/2017/3/20/cars-and-second-order-consequences
// 기존 업계를 파괴적으로 혁신하는 ‘전기’와 ‘자율주행’
자동차 업계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기술 변화가 두 가지 있다. 배터리 가격의 하락에 힘입어 요새 한참 일어나고 있는 것은 ‘전기’다. 다른 하나는 ‘자율주행’이다. 자율주행은 약 5~10년 정도 뒤의 일로 여겨지는데, 아직 풀리지 않은 어려운 컴퓨터공학의 문제들이 얼마나 빠르게 풀리느냐에 달려있다.
이 두 가지의 변화 모두 지구상에 깔린 11억 대의 차량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오던 모든 종류의 변수 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과 그 이해관계자들 모두를 재편할 것이다. 단순히 기술 변화에 따른 IT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전기 그리고 자율주행 모두 자동차산업 너머에도 아주 깊은 여파를 미칠 것이다.
오늘날 세계 석유 생산량의 절반은 차량용 가솔린인데, 이 수요가 사라진다는 것은 산업적인 결과 뿐 아니라 지정학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매년 (주로 운전자 과실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이는 100만 명이 넘는다. 완전 자율주행의 시대에는 이 모두가, 부상자를 포함하면 훨씬 많은 수가, 아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전기와 자율주행이 가져올 직접적인 여파 뿐 아니라 2차, 3차 여파를 생각해보는 것은 유용한 동시에 어려운 일이다.
전기 기술이 대세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자동차의 연료탱크를 배터리로 대체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자율주행의 시대라는 것이 단순히 교통사고율이 낮은 시대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하는 것은 어렵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실제 소유할지 여부를 예측하는 것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쉽지만, 그것이 월마트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전기와 자율주행이 대중화된 시대라는 것은, 거의 모든 업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 최소한 어디서부터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가늠해 보는 것은 가능하다. 자동차 수리업계, 상업시설 기반의 부동산이나 버스와 대중교통에 미칠 영향을 모두 알기는 어렵다. 실제로 나 역시 모든 분야에 전문가는 아니다. (어떤 이도 모든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몇 가지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해 볼 수는 있겠다. 실제로 어떤 것들은 아주 거대한 여파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글은 무엇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이라기 보다는, 어느 분야에서 무엇이 왜 일어날지에 대한 예측에 대한 글이 될 것이다. 몇 가지 같이 읽을 만한 링크와 함께.
// ‘전기’가 미치는 여파 1 : 부품이 바뀐다
자동차가 전기차가 된다는 것은, 기존 차의 엔진 부품 중 규모의 순서나 이런 것들에 따라 여러 개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연료탱크를 배터리로 갈아끼고 스파인을 뜯어낸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자동차 업계 전반의 이해관계자 그리고 공급체인을 완전히 새로 재편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마찬가지로 자동차 수리와 정비를 둘러싼 산업도 그리고 자동차를 구매하고 폐기하는 라이프사이클 역시도 새롭게 바뀐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지출의 절반 정도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 한다.
길게 보면, 이런 변화들은 (자동차의 기계적 설계를 변화시켜서) 자동차의 제품 생애주기를 바꾸게 된다. 앞으로의 자동차들은 같은 크기라면 보다 큰 적재량을 갖게되고, 기계적인 결함은 더 적거나 혹은 아예 사라지게 될 것이다. 기술적으로 한 번 안정되기만 하면, 자동차의 교체주기는 지금보다 크게 길어질 것이다.
- 참고: BLS car maintenance statistics, Automotive service employment.
// ‘전기’가 미치는 여파 2 : 주유소, 편의점 그리고 담배 산업에 타격
다음, 자동차가 가솔린을 충전하는 주유소의 이야기다. 미국에만 15만여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유소는, 가솔린 엔진과 마찬가지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주유소가 아주 전격적으로 전기차의 충전시설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주유소의 기름 판매는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지 않아서, 실제 주유소들은 그들의 마진을 기름이 아닌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에서 올린다. 주유소가 사라지고 그에 딸린 편의점들도 역시 사라진다면, 그 편의점에서 판매되던 상품들은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주유소에 들러 편의점에서 무언가를 사던 수요의 일부는 다른 소매점으로 이전될 것이다. 그리고 어찌되었든 온라인으로도 꽤 많은 부분 이전될 것이다(아마존이 드론을 이용해서 치토스 한 봉지를 15분 내로 가져다 줄 수 있다면 말이다).하지만, 미국의 경우 과자나 탄산음료 혹은 담배 판매의 꽤 큰 비중은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에서의 ‘충동구매’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 볼륨의 꽤 많은 부분이, 이제 그냥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 중 재미있는 것은 담배다. 미국에서는 담배의 판매량 절반 이상이 주유소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지표에 따르면, 유통 경로가 줄어들면 실제 판매량이 꽤 줄어든다. 담배는 특히 충동구매에 크게 의존한다. 눈 앞에서 담배를 발견하는 빈도가 줄어들게 되면, 적지 않은 흡연자는 담배의 구매량을 줄이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한 해 3.5만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50만 명이다.
- 참고: CDC on smoking deaths, Availability changes demand, gas station tobacco sales.
// ‘전기’가 미치는 여파 3 : 유류세를 둘러싼 세수가 대폭 꺾인다
가솔린은 유류세 부과 대상이다. 미국에서는 유류세가 낮은 편이지만, 다른 선진국들에서는 유류세가 높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유류세가 4%에 달한다. 전기차가 보급되면 이 유류세 수입은 보다 탄력적인 다른 세금으로 대체될 것이다. 경제적일 뿐 아니라 정치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고속도로의 건설 비용은 많은 부분 유류세 수입으로 충당된다. 유류세율은 1993년 이후 물가상승률보다 늘 낮았다. 가솔린을 충전하는 이들이 사라져서 유류세의 세수가 줄어든다고 하여 유류세율을 올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이 세수 부족분을 다른 세금에서 벌충한다는 것은 얼마나 더 어려울 것인가?
역으로, 특히 개도국을 중심으로는 정부가 화석연료에 보조금을 주는 경우도 존재한다. 석탄, 가솔린 그리고 등유 등에 그렇다. (조명과 난방을 위한 목적이다. 인도가 대표적이다) 한편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전기 혹은 태양열에도 이런 보조금이 적용될까. 전기자동차는 이런 정부 재정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 참고: IMF on energy subsides, UK tax revenue, US gas taxes, World Bank on global gas taxes.
// ‘전기’가 미치는 여파 4 : 기존 전력생산 체계도 보완되어야 한다
물론, 전기차 역시 충전을 해야 한다. 여러 기관들은 전기차가 완전히 보금되면, 전체 전기수요의 10~20% 가량을 증가시킬 것이라 예측한다. 하지만 이 계산에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전기차의 충전을 ‘언제’하느냐다.
만약 전기차의 충전이 전기 사용량의 피크 타임이 아닐 때 이루어진다면, 전체 전력설비를 증가시킬 필요는 없을 수 있다. 전력 생산설비의 운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다.전기차가 전력생산에 영향을 미쳐 글로벌 탄소배출량에 어떤 영향을 줄 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에는 전력생산의 75% 이상을 원자력에서 조달한다. 하지만 요즘은 전력생산 설비를 늘리는 경우 거의 항상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엘론 머스크가 가진 비전 중의 일부이기도 한데, 우리 모두가 테슬라가 만드는 것과 같은 거대한 배터리를 집에 두는 것이다. 유휴 전력을 충분히 저장했다가 집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때 쓰는 것이다.
앞으로 배터리의 용량은 커지고 비용은 낮아질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런 가정용 대형 배터리를 갖게 된다면, 현재의 피크타임 수요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의미 있는 용량의 전기를 미리 저장해두었다가 쓰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사상 처음으로.
- 참고: Summary of EV power generation research, UK government study on options for charging infrastructure.
// ‘자율주행’이 미치는 여파 1 : 교통사고가 사실상 사라진다
자율주행이 가져올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매년 전 세계의 1백만 명을 죽이는 교통사고를 사실상 사라지게 한다는 것이다. 2015년 미국에서는 1,300만 건의 교통사고가 있었고 그 중 170만 건의 사고가 사상자를 내었다. 240만 명이 다쳤고 3.5만 명은 사망했다. 교통사고의 90% 이상은 운전자 과실로 일어난다. 그리고 치명적인 교통사고의 1/3은 음주운전 때문이다.교통사고는 사망, 부상 뿐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수반한다.
미국 정부는 매년 교통사고로 인한 재산피해, 의학/응급처치/ 법무 비용, 노동력의 상실과 교통사고로 인한 교통체증이 내는 피해가 매해 2,400억불(약 2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참고로, 2016년 미국의 차량 판매시장 규모는 6,000억불이었다) 영국의 조사 역시 비슷했다. 인구당 비용을 따지면 미국과 유사한 수준인, 300억 파운드의 피해였다. 이런 피해는 정부에도, 보험업계에도, 가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자리에도 당연히 그렇다.
가벼운 자율주행 시스템인 ‘레벨3’만 도입되어도 많은 종류의 교통사고는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자동차가 더 고도화되어 레벨5로 진화해가고, 지금 거리의 자동차들이 점차적으로 이런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해간다면, 교통사고의 발생 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군중의 면역’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주: 모든 개체가 해당 특성을 갖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 그 특성이 보급되면 효과를 발휘한다는 얘기. 도로에 차량 00%만 자율주행차량이 되면, 도로 전체가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설령 당신이 계속 수동으로 운전하는 자동차를 몬다고 하더라도, 도로에 자율주행차가 많아진다면 당신의 차는 교통사고의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이 순환은 진행될 수록 훨씬 안전해진다. 그 결과로, 사회의 공공 건강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교통사고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세상은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차 앞으로 갑자기 사슴이 뛰어든다거나 하는 일은 여전히 위험할 것이다. 하지만,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확률이 0에 대단히 가까운 세상은, 올지도 모른다.
- 참고: US crash statistics, Effects of auto-braking, US economic impact of crashes, UK accident costs, analysis of pedestrian deaths, effect of L3 on crashes, cycling potential in London
// ‘자율주행’이 미치는 여파 2 : 차량 안전장치가 필요해지지 않을 수 있다
차량의 기기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교통사고에 대한 우려가 사실상 사라진다면, 우리는 이제 수 많은 안전장치들을 자동차에서 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 안전장치들은 그간 자동차의 비용과 무게를 상승시켰고, 전체 디자인의 제약을 만들어왔다. 이제 에어백도, 사각지대도 고려할 필요가 없어진다.
십년 전 미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 안전장치들은 필수적인 것만 하더라도 839불(지금 가격으로는 1,136불) 무게는 차량 전체 무게의 4%에 해당하는 125파운드에 달한다. 사람이 직접 조종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자동차의 디자인 역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추론이다. 마치 말이 끌던 마차에서 말이 사라지고 고삐를 잡을 필요가 없어지는데, 디자인이 바뀌지 않으리라 예상하는 것이 이상한 일인 것과 같이.
- 참고: NHTSA on the costs of safety measures.
// ‘자율주행’이 미치는 여파 3 : 도로의 효율이 대폭 올라간다
점점 더 많은 차들이 사람이 아닌 컴퓨터에 의해 운전된다면, 차들은 각기 다른 길로 운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교통체증으로 고통받지 않게 된다. 신호등 때문에 멈춰설 필요 없이 돌아가면 될 일이다. 컴퓨터는 1미터의 거리를 시속 100km의 속도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인간의 다양한 행동은 도로의 차량 수용량을 낮춘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그런데, 이는 사람이 운전을 잘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 컴퓨터는 사람 운전자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운전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이를 해소할 수 있다.아래의 영상은 그 상징적 사례를 보여준다. 고속도로에서, 딱히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교통체증에 갇혀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장면이다. 인간 운전자의 행동은 교통 파도를 초래하고, 이는 ‘유령 체증’으로 이어진다. 컴퓨터 운전자는 이런 체증과 거리가 멀다. (만약 아니라면, 사람이 그냥 멈추면 된다)
자율주행이 완전하게 이루어지는 도로는 교통의 기술적 매커니즘을 바꾸게 된다. 도로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는 유량 다이내믹에서 다른 무언가로 바뀌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서킷 스위칭 방식에서 패킷 스위칭 방식으로 바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주: 출발지와 목적지를 연결하는 선의 개념이 아니라, 이동하는 점의 개념) 더 정확하게는 TDMA에서 CDMA로 바꾸는 식이다. 차선도, 방향구분도, 정지신호도, 교통신호도 없다는 것은(물론 보행자를 위한 것은 제외) 전혀 다른 교통 패턴이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모든 것들은 교통 체증과 도로수용량에 대한 개념을 크게 바꿀 것이다. 교통사고는 그 자체로 교통체증의 1/3 정도의 이유가 된다. (추정은 우리가 고속도로를 얘기하느냐 도심의 도로를 얘기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 외 다른 변수에서의 변화가 없다고 하더라도, 전반적으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얼마나 더 많은 차량을 현재의 도로가 더 수용 가능할 수 있을까? 아침 출근길은 얼마나 더 빨라질 수 있을까? 평소처럼 운전하는데, 단순히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모든 정지신호에 멈출 필요가 없어진다면?
- 참고: OECD on causes of congestion, phantom jams, transport in London (congestion on page 170)
자율주행기술이 교통의 흐름과 정체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운전을 효율적으로 만든다’보다는 좀 더 미묘한 부분이 있다. 도로수용량을 자율주행기술이 늘린다는 것이, 무조건 정체를 낮추는 것일까? 도로수용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수요의 증가로 이어진다. 즉 교통량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정체가 줄어든다면, 더 많은 이들이 운전하려 할 것이다. 새로운 길을 떠나거나,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을 택하거나 하는 식으로. 그리고 일시적으로 줄었던 정체는 다시 증가할 수 있다. 역으로, 도로수용량의 감소가 어쩌면 더 적은 정체를 유도할 수도 있다. (이 복잡성에 대해서는 브라에스의 역설로 설명이 가능하다)
// ‘자율주행’이 미치는 여파 4 : 주차대란이란 옛 이야기가 될 것이다
주차는 자율주행기술이 수용량과 수요 모두를 증가시키는 또 하나의 사례다. 자동차가 혼자 움직일 수 있다면(혼자 멀리서 기다리고 있다가 주인이 부르면 다시 온다면), 꼭 주인이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안에서 기다려야할까? 그렇다면 자동차는 어디서 주인을 기다리게 될까? 그 쪽이 도시의 토지이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까? (주차장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어지니) 도로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범위 내 주차 수를 늘릴 수 있을까? 동시에.
그런 식으로 교통량, 운전, 주차를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하는 그런 것들이 더 많은 운전수요를 만들어버리진 않을까? (주차가 쉬워지니 사람들이 더 차를 많이 끌고나오진 않을까?)
지금의 주차 방식은 교통정체를 초래하는 하나의 요인이다. 어떤 연구는 도심지역의 교통량의 10% 이상은 ‘주차공간을 찾는 차량’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도로변에 주차하는 것은 그 자체로 도로수용량을 떨어뜨린다.
자율주행차는 도로변이나 근처가 아닌 멀리서 당신을 기다릴 수 있다. 온디맨드 자동차는 당신을 목적지에 내려준 다음, 다른 곳으로 가서 사람을 또 태워주며 영업활동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이 또 하나의 교통량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의 차든, 온디맨드 차든 어찌되었든 당신이 호출하면 당신에게까지 와야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율주행이든 아니든 어떤 운전방식을 택하든과 관계없이.
주차는 교통량과 정체의 일부이기 때문이 아니라, 부동산의 활용도와 비용을 결정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 어떤 주차장은 도로변에 있고 이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도로수용량과 보행자를 위한 공간은 늘어난다. 혹은 그렇게 확보된 공간을 사무공간, 리테일 공간으로 쓸 수도 있다. 더 넓게 말하자면, 도심지에 있던 그런 공간들은 어떤 용도로도 쓸 수 있게 된다.
주차공간 중에는 가정용 공간도 있다. 도로 위에 있든, 도로변에 대놓았든, 차고나 주차장에 있는 모든 것은 공간이며 이 모두는 가계에 비용이 된다.
극단적인 사례로, LA를 보자. LA의 기업부동산 중 14%는 주차장이다. 또한 새로 부동산을 개발할 때 주차공간을 만드는 것은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차고를 만들거나, 혹은 그냥 주차를 위해 땅을 비워놓기만 하더라도 비용이다. 오클랜드의 연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베이 지역에서는 정부의 규제에 따른 주차공간의 건설이 아파트의 공사비용을 18% 증가시켰다고 한다.
다시 LA로 돌아와서, 쇼핑몰 같은 경우엔 지하주차장을 건설하는 비용이 전체 공사비용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만약 이 비용을 줄이고 그 공간을 주차 외 용도로 전용할 수 있다면 이는 전체 도시계획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집값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혹은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에는?
- 참고: Los Angeles parking. Summary of research on the costs of parking, Costs in LA, Chester et al on parking costs, Lisbon study
// ‘자율주행’이 미치는 여파 5 : 온디맨드 차량 서비스가 진정한 포텐을 터뜨린다
자율주행기술은 우버나 리프트 같은 온디맨드 차량서비스의 잠재력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온디맨드 서비스에서 사람 운전사의 인건비를 제할 수 있다면, 서비스 비용은 3/4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 사고가 없어지기 때문에 보험 비용까지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면, 서비스 비용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즉 자율주행은 온디맨드의 로켓엔진과도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차량을 소유하지 않게 될 것이다. 혹은 가정에 한 대만 갖거나, 차를 집 차고에 두고 그냥 온디맨드 서비스를 쓰는 빈도를 더 높일 것이다.
온디맨드 역시 명백히, 주차에 여파를 미친다. 출퇴근을 온디맨드 서비스로 하는 것, 도심지의 식당들이 주차장을 만들지 않는 것, 사람들이 온디맨드 서비스 때문에 차량을 소유하지 않는 것은 주거지역의 주차장 수요를 없앤다. 위에서 말했듯, 자가용을 타고가서 주차공간을 찾는 대신 온디맨드 차량서비스를 쓰는 것은 기존 트래픽을 새로운 트래픽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트래픽은 기존 대비 매우 작을 것이다.
// ‘자율주행’이 미치는 여파 6 : 대중교통의 개념이 바뀐다
온디맨드가 충분히 저렴해 졌을 때, 그 여파가 가장 강하게 미칠 곳은 따로 있다. 예를 들어, 온디맨드 서비스는 현재의 대중교통 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 운전기사의 인건비가 대중교통 비용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자율주행 기술로 인해 운전기사가 필요하지 않게 되어 대중교통 요금이 지금보다 더 싸진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물론 도로의 정체가 줄어든다면 버스는 다른 교통수단보다 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택시 만큼 빠르고 지하철만큼이나 예측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여파는 여러 방향으로 연쇄작용을 만들 것이다. 결국 버스 스케줄은 줄어들게 될 것이고, 외곽 지역은 버스 노선은 사라지고 그 지역은 온디맨드 차량으로만 접근할 수 있게 될까? 만약 그런 외곽지역을 위해서라면 도시 정부는 버스를 대체하는 공공 온디맨드 서비스를 만들거나 혹은 보조금 제도를 제공할 수 있을까?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으로 데려다주는 로봇택시가 등장할까?
결국 이 모두가 다시 정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버스는 통상 사람들을 일반 차보다 더 높은 밀도로 운송한다. (단위 면적 당 더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다) 따라서 버스를 다른 종류의 차량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도로의 교통량을 늘리게 된다. 그런데, 그렇다고 버스가 항상 꽉 차있는 것 역시 아니기 때문에, 버스가 그 자체로 정체를 초래하는 면도 있다. (런던 옥스포드 거리의 특징이기도 하다)
한편, (특히 런던 옥스포드에서) 버스들이 일반 차량보다 더 많은 사람을 운송할 수 있는 까닭은 사람들을 각자의 루트로 보내지 않고 하나의 루트로 단일하게 운송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버스에 탄 50명을 각각의 자동차로 옮겨태운다면, 그들이 동시에 같은 길로 가지는 않을 수 있다.
버스의 고정비용은 최소 적재량과 승객 수를 요구하게 된다. 버스를 자율주행 차량들로 대체하는 것은 열 명 단위의 행인 그룹을 한 명 단위로 쪼개어 ‘대중’교통을 더 작은 단위로 운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버스보다 더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대중교통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생각을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온디맨드 서비스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
우버와 같은 온디맨드 서비스는 중앙에 등록되어 기계식 미터기를 달고 있는 택시의 개념을 희석시킨다. 또한 대중교통 서비스인 버스의 개념에도 도전한다.
교통량 측면에서 봤을 때, 온디맨드 서비스와 그들이 다른 것은 무엇일까? 서로 모르는 5명을 태운 리프트의 라인셔틀 서비스(역주: 대규모 카풀 서비스)와 10명 정도가 타고 있는 버스와 개념적으로 무엇이 다를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버스는 항상 공공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상업적인 버스 서비스도 이미 존재해왔다.
중요한 점은 온디맨드가 내재적으로 더 좋다 혹은 대중교통을 온디맨드 서비스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그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필요를 갖는다면, 그것이 더 저렴하거나 어떤 환경에서 더 효율적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자동차’와 ‘버스’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이제 어쩌면 유의미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 참고: TfL on Oxford Street (bus loading stats), TfL on London transportation needs
// ‘자율주행’이 미치는 여파 7 : 운전기사들의 일자리가 위험해진다
이제 운전기사들을 얘기해보자. 미국에는 택시/프라이빗 차량 운전기사가 23만 명 있다. 원거리 트럭을 운전하는 기사는 150만 명 정도다. 택시와 온디맨드 사이의 경쟁에 대해서는, 워낙 많이들 이야기되고 있어서 딱히 뭐라 더할 것이 없다.하지만 트럭 운전기사는 좀 미묘한 무언가가 있다. (피자배달 같은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는 논외다. 그들은 트럭 운전기사보다 훨씬 더 잦은 빈도로 이용되는 다른 맥락이라, 로보틱스와의 경쟁 역시 완전히 다르다) 원거리 트럭을 운전하는 기사들 150만 명은 평균 49세다.
매년 9만 명 정도가 업계를 떠나는데, 그 중 절반은 고령으로 인한 은퇴다. 업계는 매년 5만 명 정도의 부족분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 부족분은 점차 늘고 있다.기사가 줄어드는 속도는 충원되는 속도보다 빠르다. 트럭 운전은 건강에도 좋지 않고 다소 힘든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불편한 직업이다. 통계적으로 보자면 현재의 기사들 150만 명 중 절반 이상은 10년 이내에 사라지게 된다. 공교롭게도 사람들이 완전한 자율주행이라 말하는 5단계가 가능해지리라 생각되는 그 시점이다.
단기적으로 보자면, 4단계 정도의 자율주행 기술은 트럭 운전의 편의를 훨씬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 모드를 해놓고 사람은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5단계가 등장하고 좀 더 길게 보자면, 이 업계에 대한 진짜 변화를 생각해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모든 트럭 운전기사들은 직업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꼭 모든 트럭 운전기사들이 자율주행에 의해 대체된다는 법은 없다. 일자리를 모두 빼앗는다 말하기도 어렵다. 그 트럭이 잠시 멈추는 곳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서 말했듯, 주유소 옆에 딸린 편의점 이야기다.
이미 그 ‘트럭이 멈추는 곳’의 운영자들은 생각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달라지는 트럭운행의 패턴에 대해, 유통업계를 완전히 새로 정의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커머스& 리테일 모델에 대해.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 참고: The US Truck Driver shortage, BLS on US taxi drivers, and on heavy truck drivers.
// 전기와 자율주행이 가져올 앞으로의 변화는, 지난 세기 동안 변화만큼이나 클 것이다
자 이제 논의를 한데로 모아보자. 만약 주차라는 것이 사라진다면, 도로수용량은 아마 몇 배로 증가할 것이다. 온디맨드 차량 서비스 가격은 커피 한 잔 가격 정도가 될 것이며 모두에게 사실상 공공재로 생각될 것이다. 단순히 자동차, 트럭, 도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대지 그리고 부동산의 이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사실 도시계획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자동차는 지난 세기동안 도시의 지형을 새로 만들어왔다. 자동차가 완전히 달라진다면, 현재의 도시 지형 역시 마찬가지로 바뀌게 될 것이다.
코스트코와 같은 창고형 리테일은 차를 몰고 가서 물건을 저렴하게 하지만 잔뜩 사게 하는데, 부동산 가격, 교통비, 사람들의 운전/주차의지 들이 다양하게 고려되어 수익을 만든다. 자율주행은 이런 리테일 방식을 어떻게 바꾸게 될 것인가?
주차 공간 특히 도심지의 주차 공간이 이제 주차가 아닌 새로운 목적으로 쓰일 수 있게 된다면, 혹은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면 도시의 지형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역세권(대중교통으로부터의 접근성)’이라는 말이 자율주행& 온디맨드로 인해 결국은 ‘모든 곳’과 같은 의미가 되고, 통근길의 교통체증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당신은 어디에서 살고 싶을까? 길이 전혀 막히지 않고 전방 주시의 필요가 전혀 없는 1시간의 통근과, 30분 걸리지만 거의 주차장 수준의 정체에 전방에서 눈을 뗄 수 없는 통근은 어느 쪽이 더 나을까?
교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둡고 춥고 비오는 밤에 도심에 나가 저녁을 먹을 수 있을까? 매우 싸고 안전하며 주차할 필요조차 없는 온디맨드 자율주행차가 있다면? 음주운전에 대한 고민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외곽지의 술집들은 어떻게 될까?
자율주행차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게’ 될까? 차는 당신을 어디론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데려간다. 그 때 우리는 무엇을 할까? 자. 담배회사 주식이나 고급 리무진 회사 주식 같은 것은 팔아버리고, 넷플릭스와 맥주회사의 주식을 사자.
마지막으로, 자율주행차에는 ‘카메라’가 달려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자율주행차의 컴퓨터비전은 HD 이상급 화질의, 360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자율주행차들이 설령 운전과 직접 관련이 있지 않은 것들도 포함해서, 그들이 움직이는 근처의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자율주행차는 움직이는 파놉티콘과 같다. 물론 수집한 정보 모두를 저장하거나 서버에 올리지 않을 수도 있다. 올릴 수도 있고.
2030년 이쪽저쪽이 되면, 범죄를 조사하는 경찰은 근처 부동산을 뒤지며 CCTV 카메라 스토리지만 조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그 근처를 지나간 모든 자율주행차의 센서데이터 사본을 구할 것이고, 그 데이터에 얼굴인식 스캐닝을 해서 용의자를 찾겠지. 혹은 어쩌면 그냥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겠다. (그 때가 되면 이런 맥락 정도는 기계가 인식할 수 있으니)
‘그 지역 지나간 차량 중에, ‘뭔가 수상쩍은 것을 봤다’고 생각하는 차가 혹시 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