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같은 부동산
서울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12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3일 25억5000만원(27층)에 계약됐다. 올 초 최저 19억9000만(2층)원에서 최고 23억7500만원(32층)까지 거래된 아파트다. 최고가 기준으로 따져도 6개월 만에 2억원 가까이 오른 셈.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싸게 나온 건 대부분 소진됐고, 한강 조망 잘되는 매물은 30억원에도 나와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주택 시장 침체가 본격화할 조짐이지만 서울은 딴 세상이다. 특히 서울 강남, 용산, 여의도 등 인기지역에선 주택 수요가 다시 늘기 시작하는데 매물이 부족하다. 정부가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고 엄포했지만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여전하다. 특히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초강력 규제를 받은 지역일수록 상승폭이 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7월30일 기준) 주간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6% 올랐다. 전주(0.11%)보다 가파른 오름세다. 3주 연속 상승폭이 더 커졌다. 특히 강남구는 이번엔 0.21%나 올랐다. 강남구는 16주 연속 하락하다가 전주(0.07%)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 2주 연속 상승했다.
우선 개발 호재가 많은 지역이 많이 올랐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개발 계획 발언 이후 들썩이는 용산구(0.27%), 각종 개발 이슈가 몰린 영등포구(0.28%)와 마포구(0.24%) 등이 최근 가장 많이 오르는 곳이다.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는 지역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졌다. 투기지역 지정을 받지 않은 곳 가운데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고 평가받는 은평구(0.25%), 중구(0.24%), 강북구(0.20%), 동작구(0.19%) 등은 4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월간 기준 지난달 서울 비투기지역(14개구) 아파트값은 0.41% 올랐지만, 투기지역(11개구)은 0.24% 상승했다.
인기 지역에선 물건이 부족하다. 감정원 매매수급지수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용산구, 종로구가 속한 도심권은 106.4, 영등포, 양천 등이 포함된 서남권은 105.9를 각각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에 비해 많다는 의미다. 4월 이후 계속 100 밑을 기록하다가 이달 초 100을 넘은 이후 4주째 10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공급은 넉넉하지 못하다. ‘똘똘한 한 채’ 현상으로 인기 있는 지역 아파트는 보유하려는 성향이 더 강해졌다. 상반기 임대사업자 등록과 증여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 팔 물건이 마땅치 않은 것도 공급 부족 현상을 부추긴다.
한편, 이런 분위기에 대해 경고 목소리도 커졌다. 문재인 정부가 주택 수요 억제 정책을 집중하면서 지역별 수급불균형과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현대경제연구원 정민 연구위원, 김수형 연구원은 5일 ‘최근 부동산 시장 주요 이슈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실물경기 위축, 가계신용 위축 등으로 가계수요가 예상보다 미흡할 경우 주택시장 경착륙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