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적 감각에 의존한 무뎃뽀 투자

in #coinkorea6 years ago

일본 전국시대의 일화에서 유래된 "무뎃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하면 전쟁에 나가서 적을 마주쳤는데 생각해보니 깜박하고 총을 안 가져온 것입니다.

오래 전에 총이라는 것은 재장전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발도 많이 되어 효과적인 무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오다 노부나가"는 이런 조총을 들여와 1열에서 총을 쏘고 뒤로 빠지면 2열이 전진하여 총을 쏘고 신속하게 3열이 교대하여 앞으로 나가는,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전술을 개발하여 일본을 거의 통일 직전까지 만든 유명인입니다.

강력한 불패의 기마부대를 거느린 라이벌 "다케다 가츠요리"가 있었는데, 이 둘은 결국 운명의 전면전을 치르게 됩니다. 무적의 기마부대는 조총이 없이(무뎃뽀) "전군 돌격"의 명령에 따라 오다 노부나가의 조총병에 돌격을 했다가 전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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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국내에는 "신장의 야망"이라는 게임을 통해서 오다 노부나가의 모습이 야망에 가득찬, 이글거리는 눈빛을 가진 훈남으로 묘사되었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초월하여 성공하는 사람은 두 가지 외모적 특징이 나타난다는 것이 특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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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요즘은 가능성이 없는 일에 무모하게 도전하는 일을 무뎃뽀라고 합니다. 국내에도 이의 대표적 사례가 있습니다. 늘 사활을 걸고 제품을 출시하지만 막상 출시된 제품을 보면 깜빡하고 중요한 기능을 항상 빼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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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공들여 그리신 작품일텐데 오래된 자료라서 원문의 출처를 찾지 못했습니다.)

한편, 저도 이와 관련된 일화가 있습니다. 5년차 사원 그룹 전체 연수가 있었던 당시 그룹의 부회장님께서 때로는 무모함에 도전하는 무뎃뽀 정신이 필요하다는 서두 스피치를 하셨습니다.

당시 프리젠테이션 담당이었던 저는 우연의 일치로 무뎃뽀의 기원을 설명하면서 결론은 전멸이므로 무뎃뽀는 망하는 지름길이며 철저한 사전 계획이 사업 성공의 원천이다라는 식의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우연의 일치였을 뿐인데 수천명 앞에서 토론을 벌일 수는 없었던 부회장님께서는 클로징 소감을 말씀하시면서 저를 직접 찍어 언급하시면서 칭찬을 하셨습니다. 칭찬을 하는 얼굴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할 정도 울그락 불그락했습니다.

왜 제가 국내 회사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산간 오지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지 이제 돌아보니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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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전 계획에 따른 투자와 천부적 감각에 의존한 무뎃뽀 투자의 차이에 대해 간단히 말씀 드려볼까 합니다.

위의 표는 최근 지속적으로 비중을 높이고 있는 NEO와 OMG 두 종목이 사전에 설정해 두었던 가격대에 들어온 2월 22일과 23일 양일간 BTC를 처분하여 거래한 내역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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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일이 지나, 백 테스팅 차원에서 가격의 흐름을 비교해보았더니 위의 표와 같이 BTC를 가만히 들고 속된 말로 "존버"를 했을 때보다 시장의 수익을 초과하였습니다. 물론 단기간의 성적이라는 것은 우연의 요소가 크므로 절대 수익율이 높고 낮음보다는 초과 수익을 내었다는 사실 자체만 중요합니다.

또한, 더욱 중요한 것은 위의 표에 초록색으로 나타난 포트폴리오 전체의 수익률입니다. 다시 몇일 전으로 돌아가 천부적인 직감으로 한 종목을 찍어 몰빵을 했을 경우와 대충 적당히 섞어 사놓고 분노의 유튜브 시청으로 멘탈의 철벽 관리를 했을 경우를 비교하면 80%의 확률로 포트폴리오 투자의 수익률이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제 자신의 직감 같은 것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 날 짜장면이 먹고 싶은지 짬뽕이 먹고 싶은지는 그 날의 날씨와 기분, 아침에 먹은 커피의 농도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결정되는 것이지 절대로 이성적인 판단이 아닙니다.

오로지 탕수육 찍먹만이 고도의 사고와 사유를 통한 진리의 깨달음일 뿐입니다.

정말로 본인이 천부적인 소질과 감각이 있다면 그렇게 매매를 해 놓고 한 몇일 챠트를 안 보고도 마음의 평온함이 유지되어야 정상입니다.

오래 전부터 말씀드려왔지만 스캘핑이던, 스윙이던, 포트폴리오던 자신에게 맞는 투자의 방법이 있으며 어느 것이 특별히 더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기동성이 뛰어난 소액 투자자일수록 스캘핑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초단기 매매로 꾸준한 수익을 올리는 고수들은 그들의 "감"조차도 사실은 오랜 기간의 반복적인 실험과 경험을 통해 습득한 로직에 근거한 투자라는 것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본인의 투자 스타일에 맞게, 그리고 사전에 정해진 계획과 로직에 따라 투자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인생 뭐 있나, 한방 아니가, 스타일의 "무뎃뽀" 정신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그간의 투자 내역을 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p.s. 오늘은 오래 전 "슈퍼로봇대전"이라는 게임에 등장하여 저를 흥분시켰던 어떤 로봇의 게임 영상을 가져와봤습니다. 저는 "각성"을 통해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는 이런 류의 게임을 좋아합니다. 아직 정신 세계는 30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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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세고가 달리기 시작했네요 가즈아~

시대를 초월하여 성공하는 사람의 두가지 외모적 특징이 뭘까요? 그 중 하나는 혹시 "대머리"인가요? 보니까 오다 노부나가도 대머리네요.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유럽과 아프리카를 정복했지만 탈모는 정복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대머리를 가리려고 월계관을 썼다고 하네요. 그밖에도 소크라테스 히포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전부 대머리라고 하네요 ㅋㅋㅋㅋ

머리라도 밀어야할까요 ㅋㅋ

저는 아직 때가 아닌지라...나머지 하나를 찾고있는데 도통 모르겠네요ㅋㅋㅋ

항상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오다의 조총부대를 과소평가한 다케다군 기마부대의 패배는
아쉬운 대목이었죠.
늘 신중하고 과욕을 부리지 않았던 다케다 신겐이 우연히
죽게되고 그의 ㅄ같은 아들의 무댓포 정신이 만든 대 참사였죠.

정말 투자를 하다보면 아무리 이성적인 투자자라도 남자들 특유의
승부욕심에 휘말려서 자신의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서 무댓포로
물량을 쏟아 부으면서 괴멸의 단계까지 이르게 되죠.

유서깊은 베어링스 은행의 스타플레이어 트레이더였던
닉 리슨이 한방에 회사를 날려버리는 사건은 너무나 유명하죠.

때로른 빨리 패배를 인정하고 손절하고 재기의 기회를 노릴줄
아는게 유능한 투자자라 보여집니다^^

오늘 포스팅도 잼있게 읽고갑니다

소소한 부연이지만, 노부나가가 3열 제파 전술을 썼다는 데 대해서는 역사적 태클이 많습니다. 먼저 조총 1정의 운용 비용이 아시가루 1년치 봉급이었다는 점, 그 이후 3천 총병이 보여준 활약이 없다는 점, 도쿠가와-노부나가측에 비해 병사 수가 적음에도 전투를 결심한 카츠요리가 어리석었다는 점 등 말이지요. 뭐 본문 자체와는 크게 관계가 없는 내용이지만 조금 덧대 봅니다 :)

노부나가의 조총부대가 아주 의미가 없었던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전국시대에 다른 다이묘들은 조총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노부나가는 천주교 신자면서 적극적으로 서양문물을 관심을 보였죠.
사무라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농민병사가 직접 전쟁에
투입해도 전투력이 약했던 당시에 조총을 농민병사에게 지급하여
전투력의 부족분을 보충하는 역할은 분명히 했을거라 보여집니다.
그리고 다케다 가문의 주력이 기마부대인데 조총의 소리에 말들이 놀라서
진영을 흐트러트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물론 센고쿠시대 주력 무기는 닛폰도와 창이죠.
그리고 사무라이들은 활을 사용하는 것조차 치욕적이라 생각하고
방패도 사용하지 않는 근접전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던
시대였죠.

노부나가의 혁신은 그런 귀족사무라이들의 고루한 생각을
바꾸려 하고 농민병사에게 조총을 지급한 점입니다.
일종의 신분타파일수도 있습니다.

노부나가는 심지어 쇼군의 자리도 거부하면서 일본의 전통인 텐노(일왕)도
끌어내리고 자신이 직접 황제에 오르려 시도했습니다.

모든걸 제로베이스에서 기존의 구체제를 개혁하려 한 점이
다른 다이묘들과 다른점 같습니다.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조총은 노부나가 이전부터 전장의 주력 무기 중 하나였습니다. 노부나가는 엄청난 경제력과 더불어 사카이 지방을 지배하면서 나온 화약을 기반으로 물량을 쏟아낸 것에 가깝습니다. 딱히 엄청난 혜안이 있었다기보다 쇼미더머니에 가깝죠.

실제 1333~1457년 남북조시대(태평기)에 나온 전투 보고서들을 분석해보면 화살, 돌팔매에 의한 부상이 90%에 육박하며(스즈키 마사야의 연구자료), 센고쿠 시대의 경우 이미 화살류가 40.3%, 철포가 19.1%, 돌팔매가 10.0% 정도입니다. 철포부상 이후의 사료만 집계하면 부상원인에 철포류가 44%에 이를 정도죠.

나가시노 전투 당시 노부나가 측 세력은 어찌보더라도 이길 수 밖에 없는 병력차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다케다 카츠요리의 병력은 1.5만, 오다 연합측은 3.8만이었습니다. 또한, 카츠요리의 병력은 도비노스 산 전투에서 다케다 노부자네를 포함한 무장과 병력을 크게 잃은데다, (연합군 사상자 6천, 다케다군 1.2만. 부상 병력의 질도 대부분 아시가루였던 연합군에 비해 유력 무장과 사무라이를 잃은 다케다군은 절망적이었습니다.) 기병 돌격으로 인한 충격을 카운터치기 위한 울타리가 있었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실제 기병과 총병의 전투는 임진왜란에서 극명하게 답을 보여줍니다. 선조 이후 중장기병에서 경장궁기병으로 대체된 신립의 군대가 죽을 쑨 반면, 중장기병의 충격전술 중심으로 돌아간 명나라 기병대와의 싸움에서 왜군은 야전에서 만날때마다 박살날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오다 노부나가를 해석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오타 규이치의 '신장공기'에도 3단 철포술에 대해선 언급되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처음 메이지 시대에 나온 '일본전사'에서 에도 초기에 나온 전쟁소설인 오제 호안의 '신장기'를 그대로 카피하면서 생긴 의도적 우상화에 가깝다고 봅니다.

Ref)
鈴木真哉, 刀と首取り, 平凡社(Tokyo), 2000.
鈴木真哉,, 謎とき日本合戦史, 講談社(Tokyo), 2001.
鈴木真哉, 鉄砲隊と騎馬軍団, 洋泉社(Tokyo), 2003.

저도 일본역사 관심 많습니다^^
자세한 분석 잼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오다군이 무역등으로 경제적 부가 풍성하니 가능했을겁니다.

그리고 저는 무기도 무기지만 지휘관과 장교들의 풍부한 실전경험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임란당시 명나라 군대중 많은 활약을 한 군대는 실전경험 풍부한 척가군이었고
행주대첩에서 완패를 한 일본 장군은 실전경험이 부족한 행정관료
이시다 미쓰나리로 알고 있습니다.

전국시대 분석 너무 잼있게 잘 보았습니다^^
다음에도 많이 포스팅 해 주시고
좋은 포스팅은 링크 부탁드립니다 ^^

그런데 우린 왜 그란님 포스팅에서 이런 뻘글을 쓰고 있을까요(...

네 좀 죄송하네요 ㅠㅠ
@noctisk 님께서 센고꾸시대 저 전투에 대한 분석글
하나 올려주세요^^

님의 앎에 그저 놀라 어안이 벙벙합니다. 혜안은 그런 넓고 깊은 앎의 자연스런 소산이겠지요.

단지 전쟁사에 흥미가 있는 잡학자일 뿐입니다 ㅎㅎ

무뎃뽀라는 말의 기원이 !! 오옷!! 감사합니다.. 신장의 야망 오다 노부나가.. 그리고 그의 라이벌.. 흥미로운 일화와 더불어 멋진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

아함 무뎃뽀의 기원을 ...
덕분에 일본역사까지 잘 봤네요
무뎃뽀로 갖고 있다가 원금의 4.4배까지 갔다가 원금의 1.4배까지 깎였네요
지금도 무뎃뽀로 그냥 갖고 있습니다

제가 사면 떨어지고 빼면 귀신같이 오르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습니다.

네오와 오미세고가 상당히 달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라이트코인도 같이 달려줬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ㅎㅎㅎ

1500개가 넘는 코인들이 난립하고 있는 지금이 춘추전국 시대라면, 싸우고 이겨서 강한 코인만이 살아남는 삼국시대가 머지 않아 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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