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를 위한 도구, 결국은 글을 어떻게 구조화하느냐이다.

in #dynalist5 years ago (edited)

처음으로 스팀잇에 글을 쓴다. 요즘 끊임없이 고민이 되는 것이 todo 리스트를 어떻게 정리하는냐였다. 이 주제로 첫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단순한 고민과 삶을 대하는 철학의 문제를 살짝 곁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어떻게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을까하는 것도 한 가지 고민거리.

나는 마인드노드라는 맥용 앱을 사용해서 생각과 행동의 다발을 펼친다. 대략의 생각과 활동의 지도를 그려보는 것이다. 대강의 생각과 활동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지만, 각 활동을 구체화하는 방식은 별도로 구상해야했다. 다이어리를 사용해서 해야 할 일을 마인드맵 형태로 적으며 처리하기도 했지만, 일의 흐름이 잡히지 않아서 조각조각 흩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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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마인드노드는 참 훌륭한 도구다>

맥북에 깔려 있는 옴니포커스를 사용하면서 모바일과도 연동을 하면 좋겠다 싶어 옴니포커스 앱을 다운받아 무료 기간 동안 사용을 하기도 했다. 일단 즉각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적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모바일에서 프로젝트 관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결국 유료로 구입하지 않았다. 할일이나 프로젝트 관리를 옴니포커스로 하기에는 내가 하는 일의 성격이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노트북을 열어서 할일을 관리하면 좋겠지만, 주부 아빠로 살면서 꼼꼼히 프로젝트 관리를 하는 게 일을 하나 더 얹는 것 같은 기분이기도 했다. 다른 글을 찾아봤더니 옴니포커스가 유용하고 굉장한 도구라고 칭찬 일색이기도 했다. 자기 상황에 맞는 도구를 고르는 것이니 나는 일단 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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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앱 자체는 훌륭하다. 복잡한 프로젝트를 하지 않는다면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기능이 의외로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할일을 정리하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관념과 실천 사이의 어느 지점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게 생각과 삶을 정리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을 얼마나 유연하게 사용하고 향유할 수 있느냐가 삶의 질과 기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도 일종의 생각과 삶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인간은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기 힘들다. 글을 다룬다는 것은 인식의 방향을 다듬는 것과 다르지 않고, 모호했던 관념을 현실로 끌어당기는 과정이다. 어쩌면 평상시에 메모를 하는 것-그것이 아날로그이든 디지털이든-이 아주 작고 미미한 실천 같지만 돌이켜 보면 그 메모 하나가 작은 변화를 가져왔고 시간이 축적되어서 큰 변화로 이어졌으리라 생각한다. 일단 에버노트에 기본적인 정보를 저장한다. 맥북과 아이폰에 깔린 기본 메모앱도 동시에 사용한다. 뭔가 부족한 것이 있었다. 쓴 것들을 연관지어 숙성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다 '베어'라는 앱을 알게 되었고 태그를 활용해서 글의 연관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자료를 모아가려고 한다. 아직 베어가 익숙하지 않고 사용한 시간이 적어 뭐라 언급하기 어렵지만, 상당히 깔끔하고 매력적으로 만든 앱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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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에버노트는 여전히 강력한 기록 앱이다. 노트북과 모바일에서 여전히 연동이 되고, 웹에서 수많은 자료를 쉽게 클리핑해 준다. 어떻게 카테고리를 계층적으로 정리해서 사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다른 앱도 비슷한 카테고리의 계층을 만들어 사용하면 연동하는 효율이 높아질 것이다>

이어서 옴니아웃라이너를 이용해서 목차를 정리한다. 아마 아웃라이너의 끝판왕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유료이긴 하지만,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한다. 계층을 생성하고 순서로 바꿀 수 있고, 그 안에 메모를 기록할 수 있다. 다양한 파일 형태로 내보낼 수 있다. 정말이지 이건 사용해봐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스크리브너라는 글쓰기 앱으로 자료를 찾고 목차를 만들어 글을 쓴다. 카드처럼 분리해서 내가 쓴 글을 유형화해서 볼 수 있다. 카드는 순서를 바꾸기에 쉽다. 글의 토막이 어떤 배치로 연결되느냐에 따라 좋은 글이 되기도 하고 나쁜 글이 되기도 한다. 문장과 단락의 배치적 효과라고 하는 게 좋겠다.

글은 에버노트, 메모앱, 베어, 옴니아웃라이너, 스크리브너 이런 도구를 활용해서 짓어낸다. 언어를 구조화해서 가공하기 쉽게 도와주는 도구이다. 인간은 진정 '도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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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한겨레 조현 기자가 쓴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책의 서평을 쓴 기록>

다시 앞단의 이야기로 넘어가자. 일상에서 해야 할 일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너저분한 방에 있다고 치자. 양말과 속옷이 섞여있고 책과 바지, 이불이 한데 엉켜있다고 상상해 보자. 방이 아니라 목공하는 사람의 작업실이라면 어떨까. 온갖 도구가 뒤섞여 있으면 작업을 하려면 도구 정리를 하는데 최소 30분이 이상이 걸린다. 작업을 제대로 하려면 이미 1시간이 지난 뒤일 수 있다. 구글 캘린더를 사용하니 구글에서 제공하는 todo 기능을 함께 사용한 적이 있다. 구글 캘린더와 연동이 되는 todo 앱을 다운받아 사용한 적도 있다. 계층적인 흐름으로 가시화되어 보기 좋았지만, 결국 항목이 길게 늘어져서 사용을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계층적으로 사용했던 경험이 좋았고 계속 그런 구조의 할일 목록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늘상 고심을 하곤 했다. 회의를 하더라도 계층적인 구조를 활용해서 문서를 정리하는 게 습관이 되었고, 보고서나 기획서 등의 거의 모든 문서는 계층적으로 생각의 다발을 정리한다. 현미경으로 글을 쓰는 기분이랄까. 모세혈관을 들어가서 집도하는 의사가 된 기분으로 글을 쓰는 것 같다. 계층적으로 사고를 정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는 이유가 있다. 망원경으로 전체를 전관하고 현미경으로 미세한 부분을 살필 수 있다는 것.

그러다 알게 된 것이 workflowy(https://workflowy.com/invite/6c207d00.lnx)가 유투브에서 검색하면 많은 정보가 나온다. 한번 찾아보시기를 바란다. 장점이 참 많은 녀석이다. 즉각적이고 직관적이고 무척 쉽다. 계층적인 위상으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니 너무 편리했다. 태그를 활용하면 정보의 숙성도 원활하게 할 수있다. 단 한 가지 단점은 쓸 수 있는 글줄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는 앱이 있으니 바로 'dynalist'(https://dynalist.io)다. 일단 글줄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이것 하나만으로 서비스 이용과 선택에서 중요한 차별점이 되었다. 워크플로위를 사용하던 애용자분이 다이널리스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사용하면서 불편했던 것을 보완하는 맥락이 컸을텐데, 나는 이점이 마음이 들었다. 아웃라이너의 형태로 생각과 일정, 할일, 글의 목차, 프로젝트 관리, 글쓰기가 가능한 앱이다. 워크플로위나 다이널리스트나 각자가 사용하기 편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이런 툴이 있어 우리의 사고와 삶이 좀더 나은 방향으로 숙성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워크플로위를 사용해보니, 일단 단순한 조작이 생각과 자료를 정리하는데 유용한 측면이 있었다. 거대한 프로젝트를 하는 게 아니라면 내가 관리해야 할 일과 프로젝트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게 유리할 수 있다. 큰 지도를 보면서 항해하는 선장이 될 수 있다. 초보자라면, 전체적인 할 일과 맥락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워크플로위를 시작으로 정리해가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언어의 존재의 집이다.(하이데거) 하이데거의 철학서 한권을 제대로 읽지 못했지만, 하이데거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다. 인간의 몸에 오는 정보를 소통하기 위해서는 때마다 그림이나 음악으로 전달할 수도 없을 뿐더라 전달하는 내용이 너무 주관적이어서 소통하기에는 제격이지 않을 것이다. 말이나 글은 최소한의 공통된 이해의 양식으로 담겨 전달되기 때문에 더듬을지언정 소통은 가능한 것이다. 정보가 지식이 되는 것은 어떤 조건 아래서 어떻게 배치되느냐에 달린 것이다. 창조성도 배치와 다르지 않다. 이런 도구가 널리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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