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김건: 분식회계와 지하경제

in #dclick6 years ago (edited)



어김없이 일요일 @promisteem 서평 시간입니다. 오늘은 저녁이 아니라 점심때쯤이니 일찍이군요!

오늘의 책은 이름부터가 뭔가 어둠의 비리에 관한 내용같은, "분식회계와 지하경제, 그 100가지 수법" 입니다. 돈세탁이란 용어는 1920년대 미국 알 카포네 같은 조직범죄자들이 도박이나 불법 주류 판매로 획득한 자금을 주로 세탁소를 이용해서 합법적인 소득인 것처럼 가장한 데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 저는 돈 출처를 깨끗하게 만든다고 해서 돈세탁인줄 알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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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건은 누구인가


물론 저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기에, 책에 나온 소개글을 요약하겠습니다: 27년간 유명 대기업에서 재무관리(경리)를 담당하며 분식회계, 장부조작, 비자금 조성, 돈세탁, 지하경제 분야의 "전문가" 간부/임원으로 근무했으며, 10권 이상의 책을 집필했으며 인터넷 카페 "엉터리 경제 뒤집어보기" 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2014년까지 3년간 그 카페에 연재한 내용을 중심으로 엮은 내용이라고 하구요.

책을 읽어보면, 10권 이상을 저술한 저자라고 보기에는 힘들 정도로 책의 내용이 두꺼운 회계 교과서처럼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깔끔한 스토리 중심으로 물흐르듯 쓰여진 부분도 있습니다. 처음 읽어보는 저자라 이분의 글쓰기 스타일에 대해서 쉽게 판단할수는 없지만, 뭔가 일관성이 떨어지는 문체라 몇 개의 조각을 합쳐 놓은 듯한 느낌이에요 (물론 이게 나쁘거나 좋다의 판단 기준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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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회계 트릭 및 비자금 조성 방법


책의 상당히 많은 부분은, 특히 가독성이 좋은 부분은 예시를 바탕으로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가능했는지 설명해 주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죠:

  1. 불량품 은닉: 공장에서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서 근무자들이 불량품을 숨겨서 "쓰레기" 나 고철값만 받고 버립니다. 예를 들어서 전선 공장에서 피복이 잘못 입혀지면 전선을 몰래 고철 더미 아래 깔아서 버리는데, 그러면 이 비싼 전선 원재료 구리는 이거를 받아가는 사람이 꿀꺽하게 되죠. 간부나 윗선에서 이 사실을 알고도 쉬쉬하면서 자기들이 챙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2. 규격 미달 제품 생산: 창틀을 만드는 데 알루미늄이 100 들어간다고 하면, 원가 절감을 위해서 90만 쓰는거죠. 실제로 구매자 측에서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산자가 꼭 사기를 치려는게 아니라 요청을 받아들이다 보면 알루미늄이 남게 됩니다 - 이건 장부에도 안 잡히는 재고죠. 이 재고는... 뭐 누군가가 알아서 현금계산 떨이로 처리해서 챙깁니다. 절대 공식 장부 거래를 할 수가 없는게, 그럼 부실 제품을 팔았다고 인정하는 꼴이 되니까요.

  3. 건설회사 막도장: 예전부터 건설회사는 돈세탁과 비자금 단골손님이죠. 여기서 제일 핵심이 "노무비" 인데, 건설 기간을 단축해서 시공할 경우 책정한 인건비가 남아 돌겠죠. 그러면 공무원들을 매수해서 영세 서민들의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해서 이를 바탕으로 다수를 임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위장하고, 인건비 지급대장에는 싸구려 막도장(나무도장) 을 사용합니다. 이 막도장들의 임자들은 대부분 최저 생계비 지원 대상이기 때문에 잡부 임금으로 나가도 세금 걱정이 거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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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벤처기업 주가조작


책 뒷부분에는 각종 기업들의 "작전" 사례들이 나옵니다. 자세한 내용은 너무 길어지므로 생략하고... 저자가 강조하는 건 기본적 재무제표만 봐도 이게 사기라는 걸 알 수 있는데, 개미들이 낚여서 피본다고 하죠. 무엇보다 현금흐름표를 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영업이익(당기순이익) 대비 현격하게 적거나 마이너스라면 흑자도산이나 분식회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사업보고서 중에서는 "지배구조 및 관계회사 등의 현황" 입니다. 관계회사나 자회사의 부실자산이나 자금 빼내기 등이 여기에서 보일 수 있죠.

요즘 회계 규정들이나 관련 법들이 정비되고 있어서 비자금은 예전만큼 해먹기 힘들다고는 해도, 이런 주가조작 같은 건 현재진행형입니다. 유가증권인 주식도 그런데, "코인" 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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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가 없다면, 잠시 빌려 볼 만한 책


가독성이 좋지 않거나 전문적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좀 있습니다. 그 부분들을 제외하면 책이 안그래도 얇기 때문에 순식간에 볼 수 있으실 겁니다.

실제로 고위험 주식에 투자하거나 재무제표를 볼 일이 있으면 몰라도, 일반인들은 그냥 아 이런 일들이 있군 하고 "세상에 이런 일이" 보는 느낌으로 가볍게 서점에서 휙 읽어볼만 합니다. 이런저런 수법들에 관심이 생기면, 서재에 꽂아두고 세금이나 비자금 등의 이슈가 생기면 한번씩 꺼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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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녘에 싸무져논 보로박스를 들추기면, 침침하고 축축한 곳에선 바퀴벌레들이 서로 몸을 비벼대며 모여있는 것처럼 ...

  • 업종별로 차이가 많습니다. 제조업은 수출입을 통하기도 했고, 프레스로 더 찍어낸 부품을 컨테이너 채로 빼내기도 하고, .... 원재료와 노무비만 제대로 통제하고 각종 부산물이 나오는 프로세스만 잘 관리하면 누수를 막을 수 있지요.
  • 하지만 유통업은 에누리나 매출할인이 들어가면, 이미 저질러 진 것이고 더구나 현금으로 처리하면 알아도 속수무책인 경우도 있고요 ...
  • 문제는 건설업인데, 특히 골조단계에서 예를 든 것과 같이 자재나 공수를 빼돌리면, ... 한마디로 며느리도 모르는, 물론 빼먹은 놈들은, 대개 처가에서 유산을 받았느니 우연찮게 복권에 맞았느니 둘러대지만 말입니다.
  • 물론 제조업이나 유통업도 IMF 때처럼 환차가 생기면 내수차를 출고후에 등록하지 않고 중고차로 수출해버리는 일도 있었죠.
  • 1960년부터 일본에서는 표준원가 시스템을 산업현장에 적용했죠. 한국 제조업, 특히 자동차는 1990년대까지도 BOM 단위로 재료비 노무비 경리로 세분된 표준원가를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실적원가와 차이 분석을 통해서 절감요인을 찾아서 개선활동을 했지요. 그런데 이미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유지 관리와 운영이 곤란한 표준원가체제를 포기하고, 과거에 축적된 원가 자료를 참고로만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 최근 경기도에서 건설원가를 공개하겠다고 하는데, 귀취가 주목됩니다. 표준원가를 기준으로 입찰한다고 해도, 魔가 낄려면 한도 끝도 없으니 말입니다.
  •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집단들을 투명하게 집중관리하는 것도 비자금을 봉쇄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도 1990년대 초에 현금성 기밀비를 전격적으로 폐지했음에도 이번 특활비 논란처럼 입법부와 사법부 일각에 용처도 모르게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이 있다는 것은 말도 개명천지에 말도 안되는 일이고요 ....

덕분에 길어졌네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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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전문가이시네요! i2015park님의 댓글을 보니 이런 책을 하나 집필하셔도 충분할 만큼 내공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자세하고 좋은 의견 주셔서 제가 감사드립니다.

@glory7 님 주 1권 독서하고 서평쓰기 챌린지 #11 미션 완료입니다!! 이글에 3/3만큼 보팅하고 갑니다. !! 고생많으셨습니다 :)

어느새 #11이군요. 감사합니다!

건설회사 막도장 ㅋㅋㅋㅋㅋㅋ 아직까지 유효한 기술입니다;;;ㅋ

건설회사에 대해 잘 아시는분이 말씀하시니 더욱 와닿네요...

저는 투명경영을해서 잘 모르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을 보고 따라하는 사람 나올까 더 무섭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따라하기 쉬워 보이는게 꽤 많이 있어요 사실. 걸릴 것 같지도 않고...

'눈 뜨고 코 베인다'
라는것이 이런건가 싶기도 하네요;;;

과세원이 투명하게 잡히는 월급생활자들이 봉 되는 것이 맞나 봅니다. 일단 현금결제나 무영수증 결제가 이루어지는 곳은 세금 "절약"(?!) 이나 검은 돈 조성이 쉬운 것 같아요.

지하경제를 어떻게 지상으로 끌어올리냐도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되겠네요

예전 금융실명제가 이런 시도였는데, 요즘도 나아지고는 있는 것 같긴 하나 뿌리뽑긴 힘든 것 같아요.

I upvoted your post.

Keep steeming for a better tomorrow.
@Acknowledgement - God Bless

Posted using https://Steeming.com condenser site.

작은 기업들도 세금 덜내려고 각종 편법이 동원되죠. ㅡㅡ;

그러게요--; 편법 쓸 수 없는 월급쟁이들이 제일 봉이죠...

돈세탁의 유래가 저렇게 적나라한 이유였군요 끄윽 ㅋㅋㅋ

진짜로 세탁소가 관련되어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한달에 책은 몇권씩 읽으시나요??? 존경합니다~~

사실 많이는 못 읽습니다. 요즘은 프로미스팀 덕분에 일주일에 적어도 한권은 읽네요.

그래도 저보다 많이 읽으시네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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