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북] 오프너 전략은 벌떼야구가 아니다

in #dclick6 years ago

메이저리그에서 새 바람을 일으킨 새로운 투수 운용 전략인 '오프너'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서도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한화 선발인 좌완 박주홍이 전통적인 의미의 '선발투수'가 아닌, 오프너일 가능성이 높죠. 메이저리그의 가난한 팀인 템파베이 레이스가 단순히 선발투수가 부족해서 시작한 '불페닝'이 시즌을 치르면서 '오프너' 전략이란 이름으로 굳어졌고, 운용 방식은 보다 정교해졌습니다.(실제 실험은 템파베이가 시작했지만, 이 개념은 브라이언 케니의 2016년 저서 에서 실점이 많은 1회에 맞춤형 불펜 투수를 낸다는 전략으로 먼저 소개됨). 템파베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연봉 총액이 5100만달러로 30개 구단 중 압도적인 꼴찌이지만, 성적은 90승 72패로 양키즈, 레드삭스 등 강팀이 즐비한 AL 동부지구에서 괜찮은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타격보단 투수력 덕분이었고, 선발 로테이션을 꽉 채우진 못했지만 '오프너'라는 새로운 투수 운용 전략으로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리고 성공은 모방을 양산했습니다. 템파베이의 투수 운용 전략은 시즌 중 오클랜드, 미네소타, 밀워키, 텍사스 등으로 퍼졌습니다. 오클랜드와 밀워키는 오프너 전략으로 포스트시즌도 치렀죠.

그런데 한국에선 이 오프너 전략에 대한 오해가 있어 보였습니다. 오프너 전략을 전통적인 불펜 야구로 인식하고, 불펜 자원을 쏟아내는 '벌떼 야구'로 보기도 합니다. 오프너 전략의 단점으로 불펜 소모가 크다는 지적도 뒤따릅니다. 하지만 통계를 좀 따져보니, 이런 인식들은 오프너 전략에 대한 오해로 보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메이저리그의 오프너 전략은 한국서 통용되는 '불펜야구', '벌떼야구'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우선 오프너 전략은 한 경기에 많은 불펜 투수를 투입하는 '벌떼 야구'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올 시즌 내내 오프너 전략을 고수한 템파베이의 경우 162경기에서 투수들이 총 715회 등판했습니다. 경기당 평균 4.41명의 투수가 등판한 셈이죠.(제가 직접 MLB.com서 통계를 구글 시트(Analysis on Tempabay rays' opener strategy)로 옮겨다가 분석했습니다.) 그에 반해 에이스급 선발 투수가 두 명 이상이고, 선발 로테이션을 충실히 운용하는 시카고 컵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경우 템파베이보다 경기당 등판 투수의 숫자가 많습니다.
시카고 컵스는 162경기에 투수들이 총 763회 등판했습니다. 경기당 평균 4.71명.
애리조나는 162경기에 투수들 총 735회로 경기당 평균 4.54명 등판.

게다가 김성근 감독이 주도한 벌떼 야구는 필승조로 분류된 특정 투수들만 주구장창내보낸다는 점에서 메이저리그의 오프너 전략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2016년 환화는 필승조인 권혁, 박정진, 송창식의 총 317이닝을 던졌습니다. 반면 올시즌 템파베이는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가 14명으로 다른 메이저리그 팀들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보다 많은 투수들에게 역할을 분담한 것이죠.

오프너 전략이 왜 등장했느냐를 따질 때 많이 인용되는 통계는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1~9회 가운데 1회에 실점 및 피OPS가 가장 높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발투수들의 투구이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입니다. 이 두 통계는 여러 야구기사들에 등장합니다. 올시즌 선발투수들의 평균 투구이닝은 5.4이닝으로 역대 최소이고, 이 숫자는 갈수록 작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같은 타자를 세 번째 만날 때부터 선발투수들은 출루와 안타를 많이 허용했습니다. 선발투수들이 1회에 실점이 많은 이유로는 1) 득점 확률이 높은 타순대로 1회는 반드시 진행되기 때문이고, 2) 선발투수의 경우 아직 몸이 덜 풀리거나, 아직 긴장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오프너 전략의 시사점이 이것보다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크게 3가지를 발견했는데요.

  1. 신인급 선발투수 혹은 5선발과 롱릴리프를 오가는 애매한 선발투수의 재발견(오프너 이후에 등장해 좋은 활약을 펼침)
  2. 등판 간격을 넓히고, 투구 이닝을 늘렸더니 불펜 투수의 성적이 더 좋아짐.
  3. 선발과 마무리 투수들만 가질 수 있었던 '루틴'을 불펜 투수에게도 부여함.

올시즌 템파베이의 투수 기록들을 분석하니, 요 세 가지를 다 사례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2), 3)의 가치를 좀 더 확장시키면, 좀 더 새로운 투수운용 전략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제 나름의 투수 운용 전략을 만들어내기도 했는데요. 그건 어쩌면 투수들의 성적과 몸값 평준화, 투수 일자리 증대와도 관련이 있을 듯 하네요. 팀이 성적도 내면서 선수들 개개인들의 실력도 발현되는 그런 전략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저도 좀 더 생각과 데이터를 가다듬어 오프너의 시사점과 새로운 투수 운용 전략에 대해 다시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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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CC라이센스로 재사용 가능한 것이고, 올시즌 오프너로 29경기 출전한 라이안 스타넥입니다. CC BY-SA 2.0, photo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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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저는 브루어스 팬이라 (망할 다저스 -_-) 카운셀 감독이 시즌 막판부터 만들어낸 작전인 줄 알았는데 탬파베이가 오랫동안 썼었군요. 아직은 확실한 선발이 많지 않은 팀이 주로 쓰기는 하는데 점점 대세가 될 거 같아요. 그러고 보면 야수 포지션도 점점 의미가 없어지고 있죠. 쉬프트도 심하고 투,포수 제외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도 많구요.

근데 밀워키는 좋은 투수자원들이 많아보여요. 우드러프나 헤이더도 구위가 넘 좋던데요. 야수포지션서도 새로운시도가 더 나올거 같아요

네, 사실 금년은 리빌딩 이어였는데 하다보니 NLCS까지 나가게 된 케이스죠. 금년에 기대 이상의 결과를 거둔 게 오히려 어정쩡한 팀을 만들어버리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스몰마켓팀이라 돈이 없어서 선수들이 너무 유명해지는 것도 안 좋아요 ㅎㅎ;

밀워키 진짜 꿰고 계신가보네요ㅋ 종종 야구글도 써주세요ㅎ 오늘 현진이는 진짜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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