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Free Lunch - 수수료 무료의 양면성과 인식의 문제

변하지 않은 진리 중 하나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무료로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광고를 팔고 있다. 개인 정보를 플랫폼 이용료로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구글의 검색엔진을 통해서,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면서, 페이스북의 피드를 보면서, 인스타그램의 사진을 보면서 사용료를 내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거대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막대한 서버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을 비춰보면, 누리는 서비스들이 무료가 없다라는 사실은 더 자명하다. 우리의 데이터들이 모여 있고, 실시간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분류되어, 상품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진실인 것이냐?' 보다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여부이다. 인터넷이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된 우리에게 많은 디지털 플랫폼은 무료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구글, 페이스북 등 SNS 에 대한 문제 의식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안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검색 엔진과 영상 플랫폼, SNS 가 없이 생활하기는 힘들어진 상황이다. 무료라고 생각한 것들의 부작용을 생활 속에서 쉽사리 없애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암호화폐도 비슷한 면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전송 수수료 문제이다. 비트코인에서 블록체인의 보안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높은 해시레이트가 유지되어야 하고, 이용자는 트랜스액션이 블록에 포함되기 위해 수수료를 지불한다. 아직 캐스퍼를 도입하지 않은 이더리움도 비슷한 상황이다. 핵심은 분산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이용하기 위해서도 비용이 든다. 수수료 문제는 이더리움으로 가면서 더욱 커진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자산으로 보내고 받는 것이 주요 기능이고, 이에 대한 수수료에 큰 저항감이 없지만, 컴퓨터에 대해서는 다르다. 평소 컴퓨터 프로그램을 돌리는데 일반적으로 크게 원가를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는데 전기세와 인터넷 망 사용료를 내지만, 그 비용을 매번 계산 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 기반의 World Computer 를 지향하고 있는 이더리움은 컴퓨터 이용이 무료라는 인식의 문제를 뛰어넘는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

이더리움 EVM 상에서 실행되는 연산마다 가스 유닛이 정해져 있고, 가스의 가격 또한 상황에 따라 변동되어 지불해야 한다. 가스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프로그램을 실행하는데 기존 보다 많은 비용이 든다. 이는 컴퓨터라기 보다는 자동차에 가까운 인식이다. 이더리움의 가스는 현실의 휘발유가 원유 가격에 따라 변동하는 것과 같이 이더리움의 시세에 따라 변한다. 물론 이더리움의 가스는 dDOS 공격을 막는 용도로 도입되었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인식이다.

컴퓨터의 실행이 무료로 인식되는 문제는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접근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DPOS 에서는 프로그램 제작자 혹은 스테이크를 위임받은 대표자들이 저장공간이나 네트워크 이용 수수료를 대신 내주는 접근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현실의 인식이 변화하는 것 보다는 기술의 접근방식을 변화하는 것이 빠르기 때문이다.

스팀, 이오스를 비롯한 다양한 DPOS 기반 프로젝트들이 최근 주목을 받는 이유 또한 여기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저장공간과 분산네트워크 비용이 무료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의 현실적인 접근 방법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그 비용은 분명히 지불되고 있고 무료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자 혹은 프로그램 제작자에게 많은 권한이 생기는 Trade-off 가 존재한다.

Trade-off 에 책임은 모든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관심에서 나온다. 참여자의 꾸준한 관심이 비용으로 지불되어야 굴러가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현재의 블록체인 기술의 현주소라고 본다. 포기하기 보다는 부딪혀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