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라면 부셔먹다.

in #diary2 years ago

해질녘에 나무를 몇그루 심었다. 실제로 일을 한 시간은 40여분 정도.

많은 땀을 흘렸고 씻었다. 마침 전기가 나가 다시 땀이 났다. 그런데 허기 지면서 손이 떨린다. 당뇨병 걸리면 이렇다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 조금 했다고 허기진 배와 몸이 이렇게 반응하는 게 놀랍다. 

뭔가 군것질거리가 필요했는데 먹을 만한 게 마땅히 없다. 라면이 생각났다. 

아! 생라면. 

얼마만인가. 

오늘은 부순 생라면에 스프 반을 뿌렸다. 보통은 스프를 뿌리지 않고 먹는다. 역시 바삭바삭한 느낌과 짭짤한 스프맛이 감미롭다.

입안에서 꼬부러진 면을 하나하나 찾아서 꼭꼭 씹었다. 부서지며 나오는 담백한 맛이 입안에 들어갈 때의 짠맛과 잘 어울렸다. 처음엔 정신없이 먹다가 반쯤 남은 라면이 너무 아까워 입안에서 죽이  되도록 골고루 진득하니 씹었다. 그래 하나하나 느끼면서 먹어야지...먹는 재미를 오래도록 느끼고 싶었다.

부서진 라면을 조금 남겨두고 국을 끓여 식은 밥 한그릇을 다 먹었다. 식후에 남겨놓은 라면에 스프 뿌려 봉지를 털어가며 끝까지 다 먹었다. 그래도 아쉽다. 차를 끓여 한 컵 반을 마셨다. 그동안 어제부터 읽던 책 한권을 다 읽었다.

하루를 보낼 땐 가끔 뭐하나 싶다. 나는 이곳에서 매일 꼭 해야 할 일이 있는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이 시간을 보내는 게 그렇게 쉽지 않다. 아직도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아침 6시부터 밤 열한시 언저리 까지는 깨어 있다. 가끔 엎드려 졸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렇게 혼자 있다. 

인터넷은 열나게 잘 안된다. 그래도 가끔은 기다리면 뭔가 볼 수 있다. 

언제쯤 이 기다림의 시간을 아까워 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을까.

삼월 말 즈음부터는 하늘에 잔뜩 구름이 껴있고 습하고 비가 자주 내린다. 이것을 우기라 부른다.

낮게 깔려 대지를 누르는 구름을 보면 답답하다. 비 내릴땐 그런 느낌이 없는데 그저 흐린 하늘은 지내는게 쉽지 않다.

오늘 작은 나무를 13그루 심었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땐 시원했던 날씨가 몸을 움직이니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정말 머리에서부터 줄줄이 흘렀다. 나무가 작아 땅을 조금 밖에 파지 않았음에도 온 몸에 땀이 흘렀고 바지까지 다 젖었다. 습하다는게 이런거다. 땅 팔 때마다 느끼는 것 이지만 해질녘 작은 몸짓으로 이렇게 많은 땀을 흘릴 수 있다니 나름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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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매일 한 그루씩 심으시면 어떨까요>
땀을 너무 많이 흘리시면 손발이 떨릴때도 있지요.
콜라를 드시면~~

그러게 말입니다. 현재 사온것만 40여그루입니다.
혼자 계획은 이번 우기 350그루를 심을 예정이었는데 .... 일단 보류...ㅎ
일거리 두고 바라보는 재미가 있네요.ㅎ

오랜만에 소식 들어 반갑습니다.
생라면이 가끔 생각나는 추억의 맛이긴 한데, 요새 점점 이빨이 부실해져 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꺼려지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