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로 본 유교문화 속 지성인의 한계

in #confucianism3 years ago

예전에 박노자의 책을 펼쳐들었을 때 그의 색다른 시각과 귀화인인 그가 쓰는 어휘의 깊이에 대해 놀랐었다. 박노자의 책들속에 날 꽂히게 만든 건 지성인의 정의였는데, 문장 전체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남다른 생각을 가진 자' 라는 표현이 있었다. 그 표현에 왜 꽂혔는지 알 수 없으나 난 오랫동안 그 말을 음미해왔다. 어떤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그 집단의 도덕과 가치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걸 부정하거나 그에 맞지 않게 행동하면 비판을 받아야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는 말보다 '우리 생각은 이렇다' 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이해가 안되었다. 남의 생각까지 내가 해주나?

생각의 주체는 자기자신일 수 밖에 없다. 예전에 도올 강의를 보다가 도올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라가 망한다고 사람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백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조선시대 의식을 지녔다.'

'임금이니, 백성이니'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놀란다. 언어는 사람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시대를 반영한다. 임금이나 백성이나 민주주의적인 언어와는 거리가 멀지 않나?

요즘 몇 달동안 대선주자들의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민주당은 친문과의 관계설정에 대해 고민이 많아 보인다. 그들 중 일부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 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한다. 왜 지킨다는 표현을 쓰는 걸까? 여전히 충을 중시하는 조선시대 의식을 지녔다는 것인가?

나는 한 때 도올의 해박함에 꽂혔다. 그래서 그의 동영상들을 보고 또 보았다. 그런데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유교를 강조하는 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통이나 유교문화나 중요하고 지켜야 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느낀 것 하나는 엘리트의식이 강하게 두드러져 보였다. 많이 배워서 그런 것인가?

예전에 트론츠키에 대한 책을 읽었을 때 부유한 집에 태어난 그가 자신의 집의 부가 부끄럽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자기를 양반의 후손들이라고 생각하는 유교문화속 진보지식인들이
자기의 집의 부가 부끄럽다고 느낄까?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가 열풍을 분 때가 있었다. 당시 도올이 자신의 강의에서 사람들이 미국 지식인을 숭상하는 사대주의를 비꼰 적이 있었다. 난 마이클 센델보다 도올이 지성인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객관적으로 도올의 지식이 더 해박할 것 같기는 하다. 헌데 도올이 가진 엘리트의식이나 유교문화에 대한 무비판적인 면이 민주주의적인 지성인일까?

지성인은 박노자의 말대로 '남다른 생각을 지닌 자' 여야 하는데 그런 지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틀부터 깨어야 하지 않을까? 유교에 대한 단순한 지식전파보다 유교문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부터 하는 게 지성인의 태도이자 사고방식이 아닐까?

여전히 임금이니 백성이니 무의식적으로 댓글을 쓰는 서열문화를 숭상하는 사람들... 그들은 비판적인 지성인을 만나지 못해서라고 본다. 유교문화 속 지성인은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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